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국책사업 '남해안 EEZ 골재 채취'…꽃게·멸치 등 어획량 급감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신항 개발, 국책사업이라고 해 그나마 참았습니다. 그런데 피해 조사하고서 채취 연장 여부를 함께 논의하자고 하더니 뒤로는 2018년까지 무려 3년 4개월을 더 연장해 버렸습니다. 정부는 13년간 어민을 속이고만 있습니다. 여기에 경남도도 함께했다는 게 더 화가 납니다."

남해안 EEZ(배타적 경제수역) 내 골재(바닷모래) 채취를 2018년까지 다시 연장한다는 정부 기본계획(5차 골재수급기본계획)이 지난해 12월 말 이미 공표된 사실을 최근 뒤늦게 안 남해안 어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2001년 부산신항 건설에 쓸 모래를 판다는 명목으로 시작한 남해안 EEZ 골재 채취는 2008년부터 공기업인 수자원공사가 채취단지관리업자를 맡아 지금껏 두 차례 채취 연장을 했다.

처음에는 통영 욕지도 어민을 중심으로 해상 시위,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2008년부터 거제·통영·남해지역 어민대책위, 대형선망어업피해대책위 등 남해안 어민 1만 2000명가량이 공동대책위를 꾸려 채취 연장을 반대하면서 어업 피해용역 조사 합의에 이르는 등 일정한 성과가 있는 듯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와 경남도는 이미 지난해 12월 말 이곳 모래를 2018년까지 연간 1000만㎥를 파낸다는 계획을 세워 통과시켜놓고 어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이정생 남해안 EEZ 해상 골재 채취 어업인 공동대책위원장은 "어민도 더는 두고만 보고 있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오후 이정생 남해안 EEZ 해상 골재 채취 어업인 공동대책위원장이 어선을 타고 나가 거제 덕포 앞바다에서 바닷모래 채취 현장이 있는 남해안 EEZ 근해를 바라보고 있다. /이시우 기자 

"생각해보십시오. 현 욕지수협 조합장께서 2002년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피해 조사 사례가 없어 실제 피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습니다. 2010년 연장할 때 수자원공사로부터 용역을 받은 군산대 연구팀에서 해역 영향평가를 했는데, 별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실제 배를 타고 그곳에 함께 간 국책기관 연구원은 이들이 조사한 해저에는 조사 도구가 망가질 수 있어 조사를 할 수 없다는 전혀 다른 말을 하더군요. 이제는 어민에게는 피해조사 뒤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고는 조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정부는 채취 연장부터 결정하며 대놓고 거짓말까지 합니다. 여기에 경남도는 이 계획을 수립하는 회의에 참석해 실무자 사견이라는 핑계를 대지만 연장에 찬성했고요. 도대체 누구를 믿겠습니까."

2010년 7월 골재 채취 연장 때 군산대 보고서에는 해양 생태 영향이 미미하다고 했다. 하지만 어민이 피부로 느끼는 피해는 상당했다.

붕장어와 먹장어, 꽃게잡이 어업인으로 구성된 통영 근해통발수협 김광수 지도 상무는 "남해안 EEZ에서 골재 채취를 시작하면서 남해안 동쪽에는 꽃게가 자취를 감췄다. 붕장어와 먹(꼼)장어도 13년간 어획량이 같다. 어구와 선박은 현대화했고, 선원 임금은 올랐는데 어획량이 같으면 결국 적자 혹은 심각한 수준으로 이익이 감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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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협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사라진 꽃게를 부활시키고자 새끼 방류도 했지만 실패해 지금은 서해에서 방류사업을 한다. 일부 조업구역 허가를 받아 어선은 2박 3일 배를 타고 서해까지 가서 꽃게잡이를 한다.

2001년 당시 근해 장어잡이 연간 매출액은 1000억 원대였다. 그런데 2013년 연간 매출액도 똑같이 1000억 원 수준이다. 그 사이 어구와 선박 현대화는 상당히 이뤄져 예전보다 고기 잡는 기술은 훨씬 향상했다.

대신 값비싼 어구 사용으로 출어 비용, 선원 임금은 꾸준히 올랐다. 하지만 어획량은 13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김 상무는 "출어 비용은 갈수록 느니 선주들이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2018년까지, 아니 그 뒤에도 계속 모래를 파면 정말 답이 없다"며 암울한 표정을 지었다.

멸치잡이 어선도 어획량 감소를 겪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남해안 어민이 피부로 느끼는 위기감은 예상보다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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