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학교, 신나는 교육] (16) 졸업생 이야기, 나는 행복해지는 법을 배웠다 1

타지역 혁신학교 연속기사 마지막으로 졸업생 이야기를 두 번에 걸쳐서 해볼까 합니다. 먼저 <학교 바꾸기 그 후 12년 - 남한산초등학교 졸업생들의 이야기>(맘에드림. 2012.)란 책을 통해 혁신학교 효시, 남한산초등학교 졸업생부터 만나보겠습니다. 2004년에서 2006년 졸업한 이들이니 지금은 다들 20대 중반이겠네요. 대부분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딱딱한 수업, 시험, 등수 등 입시 위주 교육에 충격을 받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현실을 인정하고 때로는 현실을 뛰어넘으려 애쓰면서 성장해갑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일들을 스스로 생각하면서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나선다는 겁니다.

남한산초등학교 졸업생 중에는 대안학교로 진학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김성은(여·2004년 2월 졸업) 씨는 일반중학교를 고집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그 학교의 유별난 아이가 된다.

"난 남한산에서의 배움이 절대 뒤떨어지거나 낮은 수준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었고, 해서 내가 일반 교육을 받은 보통 아이들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과감히 대안중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그리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중학교를 배정받았다.

선생님의 질문에 유일하게 내 목소리로 대답하는 아이도 나 하나였고, 질문 없느냐는 선생님의 말씀에 있다고 손 든 아이도 나 하나가 유일했다. 한 친구가 내게 물었다. 왜 그렇게 발표를 많이 하느냐는 거였다. 나는 그 질문에 당황했다. 왜냐고? 궁금하니까. 더 알고 싶으니까.

경기도 혁신학교 남한산초등학교 졸업생들은 선생님, 친구들과 즐거운 수업을 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찾아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남한산초등학교

다른 아이들이 질문하지 않는 이유가 실제로 다 알고 있어서 그런 건지, 모르면서도 창피해서 손을 들지 않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겐 손들고 발표하고 내 목소리를 내는 수업 시간이 당연했기에 한 번도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그 모습이 다른 아이들에겐 희한한 풍경이었나 보다."

이재경(2004년 2월 졸업) 씨는 일반중학교에서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고 고백한다.

"일반학교로 진학했을 때 느낀 것은 내가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들보다 실제는 더욱더 달랐다. 학생 수가 많기에 수업 중에 선생님이 누구를 일일이 챙기지도 않았고, 수업은 아이들의 이해나 배움 정도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정해지 대로 진도를 나갔다. 아이들의 이해를 돕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주입식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이러한 배움은 시험 외에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남한산초등학교에서 받은 교육 방식이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었다는 이도 있다. 정동녘(2003년 2월 졸업)씨 이야기다.

"논술전형에서 우선 선발로 합격한 학생으로서 그 자긍심이 굉장히 높은데, 그 이유는 나에게 일반적인 학습 방법이 아닌 스스로 생각해보고 이해하는 공부법을 가지게 해 준 남한산의 교육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6학년 때 남한산 교육 방법으로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때부터 나의 진로를 대략 정하게 되었다. 이후 대학 전공을 정하기까지 나는 진로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학 생활을 주도적으로 해 나간다. 권새봄(여·2006년 2월 졸업)씨 글을 보자.

"대학 친구들,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대한민국 대학생은 자신의 청소년 시절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다. 7~8할 정도는 이구동성으로 입시 지옥, 선생님, 친구들과 단절, 학교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나는 남한산초등학교에서 경쟁 대신 배려를 배웠다. 그건 상대방을 인정하고 나 또한 존중받는 것이다."

남한산에서 좌절을 극복할 힘을 얻었다는 김대훈(2006년 2월 졸업) 씨의 글도 있다.

"다른 학교들이 가지지 못한 것, 그리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남한산 만의 특징은 결국 학생들의 창의성과 순수성을 극대화하며, 그것이 밖으로 발현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다른 학교에서는 보기 어려운 경험들을 통해 나와 남한산의 학생들은 마음껏 상상력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겪은 수없이 많았던 좌절과 암담한 순간에서도 남들처럼 현실에 안주해 버리지 않게 해준 동기가 되었다."

이와 관련해 김성은 씨의 글을 다시 보자.

"남한산에서의 수업에 대해 언급하자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던 남한산에서의 에너지, 그 근원이 여기에 있다. 들마을, 강마을, 그리고 하늘마을. 아직도 내 정신적 성장 대부분이 이 시기에 이루어진 거라고 말하는 내게 남한산 수업은 어떤 특별한 커리큘럼은 아니다. 다만 내 나이에 필요한 당연한 배움들이 당연한 방법으로 이 시기에 이루어졌을 뿐이다. 나는 학교에 있는 모든 시간이 배움이었다고 단언한다."

감찬울(2004년 2월 졸업) 씨는 남한산초등학교에서 배운 것은 결국은 행복해지는 법이었다고 한다.

"남한산초등학교에서 배운 게 뭐냐, 라고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행복해지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하고 싶다. 행복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남한산에서 배웠다. 초등학교 때 배운 지식은 남지 않지만, 행복을 만들어가는 기억은 지금까지 계속 담아올 수 있었고, 그것이 지금 내 삶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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