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윤형근 개인전 완판으로 돌아본 도내 미술시장 '작품 보다 인맥'

요즘 도내 작가들 사이에서는 '완판'이라는 단어가 화제입니다. 얼마 전 창원 한 전시회에서 추상화 작품이 모두 팔렸기 때문입니다. 지역에서 이례적인 일이라 어딜 가든 이야깃거리입니다.

작가들은 굉장한 일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우려와 쓴소리도 있습니다. 기형적인 지역 미술시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완판을 계기로 도내 미술계의 현실을 돌아보았습니다.

◇윤형근 작가 개인전 '솔드아웃'

서양화가 윤형근 작가가 매진(sold out)을 기록했다.

지난달 25일까지 창원 the큰병원 숲갤러리에서 열린 '초대 개인전-윤형근전' 그림 19점이 모두 팔렸다. 'Cosmos(우주)'를 주제로 추상적으로 표현한 20~50호짜리 작품들이다.

윤 작가는 4년 만에 연 개인전에서 도내 미술계에 기록될 쾌거를 이뤘다.

작가는 "10년 만에 오일을 사용했다. 바탕을 수채화로 깔고 위에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그렸다. 준비 기간이 길었다. 오랜 기간 작업한 것을 알아봐 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변에 공을 돌리기도 했다. "여러모로 운이 좋았다. 지인들의 도움이 컸다."

지난달 1일 윤형근전 여는 행사에는 도내에서 내로라하는 작가가 모두 모였다.

지난달 1일 창원 the큰병원 숲갤러리에서 열린 윤형근 작가 개인전 여는 행사 모습. /숲갤러리

김대환, 박춘성, 윤종학, 황원철 등 원로 작가와 전업작가회, 미술협회, 예총 등 문화단체장이 얼굴을 내비쳤다. 강동현 등 젊은 작가도 참석해 축하의 말을 나누었다.

숲갤러리 측은 작품과 '팬심', 합리적인 가격 등이 완판의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지역에서 보기 어려운 비구상 작품이 소장 가치를 높였고 윤 작가의 재도약을 바라는 각계각층 인사가 구매에 나섰다는 것이다.

기존 작품보다 가격대를 낮춘 것도 구매 부담을 줄였다고 한다.

백경희 숲갤러리 담당 직원은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작가의 넓은 인간관계 등이 조화를 잘 이뤘다"며 "숲갤러리는 홍보 대행, 팸플릿 지원 등 도내 미술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내년까지 전시 계획을 완료했다. 미술 애호가 발길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박창석 숲갤러리 관장도 "2010년에 개관해 5년 만에 솔드아웃을 했다. 상업 갤러리가 아닌 비영리 갤러리에서 해내 더 값지다"고 했다.

미술평론가 이성석(전 경남도립미술관 팀장) 씨는 "작가가 영혼을 담은 작품을 연구하면 지방이라는 한계도 병원 부설 갤러리라는 고정관념도 넘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번 작품이 미술품 애호가들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작가들 왜 서울로 가나

도내 작가들은 이번 완판을 함께 기뻐하고 있다.

전시회에서 만난 한 화가는 "발이 넓은 작가라도 매진을 하기 어렵다. 요즘같이 미술 경기가 바닥 칠 때 알음알음 팔기도 쉽지 않다. 윤 작가는 굉장한 걸 해냈다"고 했고 또 다른 화가는 "어디를 가든 완판 얘기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환호성만 지를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이번 매진사례가 지역 미술시장을 일으키는 계기가 될지 의문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여전히' 어려운 도내 미술시장에서 전시회는 관행적으로 진행된다.

오랜 기간 준비한 신작을 내놓기보다는 매년 정해진 정기전과 그동안 선보였던 작품을 다시 모아 여는 형식 등으로 주로 열린다.

도내 미술단체 관계자는 "지역에서 완판은 서울과 조금 다른 의미다. 경남은 대기업 지원이 많은 편이다. 구매자는 작품이 아니라 안면을 의식한다. 또 작품을 투자 가치로 여기지 않는다"고 했다.

한 갤러리 관장도 "작가의 힘만으로 완판되기는 어렵다. 도내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주체는 기업, 메세나 등인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대거 선보인 한 갤러리는 현실의 높은 벽을 확인했다. 신선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거래는 전혀 성사되지 않았다.

이 전시를 연 관계자는 "지역에서는 작품만으로 승부하기 어렵다. 젊은 작가들이 서울로 가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전시회 때 평균 2~3점이 판매된다. 조각이나 외국 작가는 전혀 호응이 없고 회화 쪽으로 팔리는 편"이라면서 "경남은 상부상조 경향이 짙다. 작가들이 사적인 거래를 많이 한다. 애호가들은 같은 작가 작품이라도 서울에서 사는 경향이 있다. 지역은 완판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고 했다.

창원의 한 상업 갤러리는 작품 판매 대안으로 오히려 문턱을 높였다. 주요 고객만을 대상으로 전시 전부터 작가 소개와 작품의 가치 등을 꾸준히 알린다.

갤러리는 이들이 어느 정도 반응을 해야 전시를 연다. 전국 유명 작가의 작품 등 가격이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판매는 꾸준하다.

최근 서울에서는 미술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대표 경매업체 서울옥션과 K옥션 낙찰총액이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도내 미술시장에서 제2의 완판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또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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