[동네 사람]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철석 씨

창원시 마산합포구 육호광장 옆 노산동 7길. 큰 도로변을 따라 가다보면 눈길을 끄는 문구가 보인다. '금메달리스트의 집' 자전거방. 호기심에 이끌려 들어간 그곳에서 김철석(54) 씨와 만났다.

◇사이클 금메달리스트 = 철석 씨는 1981년 방콕 아시아선수권, 1985년 서울 아시아선수권에서 사이클 금메달을 땄다. 물론 중·고교, 대학교 수상경력은 화려하다. 그렇지만 그 모두를 통틀어 단연 으뜸은 1982년 제9회 뉴델리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철석 씨는 김병선, 이진옥, 장윤호와 한 조로 100㎞ 단체도로에서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다. 그의 나이 22세였다. "그때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죠"라고 짧은 소감을 전했다.

이어 1983년 영국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그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무대 완주에 성공했다. 기록은 109위였다. 아시아 정상급 선수였지만, 세계무대와 격차는 어마어마했다. 당시의 설움 탓일까 목소리가 조금 거칠어졌다.

김철석(왼쪽에서 셋째) 씨가 1982년 제9회 뉴델리 아시안게임 사이클 100km 단체도로에서 금메달을 확정 짓는 순간./연합뉴스

"지금은 기량 차이가 많이 줄었지만, 당시는 기량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장비들이 엄청나게 차이가 났어요. 우리는 자전거 페달 클리트(페달과 신발을 움직이지 않게 결합하는 장치)가 없어서 신발에 줄로 묶고 달리고 그랬는데…. 기어도 우리는 5~6단 쓸 때 저쪽은 8~9단짜리를 쓰는데. 무슨 재주로 따라가나요. 장비 차이가 30년 정도 됐어요. 30년."

자전거 가게 한편에는 당당하게 메달과 당시 받은 훈장이 걸려있다. 철석 씨는 10년의 국가대표 생활과 실업팀 코치생활을 거쳐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자전거는 무엇보다 '안전' = 사실 철석 씨는 지역에서 '자전거' 하면 꽤 알려진 덕에 여러 매체에서 인터뷰도 종종 했단다. <경남도민일보>도 지난 2007년 3월 19일 인터뷰가 보도된 적 있다. 당시 그는 "지역에서 자전거 저변 확대에 더 힘쓰고 싶다"라고 했다.

창원시 통합 이후 생긴 누비자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매우 늘었다. 마산지역에는 전에 없던 자전거도로가 생기기도 했다. 철석 씨에게는 반가운 현상이 아닐까.

"확실히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됐죠. 자전거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졌고.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은 많아요."

의외다. 그는 곧 할말이 많다는 표정이다.

"누비자를 타고 있는 사람들, 특히 학생들을 보면 불안해 죽겠어요. 인도의 높은 턱을 장난스럽게 오르락내리락 하질 않나, 어두운 밤에 차도를 종횡무진하질 않나, 보호 장비는 아무도 하질 않아요. 자전거 동호회원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까불면 골로 간다'라고 하는데, 자전거는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이거든요. 또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자전거도로예요. 인도를 반으로 쪼개서 좁고 울퉁불퉁하고. 진정으로 누비자 정책이 성공하려면 인프라 조성부터 확실히 돼야한다 이겁니다."

그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무엇보다 안전이라고 했다.

◇인생과 닮은 자전거 = 철석 씨는 현재 '마산프로사이클 MTB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회원들 라이딩을 위해서 45인승 버스까지 구입했다. 동호회에서 4대강 종주를 한 차례 마쳤고, 오는 21일 영산강 라이딩으로 두 번째 4대강 종주를 완성할 예정이다. MTB(산악용자전거) 가격은 입문용은 100만~200만 원, 보통 동호회 회원들은 500만~600만 원, 좋은 것은 1400만~1500만 원 수준. 결코 만만한 가격도 아니다.

위험한 데다 비용 부담도 적지 않은 자전거. 도대체 매력이 뭘까. 철석 씨는 자전거가 '지루하지 않다'고 한다.

"산에서, 탁 트인 야외에서 라이딩하면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계속해서 바뀌어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면 상쾌하죠.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나면 회원들과 같이 맛있는 것도 먹고요. 동호회 처음 나온 사람은 다들 그래요. '아 진짜 내가 여길 왜 왔나, 다시는 안 온다'라고요. 하하. 자전거로 산을 타면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잖아요. 오르막일 땐 죽을 거 같거든요. 진짜 나는 못 하겠다 포기할까 싶어요. 다리도 터질 거 같고 힘들어 죽어요 아주. 그런데 그거 끝나면, 내리막에 들어서면 아 이 맛에 자전거 타는구나. 이게 인생이구나 할 겁니다. 타보세요. 한 번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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