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공사중단 167차 촛불문화제 <웃어요 할매>연극에 주민·연대자 눈물

별이 반짝이는 밀양 밤하늘 아래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을 보며 울고 웃었다.

지난 18일 저녁 밀양 상동면 고정삼거리에서 송전탑 공사중단 167차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주민과 농활 온 간디학교 학생 등 연대자 150여 명이 함께 <웃어요 할매> 연극을 관람했다.

<웃어요 할매>는 '극단 일터'가 지난 2년 동안 기획해서 지난 12일까지 한 달 동안 부산에서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부북면 위양리 127번 철탑 농성움막을 배경으로 할매 3명의 삶과 투쟁을 담은 이야기다.

10년 동안의 싸움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언론에 대한 비판, 할매들을 찾아오는 연대자들에 대한 고마움도 담겼다.

관객들은 밀양 할매들 애창곡 '내 나이가 어때서'가 나올 때는 '철탑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데모하기 딱 좋은 나인데'라며 합창을 했다. 그러다가도 헬기소리, 경찰이 들이닥칠 때 쇠사슬을 감고 할매들이 옷을 벗고 저항하며 분노하는 장면에서는 함께 아파했다.

돌아가신 시아버지 유지를 받들어 고향땅을 지키는 할매가 돌탑 앞에서 '아버님 약속을 지킬라고 용 쓰는데예. 힘이 좀 듭니다'라고 할 때는 숙연했다. 실제 주인공인 덕촌할매(78)가 연극 중간에 무대로 나가 배우들 손을 잡기도 했다.

지난 18일 저녁 밀양 상동면 고정삼거리에서 열린 송전탑 공사중단 167차 촛불문화제에서 주민과 연대자들이 극단 일터의 <웃어요 할매> 연극을 관람하고 있다. 할매로 분한 배우들이 움막을 찾아온 연대자들이 들고 온 'OUT 송전탑'이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표세호 기자

할매들이 10년 동안 싸운 이유는 "내 땅에서 그냥 살려는데 그게 왜 잘못이고. 내한테 이 땅이 자식이고 내 몸뚱이고 청춘이다. 제발 좀 놔둬라"였다. 연극을 본 덕촌할매는 "고맙지. 그런데 마음이 아파"라고 했다.

밀양 주민들은 움막을 짓고 겨울나기를 준비 중이다. 밀양 765㎸ 송전탑반대대책위는 지난해 12월 송전탑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다 음독해 숨진 고 유한숙(당시 74세) 씨 장례식을 22일 밀양영남병원에서 치른다고 밝혔다. 유족과 대책위가 한전의 사죄를 요구하며 장례를 미뤄온 지 10여 개월 만이다.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 공사에 저항하는 경북 청도, 전남 여수, 충남 당진·서산 주민들과 함께 불합리한 송·변전주변지역 보상·지원법에 대해 위헌소송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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