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해양신도시 가능하다](2)인공갯벌과 내수면 공원

마산 해양신도시는 인공섬이다. 바다를 흙으로 메워 땅을 만들고 그 위에 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뭍에서 하는 개발사업과는 접근 방식부터 다르다.

없는 땅부터 만들어야 하니 개발 시작부터 드는 품과 비용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대신 상대적인 장점이 하나 있다. 애초부터 걸려 있는 다른 땅이 없으니 그만큼 제약도 없다. 정해진 면적과 구역 안에 가장 이상적인 설계안을 반영할 수 있다.

허정도 창원물생명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백지에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문제가 있다면 계획 단계에서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고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원물생명시민연대가 제시한 대안이 파고드는 지점이다. 지금은 잘못된 사업 방향을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는 단계라는 것이다. 이제 호안 조성을 마친 해양신도시 사업은 기준선만 그은 흰 종이인 셈이다.

◇갯벌과 공원 = 해양신도시 조성은 호안 축조까지 마쳤다. 호안이 인공섬을 만드는 기준선인데 그 안에 흙을 쏟아부으면 개발할 땅이 만들어진다. 호안을 기준으로 조성 예정인 인공섬은 3개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창원물생명시민연대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대안이 바로 이 3개 구역 활용 방안이다.

시민연대는 3개 구역 가운데 일단 2개 구역만 준설토 투기장으로 활용하자고 했다. 준설토를 부은 한 곳은 그대로 둬 인공갯벌을 조성하고 나머지 한 곳을 '에너지 자족 도시'로 개발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인공갯벌과 신도시를 양쪽으로 낀 나머지 한 개 구역은 메우지 말 것을 제안했다. 이 공간이 바다를 인공섬 안쪽으로 끌어들이는 내수면 공원이 된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창원시가 애초에 신도시로 개발하려던 면적 가운데 55% 정도를 인공갯벌과 공원으로 활용하자는 구상이다.

이 대안은 시민연대가 해양신도시 개발 대상 구역에 그냥 그린 밑그림이 아니다. 시민연대는 기자회견에서 일본 사례를 제시했다. 일본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인공갯벌 조성에 나서고 있다. 허 공동대표는 "해양 생태계 복원, 해안 재난 방재 기능 등 인공갯벌이 지닌 효용성에 대한 평가가 매우 높다"며 "일본은 꾸준히 인공갯벌 조성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오사카 남항 인공 갯벌./창원물생명시민연대

시민연대가 특히 주목한 사례는 오사카에 있는 인공갯벌 공원이다. 해양신도시 사업과 마찬가지로 인공섬 형태로 조성된 공원은 창원시가 바로 비교분석을 해도 될 정도로 그 생김새가 비슷하다.

내수면 공원 사례로는 기타큐슈 모지항이 있다. 움푹 들어간 만 주변으로 친수공간을 조성한 것인데 만 입구에는 도개교를 설치했다. 육로로 만을 감싸며 돌 수 있게 하고 큰 배도 드나들 수 있는 구조다. 친수 공원이자 항구 기능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역시 해양신도시 호안 구조를 보면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허 공동대표는 "이 대안만 잘 반영할 수 있으면 마산 해양신도시는 재앙이 아니라 마산만을 더 잘 가꿔서 시민에게 되돌려 주는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사카 섬형 인공갯벌./창원물생명시민연대

◇그리고 에너지 자족 도시 = 인공갯벌, 내수면 공원과 더불어 제시한 '에너지 자족 도시'는 해양신도시 개발 구색을 갖추고자 내놓은 대안이 아니다. 오히려 해양신도시와 상권을 공유할 이 지역 주민에게는 갯벌이나 공원보다 훨씬 예민할 수 있는 문제다.

허 공동대표는 "창원시가 추진하는 탄소 제로 하우스(C-zero house) 사업과도 잘 맞고 인공갯벌, 내수면 공원과 묶어 창원시가 내세울 수 있는 친환경 사업의 상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대규모 소비지역 형성을 제한해 구도심 상권이 무너지는 현상을 막자는 뜻이 크다. 오히려 에너지 자족 도시를 드나드는 유동인구가 구도심 상권 활성화에 보탬이 되는 쪽으로 개발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연대가 내세우는 대안에서 드러나는 장점은 많다. 일단 해양수산부와 창원시, 시민연대가 요구하는 사항이 모두 반영됐다. 준설토 투기장이 필요한 해양수산부, 해양신도시 조성과 국비 조달이 필요한 창원시 사정을 고려하면서 시민연대 뜻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친수공원을 만든 기타큐슈 모지항./창원물생명시민연대

차윤재 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창원시는 신도시 조성 면적이 줄어드는 만큼 사업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도시개발용지보다 준설토 투기장 면적이 훨씬 넓어지므로 국비 신청 명분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14년째 해양신도시 조성을 반대했던 시민단체가 마산만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중재안을 내놓았다. 이제 해양수산부와 창원시 답을 들을 차례다. 더불어 시민연대 제안이 지역에서 어떻게 확대할 수 있는지 그 반응도 짚어야 할 것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