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기계구입비 등 제기...사측 "재무제표상 미포함" 경찰 수사로 확대 가능성

파업과 직장폐쇄 등으로 대립 중인 ㈜케이비알(KBR) 노사 갈등이 사측 배임 의혹까지 번지면서 복잡해지고 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가 제기한 의혹에 KBR 이종철 회장이 기자들을 만나 사실 관계를 적극 해명하고 있다. 노조는 경찰에 수사 의뢰 계획까지 세웠다. 이 때문에 지난 6개월 동안 이어진 갈등이 경찰 수사 등으로 심화할 가능성을 낳고 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가 제기하는 배임 의혹 근거는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뤄진 기계구입비 항목 계상이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이들은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사측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4년 동안 86억 5000만 원어치 기계 장비를 구입했다고 돼 있다"면서 "하지만 회사가 공시한 감사자료에는 같은 기간 건설 중인 기계 자산 포함 190억 원이 기계구입비로 사용된 것으로 돼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수십 억 상당을 구입했다고 한 기계는 실제 케이비알 공장에 있지도 않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종철 회장은 지난 16일 기자들 앞에서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자리에서 서진 KBR 지원팀 차장은 "금액 차이가 난 것은 회사가 매각한 기계 대금을 재무제표상에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사측이 내놓은 회계 감사보고서는 기계장치 구입비로 2010년 160여억 원, 2011년 212억여 원, 2012년 257억여 원, 2013년 213억여 원을 썼다.

서 차장은 "지난 2012년 기계장치 자산이 257억 원에서 지난해 213억 원으로 44억 감소했다"며 "이는 지난해 56억 원 상당의 기계장치를 함안 관계법인에 매각해 KBR 자산으로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BR사측 자료는 지난 2011년 30억 원가량, 2012년 26억 원가량을 설비 구입에 사용한 것으로 돼 있다.

그는 "법원 제출 자료는 사내 보유 중인 기계들로 작성됐다. KBR 이름으로 구매한 후 관계법인에 매각한 기계대금 56억 원을 KBR자산으로 잡지 않아 오해가 생겼다"고 밝혔다.

서 차장은 "회계감사 보고서상 기계장치 구입비가 190억 원이 아니라 145억 원"이라고도 했다. "노조 자료에 기계장치 구입비로 지난 2012년 90억 원을 썼다고 돼 있지만 회계 감사보고서상 실제로는 45억 원가량"이라는 것이다. 그는 "노조 주장 90억 원은 2010년과 2011년 기계구입비 차액과 2011년과 2012년 기계구입비 차액을 합산해 오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 차장은 이를 근거로 "지난 4년(2010~2013)간 총액 차이 56억 원은 결국 기계장치 매각으로 줄어든 56억 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구입 기계 부재에 대해 "KBR 명의로 기계장치를 구입했지만 밀양 삼경오토텍과 함안의 관계법인 회사에 임대 또는 매각했다"면서 "일부는 KBR 김해공장에 있어 노조가 몰랐던 것으로 보고, 타사에 임대한 기계는 기술료나 이자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문상환 금속노조 경남지부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은 이를 두고 "회계감사 보고서에는 '건설 중인 자산' 항목이 있다. 이 항목은 '기계 구입비'와 회계상 같은 것으로 보기 때문에 총액은 190억 원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사측 주장을 반박했다.

금속노조는 이에 회계상 맞지 않는 차액 45억 원 용처가 수상하다 여기는 것이다.

이렇듯 양측이 기계구입비에 민감한 것은 기계반출 문제가 노사 갈등 핵심이기 때문이다. 현재 노조는 사측이 구입한 기계를 원청 협력사인 셰플러나 관계 법인인 삼경오토텍 등에 몰래 빼돌려 미승인 베어링 강구를 생산한다고 본다.

반면 사측은 투명한 회계처리로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견해다. 이종철 회장은 "회사가 떳떳하지 못한 경영을 했다면 노조가 당장 국세청 등에 고발해도 여러 차례 했을 것"이라 말했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 경남지부 진정으로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KBR 갈등은 또 다른 파고에 휩싸일 전망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