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이의 향기]고 임성호 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

"당신의 이름은 현대로템 지회가 어려울 때 항상 빠지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지혜를 빌리지 않고 지회 활동을 한다는 것은 무모한 용기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늘 공부하는 자세를 견지하며 글쓰기를 좋아하고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할 줄 알았던 당신을 어찌 참된 열사로 부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고 임성호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을 향한 최종호 현대로템지회장의 조사다.

임 부지부장이 16일 오전 숨을 거뒀다. 향년 52세. 임 부지부장은 지난해 이맘때 혈액암 진단을 받아 항암치료를 해 왔으나 끝내 이기지 못하고 스러졌다.

그는 지난 1962년 제주도에서 태어나 1985년 10월 현대정공(현 현대로템)에 입사한 이후 현대로템에서만 29년 11일 일하며 노동운동에 열정을 쏟았다.

그는 금속연맹 현대정공노동조합 대의원을 시작으로 산업안전부장, 부위원장, 편집부장 등을 역임했다. 산별 전환 이후 금속노조 현대로템지회에서도 부서현장조직위원장, 수석부지회장 등을 맡아 일했다. 이후 "노동운동도 지역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는 취지로 금속노조 경남지부로 자리를 옮긴 후 5기 운영위원과 7, 8기 부지부장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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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임성호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

그는 대외적인 투쟁 전면에 서기보다 노조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이를 염두에 두고 항상 조합원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실천하듯 금속노조 경남지부 7·8기 모두 부지부장과 함께 교육위원장직을 맡아 지역 노동운동의 이론적 틀을 만들어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

그는 생전 글쓰기를 즐겼는데 그 속에는 노동운동 방향에 대한 절실한 고민이 묻어있다. 배달호 열사 묘소를 참배하고 쓴 자작시 등에서는 조합원 교육과 함께 '사람중심 노동운동'을 중요시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이는 배려를 바탕에 뒀다. 최종호 지회장은 "임 부지부장은 평소 '노동운동은 곧 사람운동이다.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알려면 먼저 상대의 말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고 회고했다. 신천섭 금속노조 경남지부장도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 스스로를 낮춰 겸손할 줄 알았던 삶을 임성호 동지를 통해 배웠다"고 밝혔다.

임 부지부장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에도 작은 밀알이 되고자 노력했다.

자신이 살던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 지역을 기반으로 지난 2006년 민주노동당 창원시의원 후보 경선에도 나섰다. 하지만 그는 결선 투표를 앞두고 상대 후보에 시의원 후보 자리를 양보하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 성주동이 노동자 세력이 강한 지역으로 손꼽히던 때라 후보 양보는 '아름다운 경선' 사례로 많은 이들이 이야기했다.

현대로템에서 함께 일한 노창섭 창원시의원은 "임 부지부장은 노동자 민중 세력이 노동운동을 넘어 지역과 사회를 중심으로 보다 크게 뭉쳐야 함을 강조했다"면서 "인품이나 사상 등 노동계에서도 누구나 본받아야 할 모범적인 삶을 살아 온 분"이라고 말했다. 발인과 영결식은 지난 18일 열렸다. 시신은 양산 솥발산 공원묘원 열사 묘역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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