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들여다보기]야당 '박완수 낙하산 인사'집중 질타

박완수 전 창원시장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지 10일 만이었던 지난 17일 국정감사장에 섰다. 취임 전후 '청와대 발 낙하산 임명'을 지적했던 야당 의원들의 비판은 거셌으며, 인천공항이 직면한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서 과연 박 신임 사장이 이러한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지 따져 묻는 여당 의원들의 목소리도 컸다.

예상했던 대로 국정감사였지만 사실상 인사청문회에 버금가는 검증이 이루어졌다. 특히 새누리당 도시자 후보 경선 패배 후 5개여 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 박완수 전 시장은 인천국제공항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허브공항으로 육성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됐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인천국제공항의 모습은 성장이냐 실패냐의 기로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뜨거웠던 낙하산 논란 = 17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의 첫 질의자는 국토교통위 소속이자 창원이 지역구인 박성호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취임 전 세간에서 크게 들려온 우려 알고 계시죠? 서운합니까?"라고 운을 뗀 후 "행정경험과 공기업 운영은 별개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와 각오를 한 말씀 부탁드린다"며 사실상 박완수 사장에 대한 지원 사격을 했다.

이에 박완수 사장은 "통합 창원시장을 하면서 쌓은 민원 해결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관리 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공항 관리와 마케팅 경험은 없기에 직원들과 마음을 맞춰나가겠다. 제 취임을 두고 나오는 여러 이야기에 대해서는 앞으로 열심히 하라는 말로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거세게 이어졌다. "무자격 조종사에게 조종간을 맡기는 격이다."(박수현 의원), "자전거 면허 가지고 비행기 조종 가능하겠나."(김경협 의원), "낙하산도 정도껏 해야지,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김상희 의원) 등과 같이 수위가 높은 발언들이 쏟아졌다. 

야당 의원들은 박 사장의 임명 절차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어려움에 처한 인천공항을 살릴 전문성이 박 사장에게 결여돼 있다고 주장했다.

박 사장 선임을 결정했던 임원추천위의 회의록 등 각종 제반 서류들이 폐기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 의원들의 반발을 더욱 키웠다. 인천국제공항 측은 회의록 폐기가 '임추위' 결정 사항이고 관례대로 진행됐다고 항변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부적합 인사를 낙하산 임명하기 위해 불법을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이 문제를 집중거론했던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은 "관련 법령과 내규 어디에도 서류를 파기해도 된다는 규정이 없다. 기재부에 제출 해야 할 공문서를 파기하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또한 45일씩 걸리던 사장 선임 과정이 2주 만에 속전속결로 끝났다"며 감사원 감사 청구와 검찰 고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미경 의원 역시 "서류 파기는 박 사장 본인도 불명예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경쟁력 떨어지는 사람을 선임했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 사장의 이전 행보와 이후 정치 활동 계획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은 박 사장이 도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서 했던 "윗선과 교감이 있었다"는 말을 문제 삼으며 "이번에도 윗선과 교감이 있었던 것이냐, 윗선이 누구냐"고 집요하게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중앙당이나 정치권과 교감 없이 도지사에 출마하는 경우는 없다는 뜻"이라고 당시 발언을 해명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요즘 시대적 추세가 전문분야가 아닌 곳에 들어가는 걸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운을 뗀 후 박 사장에게 20대 총선 출마계획이 있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하기도 했다. 이에 박 사장은 "없다"고 답했다.

◇ 갈 길 먼 인천공항 = 인천국제공항은 9년 연속 세계 1위 평가를 받으며 명실상부한 국제 허브 공항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그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제기됐다. 국가 정책적으로 계속된 지원을 받아왔고 김포공항과 국내 지역 공항의 희생을 기반 삼아 인천국제공항이 성장했지만,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실제 중국·싱가포르·일본 등의 거센 도전으로 인천국제공항의 환승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안정적인 국제 허브공항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30∼40% 정도의 환승률을 유지해야 하지만 20%에 육박했던 환승률은 15%대로 뚝 떨어졌다.

또한 인천공항 내부의 운영 문제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비율이 85%에 이르고, 대형 공사 계약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점 등이 집중 거론됐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그간에 인천공항에서 일어났던 각종 비위 사실들을 지적한 후 "기존 임원들의 사표를 다 받고나서 재선임하든지 해야 한다. 박완수 사장의 특단의 의지가 필요하다. 그동안 주어졌던 독점적 지위에 안주해서 적당히 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변재일 의원 역시 "그동안 국가에서 모든 걸 몰아 줬기에 화려한 것 아니냐. 국제 경쟁력 키우는 일이 단순히 조직관리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박 사장의 삶의 궤적을 보니 부족한 점 없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야당이 문제제기 하는 건 과연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적임자인지를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에 대한 질의 내용이 민감해지고 뜨거워지자 제동을 거는 의원들도 있었다. 기초·광역 의원을 거쳐 국회의원이 된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창원시장 자리가 작은 자리가 아니다. 인구 100만 도시를 훌륭하게 이끌어 왔다. 하지만 지방에 있었던 것 때문에 혹시 낮게 보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지나친 색안경 논리를 경계했다. 하지만 황영철 의원 역시 박 사장의 전문성 제고를 주문했다. 황 의원은 "박 사장이 오늘 이 자리에서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공부하고 긴장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박완수 사장은 차분하게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등의 짧은 답변을 주로 했으며 자신의 소신을 길게 밝히려 해도 의원들의 발언 제지로 무산되는 경우가 많았다. 김경협 의원이 "자전거 면허로 비행기 조종할 수 있느냐"고 발언했을 때는 "CEO가 직접 비행기 조종을 하는 건 아니다"라면서 약간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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