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35) 전북 전주 남부시장과 청년몰

어디든 걷기 좋은 계절이다. 어느 지역을 가든 현지 느낌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은 바로 전통시장. 특산품부터 명물 음식까지 전통시장을 한 바퀴 돌아본다면 그 지역 특징과 인심을 절반은 알았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주 남부시장(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 2길). 전주역이나 고속버스터미널 등에서 풍남문이나 전동성당 방면 버스를 타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다.

조선시대 3대 시장으로 불렸을 정도로 번성했던 시장이다. 전주 하면 이제 한옥마을이 절로 떠오르지만 한옥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남부시장도 놓치기 아까운 곳이다. 전주 한옥마을 서편 출입구 맞은편 풍남문에 도착했다면 제대로 찾아온 것이다.

지금은 과거만큼 화려한 명성은 희미해졌지만 들어서는 순간 오랜 세월을 견뎌온 전통시장의 위엄을 확인할 수 있다. 골목골목 돌 때마다 수십 년의 세월을 견뎠을 법한 오래된 상점과 대나무·목제품 등이 과거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눈길을 붙잡는다.

남부시장의 유명한 먹을거리인 '피순대 골목'에선 어느 집으로 들어가야 할까 고민이 될 정도다. 피순대는 순대에 선지를 함께 넣어 조리한 것으로 맛이 구수하고 차진 것이 특징이란다. 점심때가 되면 유명 피순대 식당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주 남부시장과 그 속에 자리 잡은 청년몰은 볼거리와 놀거리가 많아 또 하나의 전주 명소로 꼽힌다. 시장에서 먹거리 골목과 목제품 등을 파는 오래된 가게들을 둘러보고 2층으로 올라가면 이색 소품 상점과 카페, 술집, 밥집이 아기자기하게 자리 잡고 있다./최규정 기자

일찌감치 고유명사가 된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도 놓치기 아깝다. 전주 콩나물국밥이 뚝배기에 밥과 콩나물을 넣고 양념을 곁들여 펄펄 끓여내는 식이라면, 남부시장식은 펄펄 끓이지 않고 밥을 뜨거운 국물에 말아서 내는 것인데 개운함이 그만이다.

남부시장을 찾아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지난 2011년 청년들에게 창업 기회를 제공하고 전통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남부시장 내 비어 있는 공간을 재정비해 2층에 마련한 상가 '청년몰'. 창업 아이디어와 실현 가능성을 기준으로 뽑힌 입주자들에게 1년간 임차료를 지원하는 '문전성시'(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 사업) 프로젝트로 만들어졌다.

남부시장이 전통시장의 훈훈한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청년몰은 전통시장에서 보기 어려운 이색 상점과 카페, 술집 등 아기자기한 모습에 감탄하는 곳이다. 사진찍기에 익숙한 젊은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장면이 연출될 듯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남부시장 내 벽화. /최규정 기자

산뜻한 벽화가 남부시장 청년몰로 안내한다. '적당히 벌어 아주 잘살자'라는 구호에서 보듯 젊은이들만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한데 모여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입구에 큼지막한 글씨로 경고(?)하고 있는 '만지면 사야 합니다'라는 문구는 청년몰에 대한 궁금증을 부추긴다.

벌레 잡아먹는 식충식물들이 가득한 '범이네 식충이', 전통디자인 문구나 엽서 노트 등을 파는 가게 '새새미'('사이사이에'란 뜻의 순우리말), 갤러리이면서 아트숍을 함께 운영하는 '뜻밖의 조작자' 등 간판과 가게 속을 한참 들여다봐야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 수 있는 상점이 호기심을 부추긴다.

독특한 이름의 먹을거리를 파는 가게들도 고개를 쑥 내밀고 구경하게 된다.

'니들 참말로 열심히다'라며 '낮술 환영한다'는 '청춘식당', 단골 식당 이모를 부르며 음식을 주문해 먹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뷔페식 보리밥집 '순자씨 밥 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난감이 전시돼 있지만 장난감 안 파는 술집 '히치 하이커' 등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발길을 붙잡는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상점 하나하나가 모두 볼거리라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카메라에 아무렇게나 모습을 담아도 엽서처럼 예쁜 작품이 된다.

월요일이 전체 휴무이기는 하나, 점포별로 주인장 사정 등에 따라 문을 열고 닫는 날짜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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