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전문예술단체백서가 발간되었다. 이 자료를 보면 경남의 문화예술단체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꾸려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술은 배가 고프다는 항간의 말들에 맞장구를 치듯 이런 현실은 예술의 숨통을 막는 것에 다름 아니다.

본보는 그동안 지속해서 경남 문화예술단체들의 열악한 환경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이번 백서를 통해 드러난 것은 충격적이다. 경남에는 정부의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전문 예술법인·단체로 지정된 단체가 72개이다. 지난해보다 30개가 늘어나 전국적으로는 두 번째로 많다. 하지만 늘어난 예술법인 단체가 곧바로 지역의 문화예술을 꽃피울 수 있으리라는 것은 남가일몽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전문예술단체 인력은 크게 기획행정, 기술기타, 단원 등으로 나뉜다. 그런데 도내의 기획행정인력의 비정규직 비율이 49.3%로 전국 수준보다 11%p나 높다. 비율은 낮지만 기술·기타인력의 비정규직 비율도 전국보다 높다. 더 큰 문제는 예술을 직접 행하는 단원은 전국보다 훨씬 높은 비정규직 비율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87.3%로 전국에서 네 번째다. 전국적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상식 이상으로 높으니 경남이라고 특별할 것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정부와 대통령이 문화융성을 외치고 있지만, 예술인은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지금 예술인들이 처한 현실이다. 문화 융성이 그냥 되지 않는다는 것은 정부나 예술관계자 모두 공감하는 사실일 것이다. 서구 유럽은 르네상스의 유산으로 지금도 떵떵거리고 살고 있다. 르네상스를 일군 주역들은 도시국가의 지도자들이거나 가톨릭 교회였다. 그들이 예술가들에게 안정적인 생활과 예술혼을 불러일으켰고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예술의 향기만으로 수천만의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문화융성 기치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겨우 케이팝과 드라마에 만족하는 현 상태로는 문화융성은 말의 성찬일 뿐이다. 예술인들도 끼리끼리 비정규직이라도 나누자는 맹아적 수준을 벗어나 예술의 내면으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와 도, 문화예술인이 문화예술 자체를 직시하고 메세나 등 이를 적극 후원하는 기본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문화예술계의 탈바꿈은 불가능한 것이다. 배고픈 예술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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