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인정하는 우리 사회 됐으면 해요"

유리(32) 씨는 언어에 능통하고, 동물을 사랑하고, 채식주의자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현재 창원에 산다. 고정된 직업은 없다.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불어에 능숙한 유리 씨는 전세계인이 자신의 친구다.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인 삶을 산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보고 싶다는 유리 씨. 그의 삶이 궁금했다.

6살 무렵, 이른 나이에 유리 씨는 한국이 굉장히 획일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너무 빠른데요?"

"그 당시 나이 터울이 어느 정도 있는 오빠들이 유럽영화, 할리우드 영화를 즐겨 봤어요. 영화 속 삶은 멋있고 다양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웃음)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말이 아닌 '영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영어를 잘하면 저 세상에 가볼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외국은 유리 씨에게 이상향 같은 존재였고 영어는 이상향을 가기 위한 연결다리였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고 성적도 곧잘 나왔다. 대학교 1년을 마치고 4개월 정도 아르바이트를 해 500만 원을 벌었다. 그리고 영국에서 1년 정도 생활했다.

유리 씨는 동물을 사랑한다. 가장 약하고 도움이 절실한 존재는 바로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옆에 있는 고양이는 길고양이 '냥코'. 유리 씨는 나눔이 실은 생각했던 것만큼 거창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어땠어요?"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장애인이든 동성애자든 소수자를 인정하고 개성을 존중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옷 치수도 다양해요. 옷에 사람을 맞춰야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말라깽이든 뚱뚱하든 옷 입을 권리를 인정해줍니다. 우리나라에서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고기도 못먹고 불쌍하다, 깐깐하다, 옳지 않다' 등 왈가왈부하잖아요. 외국에서는 뭘 먹든 개인의 선택이고 그 선택을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 그런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대학교(불문과)를 졸업하고 우리나라 기업에 취업을 했다. 개인주의와 자유를 추구하는 유리 씨에게 조직 생활은 굉장히 힘들었고 얼마 되지 않아 그만뒀다. 두 번째 택한 외국계 기업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하지만 외국에 살고자 했던 마음이 컸던 유리 씨는 또 영국으로 떠났다. 2년 정도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유리 씨는 동물을 사랑한다. 가장 약하고 도움이 절실한 존재는 바로 동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초등학교 2년부터 대학교 4년까지 집에서 강아지를 키웠다.

"길고양이를 키운다면서요?"

"네. 둘 다 수컷인데 냥코와 마니예요. 귀엽죠? 사실 영국 갔다 와서 진로도 불안하고 수입도 불안정했지만 조금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자라는 생각에 동물보호단체에 정기후원금 월 3만 원을 보내고, 길고양이에게 주는 사료비로 매달 2만 원을 써요. 통역을 한다든가 자유기고가로 재능기부나 캠페인 등 자원봉사를 하기도 해요."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학교를 오갈 때마다 유리 씨를 반겨주었던 누렁이가 몇 개월 뒤 사라졌다. 수소문 끝에 누렁이가 보신탕집에 팔려갔다는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동물 학대 등에 관심을 뒀다. 2006년 처음 입사한 회사 옆 공터에서 공사판 아저씨가 식용으로 팔려고 묶어둔 개들에게 매일 사료와 우유를 주기도 했다. 예전에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내가 이런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하지만 이제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하자'고 마음먹었다.

"채식도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된 건가요?"

"네. 2년 반 정도 됐어요. 난 채식주의자이지만, 육식이 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과도한 소비와 이윤을 위해 행해지는 공장식 축산은 절대 반대해요. 폴 매카트니는 1주일에 단 하루만이라도 육식을 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전세계적으로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공장식 축산이 인류와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입니다.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면 어렵지 않아요."

산에 올라가는 방법이 100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안전한 등산로를 택하고 주위 사람도 그 길을 택하지 않으면 정상에 갈 수 없을 거라고 한다. 유리 씨는 등산로를 선택하지 않았다. 다칠 수 있고 느릴 수 있지만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가고 있다.

"창원에 오게 된 이유도 그래요. 뭘 해서 먹고살지 고민하다가 서울밖에는 살아본 적이 없어서 창원에 오게 됐어요.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웃음) 언젠가는 외국어, 동물, 채식 등 다양성을 추구하며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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