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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자취 더듬으며 아이들도 자연이 된다

[토요 동구 밖 생태·역사교실] (18) 전남 순천

김훤주 기자 pole@idomin.com 2014년 10월 07일 화요일

사람의 역사·문화는 자연생태와 동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자연생태가 빼어난 장소에 모여 살았고 그러면서 역사를 만들고 문화를 일궜다. 또 이렇게 모여 사는 데서는 일부러 자연생태를 가져와 들여앉히기도 한다. 집 안이나 마을 둘레 곳곳에 나무를 심고 풀을 기르고 연못을 만들고 우물을 파는 것이다. 이렇게 역사·문화와 자연생태가 가장 잘 어우러진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전남 순천에 있는 낙안읍성이다.

지금 낙안읍성 모양은 1626년 조선시대 이름난 장군 임경업이 낙안군수로 와 있을 때 완성됐다. 한국전쟁을 전후해서 많이 망가졌다가 1983년 이후 거의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낙안읍성에는 또 사람이 살고 있다. 옛날 모습 그대로 초가집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골목도 꼬불꼬불 흐르면서 이런 집들을 이어준다. 동쪽 출입문 낙풍루(樂豊樓), 객사 낙안지관(樂安之館), 동헌 사무당(使無堂), 동헌 대문 낙민루(樂民樓), 원님 살림집 내아 따위 기와집도 모여 있다. 이런 사이사이로 은행나무·팽나무·푸조나무·느티나무·대나무 같은 오래된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다. 또 집집마다에도 감나무·대추나무·매화나무·산수유나무·모과나무들이 넘치고 다닥다닥 붙은 텃밭에서는 갖은 채소와 나물들이 심겨 있다. 만약 사람이 이처럼 터잡고 살지 않는다면 낙안읍성이 지금처럼 자연생태가 풍성하고 잘 가꿔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낙안읍성 안 인공 습지라 할 수 있는 연못과 물풀들. 멀리 나무그늘이 시원해 보인다.

9월 20일 마산행복한·상남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한 '토요 동구밖' 생태체험 첫머리에 낙안읍성이 놓인 까닭이다. 사실 대부분 사람들은 낙안읍성 돌로 쌓은 성곽이나 초가집 또 돌담 정도만 그럴 듯하게 여긴다. 하지만 눈여겨보면 거기 있는 오래된 나무들이 그보다 더 훌륭하고 엄청난 존재임을 알 수 있다. 들머리에서 끄트머리까지, 또 중간중간에 여러 아름드리 나무들이 옛적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그늘에 들어가 푸름과 더불어 시원함을 누린다. 나무 사이를 가로질러 걸으면서는 잎사귀 흔들어대는 가을바람 냄새까지 가슴에 담는다.

낙안읍성 앞에 내린 아이들은 동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간다. 임경업장군선정비 받치고 있는 귀부도 보고 담장 안팎도 기웃대고 객사에도 들어간다. 객사에서는 아이들이 조용했지만 바로 이어 들어간 동헌에서는 왁자지껄하다. 곤장 치던 형틀이 거기 놓여 있기 때문이다. 옛날 사람들 가두는 옥사에서도 아이들은 즐겁다. 거기 마련돼 있는 곤장틀·큰칼·주리틀이 아이들한테 장난감 노릇을 톡톡히 한다.

아이들은 사람 사는 민가를 빙 둘러싸고 있는 성곽 위에도 올라가 내처 걷는다. 바람이 불어오는 한편으로 사방으로 툭 트여 너른 들판이 한꺼번에 다 담을 수 있어 눈맛도 시원하다. 그냥 아이들은 신이 났다. 우물도 보고 연못도 보고 거기 노니는 물고기도 보고 거기 자라는 마름 따위 물풀도 만져본다. 낙안읍성과 역사를 함께하는 나무들과 우물과 연못과 물고기·물풀들이다. 점심은 읍성 안에 있는 옛날 초가 민속음식점에서 먹었다.

순천만 갯벌에서 꼬물거리는 무엇을 사진찍고 있다.

그러고는 곧바로 갈대밭이 드넓은 순천만 생태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순천만 생태공원 갈대밭에 들어서면 누구나 할 것 없이 가슴뿐 아니라 머리까지 시원해진다. 실제로 바람이 불어서도 그렇지만 끝없이 펼쳐지는 갈대 물결이 엄청나게 해방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아마도 대부분 아이들은 이토록 넓은 갈대밭은 이번이 처음이었지 싶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갈대밭 사이로 난 덱을 따라 걷는 한편으로 가로세로 마구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많았다. 어떤 친구는 갈대밭 안으로 들어가 완전히 파묻혀 버리기도 했다. 모습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만 울려퍼진다.

순천만은 네 철 모두 아름답다. 봄에는 때묻지 않은 연둣빛으로 아름답고 여름에는 초록이 짙어서 아름답고 가을에는 출렁이는 갈색으로 아름답고 겨울은 바짝 마른 줄기의 서걱거림으로 아름답다. 여름이 물러나고 가을이 다가오는 지금 같은 때는 피어오른 꽃술의 갈색과 아직 시들지 않은 줄기의 초록이 어울려 아름답다. 갈대숲으로 갯바람이 불어 흐드러지는 사이로는 스며드는 햇살로 눈이 부시다. 그러는 새에 갈대밭은 한꺼번에 무너지고 일어서고를 되풀이하면서 춤을 추는 멋진 모습을 베풀어 보여준다.

순천만은 습지가 갖는 심미·치유 효과를 있는 그대로 다 보여준다. 멋진 모습과 풍성한 부피로 사람을 사로잡고 마음을 즐겁게 하다가 나중에는 차분히 가라앉게 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걷고 뛰고 소리지르고 하는 틈에 거뭇거뭇 드러난 갯벌에 눈길을 던지는 친구도 있다. 쪼그리고 앉으니 갯내음이 바람에 흩어지지 않아 그대로 맡을 수 있었다. 달님 표면을 닮은 게구멍은 여기저기 곳곳에 보송보송 뚫려 있다. 온통 뻘칠을 한 게들을 아이들은 용하게 알아보고는 탄성을 내지르며 즐거워한다.

거기 들어가 예나 이제나 그대로 살고 있는 사람을 통해 역사·문화와 자연생태가 마치 원래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굳건하게 결합돼 있는 낙안읍성. 그리고 자연이 펼쳐놓은 드넓은 갯벌과 그 위에서 엄청난 규모로 자라나 있는 갈대숲이 언제나 맞아주는 순천만 생태공원. 생태자연이 사람한테 안겨주고 사방으로 풍겨주는 즐거움과 기쁨과 보람을 온전하게 누린 하루, 생태자연의 품 속에서 그 고마움을 온몸으로 체득할 수 있는 하루였다.

※이 기획은 두산중공업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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