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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인 세상읽기]텔레그램이 우리를 구원할까

고동우 기자 kdwoo@idomin.com 2014년 10월 15일 수요일

'사이버 망명'이 화제다. 지난 9월 검찰이 명예훼손 사건 수사를 위해 사이버 공간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부터다. 급기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검찰에 압수수색 당한 일까지 알려졌다. 대안은 독일에 서버를 둔 업체인 텔레그램이었다. 러시아 출신으로 푸틴 정부의 사이버 검열에 저항하다 독일로 이주한 '믿을 만한' 전력의 파벨 두로프가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보안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한국 정부의 '침탈'로부터 안전해 100만 명이 넘는 망명 행렬을 이끌었다.

'국익' 운운하는 분이 있지만 국민을 제대로 존중하고 지켜주지 않은 국가에 대한 정당한 응답이다. 현재 흐름은 국가의 무분별한 감시·통제, 사상과 표현의 자유 억압에 맞선 의미 있는 저항임이 분명하다. 다만 한 가지 의아한 풍경이 있었다. 정부와 카카오톡을 비판하고 텔레그램을 칭송하는 메시지를 또 다른 인터넷 공간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서 표현하고 공유하는 우리들. 이들 역시 끊임없이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수집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던 기업이다. 미국 등 각국 정부의 정보제공 요청에 숱하게 응했음은 물론 정보기관의 불법 도·감청 대상이 되었고, 심지어 상업적 목적을 위해 스스로 이용자를 '사찰'해온 그들이다.

국가는 안 되고 자본은 괜찮은 걸까? 자본은 국가와 달리 이 세계의 고마운(?) 지배자라도 되는 걸까? 너무너무 미운 나머지 '박근혜만 아니면' 무엇이든 다 좋다는 인식은 세상 모든 일의 원인과 결과, 책임이 오직 국가에만 있다는 '전도된 국가주의'에 다름 아니다. 박상훈 박사(정치학·후마니타스 대표)가 경고했듯이 그 귀결 중 하나는 바로 시민 자율성의 상실이다. 국가의 '책임'만 촉구하고 바라보다 여의치 않으면 자본의 '선의'에 모든 걸 내맡기는 어처구니없는 현실. 호명하면 할수록 결과적으로 둘의 힘만 강화될 뿐 개개인과 정당·노조·시민단체 등 자율적 결사체, 시민사회·지역공동체의 역할과 영향력은 반대로 쪼그라드는 역설.

텔레그램 페이스북 이미지. /캡처

텔레그램은 페이스북 등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도 있겠다. 기자는 회의적이다. 그들도 해킹이나 도·감청으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울 수 없으며 서버가 있는 독일 정부가 정보제공을 요청할 경우 응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억만장자인 파벨 두로프의 기부금만으로 운영이 충분해 상업적 목적에 휘둘릴 걱정이 없다지만 그것도 두고 봐야 할 일이 아닐까. '망명'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이용자가 폭증하면 운영비 또한 어마어마한 규모로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무엇보다 텔레그램은 파벨 두로프 한 사람의 결단에 모든 것이 좌지우지되는 공간이다. 소름끼치지 않는가? 오직 '그분' 한 분만 믿고 의지해야 하는 우리의 신세는 비참하기까지 하다. 만일 어떤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겨 그분마저 우리를 '배신'하면 또 어디로 도망가야 할까? 우리를 불안과 공포로부터 구해줄 새로운 구원자가 어디선가 또 나타기만을 간절히 기도해야 할까?

편안함과 즐거움, 안전함을 좇는 것은 좋다. 선택은 개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로 인해 잃어가는 것들을, 누군가에 무언가에 의존하지 않으면 스스로 서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도 함께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스마트폰과 메신저 사용이 잦아지면 질수록 지구 자원 파괴와 (핵발전소 등이 제공하는) 에너지 과소비 역시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현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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