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단기간 700승 김영관 조교사, '루나'이름으로 2500만 원 기부

차태현 주연의 영화 <챔프>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절름발이 경주마 '루나'(은퇴)가 경남·부산지역 장애인 스포츠 선수를 위해 거액의 성금을 기부해 화제가 되고 있다.

렛츠런파크 부경은 한국 경마 최단기 700승을 달성한 김영관(54) 조교사가 포상금과 개인기부금 등을 모아 총 2500만 원을 루나의 이름으로 부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기부금 전달식은 오는 12일 김영관 조교사의 700승 달성 기념식과 함께 열릴 예정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스포츠를 통해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장애인 선수들에게 기부금을 쓰기로 했다.

첫 번째 수혜자는 뇌성마비 장애 1급으로 장애인 스포츠 '보치아' 부산 대표선수로 활동 중인 정태호 씨다. 훈련도구와 생활비 등을 지원받게 된다.

김영관 조교사와 루나의 인연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영관(왼쪽) 조교사와 경주마 루나. /렛츠런파크 부경

렛츠런파크 부경이 한창 개장을 준비하던 2003년 둘은 만났다.

태어나면서부터 인대염으로 두 뒷다리를 저는 말이었다. 장애가 있지만 심폐 기능이 뛰어나 충분히 경주마로 가능성이 있다고 본 김 씨는 역대 최저가인 970만 원에 루나를 낙찰받았다.

이후 그는 다리를 수술하는 대신 허리를 강하게 하는 훈련으로 루나를 조련했다.

루나는 2005년 경상남도지사배를 시작으로 2008년 오너스컵 등 큰 대회를 잇따라 석권하면서 2009년 11월 은퇴할 때까지 7억 5700만 원의 상금을 벌었다.

김영관 조교사가 루나에 애착을 보이는 것은 자신의 삶과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1976년 기수 생활을 시작했지만 체중 조절 실패로 마필관리사로 전향했다. 자신만의 마필 관리 노하우가 있었지만 조교사 지시를 받아 일하는 관리사로는 마음껏 뜻을 펼치기 어려웠다.

수차례 마찰을 빚다 결국 그는 외톨이가 되고 만다. 그러다 기회가 왔다. 2003년 부경경마공원 개장을 앞두고 조교사로 개업하면서 운명처럼 루나라는 희대의 명마를 만난 것이다.

루나가 맹활약을 펼치면서 김영관 조교사도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40여 마리를 관리하는 스타 조교사가 됐다. 그가 관리하는 말 대부분이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며 최근 700승까지 이어졌다.

김영관 조교사는 "루나는 진정한 조교사의 길을 보여줬다"면서 "내가 받은 루나의 감동이 다름 사람에게도 이어졌으면 한다"고 성금 기부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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