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사 새로쓰기]2000년 이후 경남지역 의회 내 불미스러운 사태 15건, 지역 문제가 주 원인

현재 idomin.com에는 2000년 이후 46만 2300여 건의 기사와 6600여 명의 인물DB가 구축 돼 있습니다. ‘지난 기사 새로쓰기’는 바로 이렇게 구축된 idomin.com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하는 기사입니다.

김성일 창원시의원의 계란 투척 사태를 보면서 '초유의 사태'라는 표현을 써 가며 사람들이 굉장히 놀라워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슷한 일이 과거에는 없었을까요? 혹은 이보다 더 한 일은 없었을까요? 그래서 경남도의회를 포함해 시군의회와 '폭력', '충돌', '사태'라는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해봤습니다. 검색해 보니 이번 계란 투척을 포함해 2000년 이후 총 15건의 물리적 충돌이나 불미스러운 사태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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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이후 경남 지역 의회 내 충돌 일지.

성희롱부터 버스날치기까지 '요지경' 의회

표를 놓고 보면 대체로 2~3가지 형태로 압축이 됩니다. 가장 '가벼운' 형태로는 의회 내에서 의원간 혹은 시민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는 행태가 있습니다. 특히 옛 진해시의원이었던 배학술 의원은 2007년 10월 시의회에서 여성 동장에게 폭언을 하고, 얼마 뒤 동료 여성 시의원에게도 성희롱 폭언을 했습니다. 게다가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가 2006년에도 의회 밖에서 여성 시의원에게 성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금 더 강도가 세지면 의원끼리 혹은 의원과 집행부 간 몸싸움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압권은 2004년 12월 2일에 있었던 이승화 경남도의원의 '돌진'이었습니다. 이승화 도의원 지역구 예산이 다른 상임위에서 삭감되자, 이 의원은 해당 상임위 의원실에 들렀다가 논쟁을 하다 결국 몸을 날려 몸싸움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책상에 부딪혀 눈자위가 찢어졌습니다. 당시 이승화 의원과 논쟁을 벌인 의원은 권민호 현 거제시장과 임창호 현 함양군수입니다. 특히 임창호 의원과 사이가 안 좋았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지방의회]도의회 예산삭감 시비 의원간 폭력사태

다음으로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형태는 의회가 양분 돼 사안을 놓고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는 겁니다. 대개 세가 불리한 쪽이 본회의장을 점거하거나 안건 상정을 막으려 하고, 세가 큰 쪽은 힘으로 밀어붙이려 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일어난 통합창원시 청사 조례안을 두고 일어난 옛 창원지역 시의원들과 옛 마산지역 시의원들의 충돌이 압권입니다. 2010년 통합창원시가 출범하면서 통합시 청사 문제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옛 창원시청사를 '임시청사'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창원시의회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고, 결국 해답을 찾지 못한 각 지역 시의원들끼리 2011년 10월부터 2013년 4월까지 3번이나 큰 충돌이 빚어졌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임시청사'인 옛 창원시청사가 통합창원시청사로 결정됐습니다. 이때 의장석을 향해 몸을 날리는 마산지역 시의원의 모습이 전국에 알려져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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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4월 23일 오후 9시 2분 창원시의회 본회의에서 배종천 의장이 창원시청 소재지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기습 처리하자 마산지역 의원이 의장석 위로 뛰어올라 필사적으로 저지하고 있다. 의장석 위 뒷모습이 보이는 마산지역 김종식 의원은 배종천 의장이 의사봉 대신 주먹으로 탁상을 두드리자 발로 이를 막으려 하고 있다./경남도민일보DB

앞서 언급한 내용은 중앙정치판이나 타 지역 의회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2005년 12월 28일 감히 다른 지역에서는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도의회는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구 확정안을 놓고 대립하고 있었습니다. 문제가 된 '4인 선거구'는 기초의원 선거구를 중대선거구로 묶고 최대 4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되면 지역기반이 약한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등 야권도 당선자를 낼 수 있습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걸 해체하고 소선거구제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면 4명 모두 한나라당이 당선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야권은 시민단체와 힘을 합쳐 도의회를 막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한나라당 도의원 28명은 도의회 의사당 광장 우측에 있는 '경남 70나 9487'의회버스에서 제234회 도의회 임시 본회의를 열고 4분 만에 선거구안과 추경예산안을 처리했습니다. 버스안에서 안건을 통과시킨 이 사건을 '버스 날치기' 혹은 '차치기'라고 불렀습니다. 당시 버스 안에 있던 도의원의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강기윤(현 국회의원)·강지연·권민호(현 거제시장)·김권수·김기호·김길수·김문수·김영조·김진옥·김천호·남기청·박동식·박영일·박판도·배종량·서병태·송기원·안영대·옥반혁·우종표·이갑재·이방호·이수영·조문관·진두성·하정만·한동진·황태수 의원

