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남 의원 국감서 주민대표단 통장 공개…한전 "불법자금 아닌 민원대책비"

한국전력이 법적 근거가 없는 거액의 돈을 밀양 송전탑 경과지 주민에게 뿌려왔다는 의혹이 구체적인 증거와 함께 제기됐다. 그동안 밀양에서는 "한전이 돈으로 주민을 매수하고 있고 그 법적 근거도 없다"는 의혹 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져 오던 중이었고, 김제남(정의당) 국회의원이 16일 한국전력 국정감사를 통해 구체적인 증거를 입수해 제시한 것이다.

김제남 의원은 '한전 본사' 명의로 밀양 모 마을 주민 대표단 통장에 3500만 원이 입금된 통장 사본을 공개했다. 돈이 입금된 곳은 한전 본사가 위치한 서울 삼성동 농협지점이었고 그 돈이 전달된 통장은 마을 주민 5명이 공동으로 개설한 계좌였다. 김 의원은 "통장이 개설된 지 나흘 만에 3500만 원이 입금됐고 바로 2500만 원이 인출됐다. 인출된 돈은 해당 마을 주민에게 상품권으로 바꿔 돌리려고 했으나 반대 주민에 의해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서 "이번 사례처럼 한전 본사가 직접 현금을 입금하고 이를 주민에게 나눠주려는 시도가 드러난 건 처음"이라며 "한전 본사가 주민에게 전달한 돈은 그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는 돈"이라고 강조했다.

한전 본사가 직접 나서 법적 근거와 특수보상 내규에도 없는 거액의 돈을 밀양 주민에게 은밀하게 전달한 '돈 봉투 사건'이라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입금된 돈은 지역 주민 등 이해관계자 협의 및 각종 행사 지원을 위해 책정된 민원대책비로 비자금이나 불법자금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한 "민원대책비는 건설비로 책정된 예산으로 직무권한에 따라 사업소장이 결재해 공식적으로 집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주민화합비는 총 15개 마을에 지원했으며 지원대상 마을은 찬성과 반대 주민 간 내부 갈등이 깊었기 때문에 사업소장이 주민 화합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집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의원은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송·변전설비 건설관련 특수보상 운영세칙' 어디에도 지출근거가 없다며 재반박했다. 김 의원은 "건설비에 민원책정비가 책정되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 지역 주민 행사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주민에게 현금을 뿌리는 것은 지역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주범이자 비도덕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한전이 밀양송전탑 경과지 주민에게 합의 보상금 외에도 총 1억 6100만 원을 지출한 사실을 추가 공개했다.

김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밀양 송전탑 경과지 주민에게 전력설비 견학 8000만 원, 마을회관 비품 지원 2380만 원, 마을행사 협찬 132만 원, 치유 비용 3000만 원, 농자재 구입 2500만 원으로 총 1억 6100만 원에 이르렀다.

지역 주민 행사 지원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력설비 견학은 한전이 직접 경비를 지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마을에 통째로 현금을 지원한 것이다 보니 구체적인 지출 내역 등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한전의 해명 중 주민이 요구해서 지급했다는 것은 한전의 책임을 주민에게 떠넘기는 파렴치한 행위"라며 "주민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현금을 뿌리는 것은 공사과정에서 분열되어 그나마 버티는 마을공동체를 완전히 파탄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법적 근거와 내규에도 없는 돈을 주민에게 전달하는 건 사실상 주민 매수 시도라며 감사원 감사 청구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