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시인 노산 이은상을 기리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노산가곡의 밤'이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7일 저녁에 열렸다.

(사)합포문화동인회가 주최하는 행사로 올해 30주년을 맞이했다. 필자도 1990년대 초반부터 이 음악회 덕분에 이은상 시인의 작품에 곡을 붙인 가곡을 들을 수 있었고 경남 성악가는 물론 국내 정상급 성악가의 공연을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지난 공연과 다른 연출로 새로운 모습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하나의 주제로 30년을 이어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가곡이라는 한정적인 장르 하나로 매년 음악회를 진행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음악회는 많은 부분에서 준비가 잘된 음악회였다고 생각된다. 지난 몇 년처럼 시립교향악단 반주로 화려하고 꽉찬 무대는 아니었지만 한국 대표 소프라노 박정원, 바리톤 고성현이 출연했고 통영국제음악회 홍보대사인 TIMF앙상블의 실내악 반주는 색다른 묘미를 주었다.

테너 김병오와 TIMF앙상블이 함께한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 전곡 연주는 지역에서 보기 드문 무대였다. 관객들을 위한 자막 처리를 스크린 없이 음양판에 직접 함으로써 새로운 무대의 느낌도 연출했다. 연주회에 임하는 관객들의 자세도 음악회를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연주를 보고도, 성대한 잔치에 진수성찬을 맛본 뒤임에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은 어떤 것일까?

지역 음악인으로서 몇 가지 이야기하자면 앞서 말한 대로 과거 무대는 지역 성악가를 소개하고 또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과 교류의 장이기도 했다. 점점 그 비중이 줄어드는 듯하여 아쉽기만 하다.

둘째는 이은상 시인의 시조에 새로이 만들어진 가곡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날의 향수에만 젖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은상의 업적만 기리고 그의 창작정신을 이어가지 못하면 무슨 소용일까?

소프라노 박정원, 바리톤 고성현이 우리 가곡을 열창하고 다시 무대에 올랐다. 앙코르곡으로 '오 솔레미오'를 열창한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관객들의 환호 속에서 필자는 왜 그들이 이 곡을 부르고 있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테너 김병호와 TIMF앙상블이 함께한 슈만의 연가곡 연주 등도 물론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왜 이들은 이 곡을 '노산가곡의 밤'에서 연주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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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차려진 잔칫상에서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었는데 잔칫상에 올려진 모든 음식이 국내산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느낌이랄까?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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