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초, 남편의 휴대전화를 무심코 본 적이 있다. 처음엔 문자 알림음 하나로 무심코 보기 시작한 것이, 사람 호기심은 왕성하기에 누구랑 무슨 대화를 하나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메신저도 보고 통화 목록도 보고 이것저것 구경하고 있는데 남편이 휴대전화를 확 뺏어가는 것이다.

아무리 아내이지만 휴대전화는 사생활이니까 좀 지켜줬으면 좋겠단다. 한마디로 "보지마"라는 것!

당시에는 숨기는 게 있나, 날 못 믿나 싶기도 해서 기분 나빴는데 시간 지나서 생각해보니 그냥 남편은 당연한 얘기를 한 거였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아무리 남편이라고 해도 나 몰래 내 휴대전화를 이것저것 뒤져 본다면 기분 나쁠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린 결혼해서 지금까지 서로의 휴대전화를 보지 않는다. 대부분 시간을 공유하는 결혼 생활에 휴대전화는 마지막 남은 사생활이라고나 할까.

요즘은 부부 간에 지켜온 사생활이 아무 소용없는 듯한 현실이다. 검찰은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악의적 허위 사실 유포나 명예훼손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담수사팀을 구성, 본격 수사에 나섰다.

수사라고 하지만 달리 말하면 사이버상에 비밀이 없어지는 것이다. 내가 올린 글을 내 의사와 상관없이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

익명이 보장되는 사이버상이기에 표현을 격하게 하는 이가 많은 것도 사실. 사실이 아닌 것을 유포하는 것도 다반사. 검열이 필요하다고 찬성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 검열이 어디까지 해당되느냐 의문이 제기되면서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사이버망명'이라는 말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휴대전화 메신저 검열을 한다는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사람들은 대화 내용 해독이 불가능한 해외 메신저로 갈아타고 있다. 지키고 싶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 말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보여주기식 글을 쓰고 관심 가져주길 바라는 알림 공간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는 친한 사람에게나 털어놓을 수 있는 사적인 감정과 의견, 양심적 고백을 할 수 있는 개인적 공간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난 SNS가 예전 내 비밀 일기장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에 모르는 이가 엿보는 것이 그리 달갑지는 않다. 일기를 쓸 때 내 속에 담아뒀던 감정을 고스란히 옮겨놓듯, 누가 싫으면 싫다, 뭔가 하기 싫으면 싫다, 내 감정을 적는 곳이 일기장에서 SNS로 바뀌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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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고 싫음을 표현한 것이 검열 대상이 될 수도 있다니. 선생님이 내 일기장을 읽고 검열할 때 선생님이 좋아하실 만한 이야기만 일기에 쓰듯 SNS도 마음을 담지 못하고 그냥 보여주는 공간으로 바뀔 거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배우자로부터도 지켜오던 사생활을 계속 보호받고 싶은 건 이제 사치일까. 

/김성애(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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