1969년 국회에서 박정희 대통령 3선 연임을 위해 '3선 개헌안'을 야당 몰래 통과시키고자 국회 별관에서 한밤중에 본회의를 연 일은 있지만, 이처럼 버스 안에서 안건을 처리한 일은 건국 이래 초유의 일이었습니다. 역시 이 사건도 전국적인 이슈가 됐고, 이후 경남도의회의 '차치기'는 지방의회의 문제점을 언급할 때 마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사건이 됐습니다. 

이외에도 2013년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가 상임위를 통과할 때 집행부인 윤성혜 도 보건복지국장이 공무원들을 동원해 야당 의원들의 진입을 막고 조례안 통과에 적극 협조한 모습도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입니다.

충돌의 원인 살펴봐야

대개 국회에서 충돌이 일어나면 여야 간 성향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러나 경남지역 의회에서는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두고 대립이 일어난 일 외에는 성향이 크게 드러난 일은 별로 없습니다. 주로 지역과 관련해서 갈등이 많이 일어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승화 도의원은 지역구 사업 예산을 삭감한 데에 반발한 것이며, 통합창원시의회 충돌 모두 지역 간 갈등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2002년 옛 창원시의회에서 엄성도 시의원은 흉기를 책상에 내리치고, 창원시 간부에게 폭언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엄 의원은 '흉기 난동' 이전에 창원시 동읍 지역 도시계획 문제로 지역구 주민들에게 봉변을 당했고, 시의회에 들어와 지역구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난동'을 벌인 것입니다. 

이 외에도 자주 갈등이 벌어지는 것으로는 예산 관련 갈등, 그리고 의장단 선출 갈등이 있습니다. 특히 의장단 선출은 무난하게 선출되는 것을 보기 힘들 정도로 진통을 겪습니다. 더구나 2년 마다 의장단을 새로 선출하기 때문에 갈등은 2년 마다 반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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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0년 7월, 도의회 민주개혁연대, 무소속, 교육의원 등 비한나라당 도의원들이 도의회에서 기자회견과 농성 등을 하며 한나라당에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독식기도 포기를 촉구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거의 2년 마다 대부분 의회에서 의장단 선출과 원 구성을 둘러싸고 홍역을 겪는다./경남도민일보DB

이렇게 의회에서 충돌이 일어나면 뉴스에 대서특필되고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합니다. 그러면서 왜 충돌이 일어났는지는 잊혀지고 '누가 누가 싸웠다더라'는 결과만 남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통합창원시 청사를 둘러싼 갈등도 따지고 보면 통합준비위원회 단계에서 분명하게 매듭을 지어 놨다면 이렇게 갈등이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통합시를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주민투표 등 주민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이런 것들이 결정됐다면 시의원들이 저렇게까지 충돌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둘러산 충돌도 이미 홍준표 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밀어부쳤을 때부터 사실상 충돌이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공공의료 강화'를 이념과 당론으로 내세운 야당이 공공의료원이 폐업되는 것을 그대로 보고 있을리는 없습니다. 

또한 어떤 안건이 충돌 끝에 통과되거나 통과되지 않았을 경우,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나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러나 의원들의 '화려한 액션'에 시선이 팔리면 이런 것이 머리에 들어오기가 쉽지 않고, 미디어도 잘 다루지 않습니다. 만약 시민들이 이런 점들에 대해 잘 알고 있거나, 시민단체의 활약으로 여론이 형성 돼 있다면 정치인의 속성상 여론을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고, 충돌 보다는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조금이라도 더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 겁니다.

-관련기사: 지방의회 잇단 날치기 파행 끊을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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