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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맛이 거기서 거기라고요?

[경남맛집]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목살55'

박정연 기자 pyj@idomin.com 2014년 10월 15일 수요일

묵혀 먹는 돼지고기라. 고기는 신선도가 생명이라는 선입견이 산산이 부서진 날이다.

숙성 돼지고기 전문점 '목살 55'를 찾으면 30일 이상 묵힌 돼지고기를 맛볼 수 있다.

이런 곳에 고깃집이 있었나 할 위치에 자리했지만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하늘색 간판에 붉은 상호가 인상적이다.

목살 55는 마산운동장 후문 근처 MBC경남 입구 오른편에서 매일 오후 4시부터 새벽 2시까지 손님을 맞는다. 66.116㎡(20평) 남짓한 가게에 따로 주차장은 없으니 운동장이나 바로 옆 한국건강관리협회를 이용하면 되겠다.

숙성 목살 3인분을 주문했더니 손바닥 두 개 크기의 두툼한 고깃덩이가 나온다.

두툼함이 인상적인 숙성목살. /김구연 기자

돼지고기 맛이 '거기서 거기' 아니겠나 생각했는데, 속마음을 알아챈 듯 주방장 박정훈(34) 씨가 "한 점 드시고 재촉하면 곤란하다"고 웃는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했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고 싶어도 2cm 정도 되는 두께 앞에서 잠자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온전한 고기 맛을 위해 양념장을 생략하고 입안으로 가져갔다. 씹을수록 터지는 육즙에 '고기맛은 거기서 거기'가 아님을 자백하고 말았다.

묵은 돼지고기와 환상 궁합을 자랑하는 묵은지도 제대로다. 씻어나온 묵은지는 고기와 바로 만나야 어울리고, 붉은 묵은지는 깻잎 위에 올려서 고기를 더하면 맛이 배가된다.

고기를 구워주는 박정훈 주방장. /김구연 기자

미끈한 명이나물에 돌돌 말면 짭조름한 양념고기를 먹는 듯하다. 단맛을 더하고 싶다면 목살 55에서 만든 간장 특제 소스가 기다리고 있다.

시키지 않은 김치찌개가 처음부터 나와 있는데, 소주 안주에 국물이 필요한 손님을 위해서다. 공깃밥을 시켜 찌개 그릇에서 건져낸 익은 묵은지, 돼지고기와 비벼 먹어도 그만이다.

숙성과 부패의 경계. 돼지고기는 저온 숙성 방법으로 최소 35일에서 최대 55일까지 묵힌다.

"2년 정도 고생했습니다. 버리는 고기도 많았고, 이제는 숙성 포인트를 알기에 버리는 양이 점점 적습니다."

정육점이나 마트에서 사 먹는 고기도 엄연히 따지면 숙성된 고기다. 도축장에서 바로 잡은 고기는 근육이 경직돼 2~3일 정도 지나야 제 맛을 낸다.

다 익은 고기는 묵은지, 명이나물 등과 환상궁합이다. /김구연 기자

숙성은 건식 숙성(드라이 에이징)과 습식 숙성(웨트 에이징)으로 나뉜다.

건식 숙성은 과거 냉장고가 없던 시절 고기를 잡아 부위별로 나눈 뒤 통풍이 잘되는 곳에 매달아 놓는 방식이다. 겉은 수분이 날아가지만 속은 아미노산으로 농축된 향이 육즙에 스며든다. 겉은 도려내고 속을 쓰기 때문에 습식 숙성보다 버리는 양이 많다.

습식 숙성은 진공포장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긴 방법이다. 공기 노출을 전면 차단해 수분 증발을 막아 촉촉한 상태로 숙성한다.

스테이크 문화가 발달한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는 장기간 건식 숙성으로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다. 반면 한국처럼 마블링을 중시하고 종이처럼 얇게 구워먹는 문화가 발달한 경우에는 단기간 습식 숙성된 고기 맛에 길들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목살55 외관. /김구연 기자

박정훈 주방장은 "스테이크라고 해서 포크와 나이프가 있어야만 먹는다는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 두툼한 고기에 향을 더하는 길은 숙성밖에 없었다"고 했다.

목살 55에서는 건식 숙성과 습식 숙성 방법을 모두 취하고 있는데, 적정 온도와 기간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산만 고집하지도 않는다.

"오늘 드시는 돼지고기는 칠레산입니다. 국내산이라고 고기 질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때에 따라 미국산과 칠레산도 같이 씁니다."

삼겹살 부위는 비정상적으로 수요가 많아 가격이 비싸다. 외국산으로 가격 경쟁도 겸한다고 했다.

목살 55에서는 목살과 삼겹살을 취급한다. 박 주방장은 "목살 전문점이긴 하지만 워낙 삼겹살을 좋아하는 한국인 입맛 때문에 삼겹살을 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예약제로 운영했지만 예약해놓고 제 시간에 오지 않는 손님과 줄 서 있는 손님 때문에 아예 없앴다고 한다.

이미 SNS상에 줄 서 먹는 집으로 이름나 있는 목살 55는 이달 안에 마산합포구 완월동 쪽에 2호점이 생긴다.

"장담하건대 앞으로 돼지고기는 숙성이냐 아니냐로 판가름날 겁니다. 자신 있습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 △숙성목살(150g) 8000원 △숙성삼겹살(150g) 8000원 △김치찌개(추가) 3000원 △된장찌개 3000원.

◇위치 : 창원시 마산회원구 삼호로 111(양덕동).

◇전화 : 055-294-3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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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기자

    • 박정연 기자
  • 삶이 예술이다. 문화체육부 기자 박정연입니다. 공연(연극·음악·무용 등)분야, 맛집, 서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귀기울입니다. 연락처 010-5119-6213, 메일 pjy@ido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