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더 부추기는 꼴" 창원시청사 위치 선정 때 몸싸움 벌인 시의원들 더 엄중한 범죄 아닌가

요즘 어디를 가도 창원시의회 계란 투척 사건이 화제입니다. 더군다나 9월 30일에는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안상수 창원시장을 향해 계란을 던졌던 '김성일 시의원이 구속' 되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화요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여러 지역에서 모인 활동가들과 1박 2일을 함께 보냈는데, 이 자리에서도 김성일 시의원 구속과 안상수 시장의 계란 봉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김성일 시의원은 창원시가 새 야구장 입지를 진해구 옛 육군대학 터에서 마산종합운동장으로 바꾼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창원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안상수 창원시장에게 계란 2개를 투척하였습니다.

이번 사건에 창원 지역 시민들만 관심을 갖는 줄 알았는데, 경기도 지역, 전남 지역에서 일하는 활동가들도 대부분 이 사건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안상수 창원시장이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까지 지내고 보온병으로 유명한(?) 인물이기 때문에 전국적인 뉴스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창원시의회에서 있었던 사건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린 것은 보온병 당대표가 계란 봉변 시장이 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마디로 전국적인 '가십'거리가 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달 18일 창원을 사랑하는 시민들 모임이 김성일(왼쪽) 창원시의원을 항의방문했다. 이날 시의회 1층 소회의실에서 김성일 시의원이 시민들과 만나 면담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마창진 강제 통합 - 진해 야구장 약속 - 진해 야구장 약속 폐기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은 활동가들은 대체로 '구속은 지나치다'는 쪽으로 의견이 일치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구속 수사를 하는 경우는 "도주의 우려가 있거나 혹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는 경우"인데 김성일 시의원은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계란투척사건이 '진해 야구장'이전 문제에서 불거진 것이기 때문에 김성일 시의원을 구속하는 것은 "진해시민들을 구속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번 1박 2일 모임에 참석했던 한 선배는 "계란을 던진 시의원을 구속하는 것은 진해 시민들을 구속하는 것과 다름없다" , "계란을 던진 시의원을 구속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일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였습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창원지법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의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려고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행위는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해칠 수 있어 범죄의 중대성을 인정"하여 구속한 것이라는 설명을 보도하였더군요.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야구장 문제에 이해관계가 없는 다른 지역 활동가들은 "구속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더 많았습니다. 의회에서 계란을 던진 것은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려고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행위"라고 보는 것은 무리이며 오히려 "창원시가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해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새 야구장 입지를 이전 발표를 한데 대한 항의 행위"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계란 투척 사건으로 인하여 야구장 입지를 마산종합운동장으로 바꾼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마산과 창원시내 곳곳에 나붙은 현수막은 모두 '김성일 시의원'을 비난하는 내용들입니다. 예컨대 창원시 도계 광장에는 "시장 폭력에 쓰는 힘, 시민 위해 써보시지?"하는 조롱 섞인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옛창원 시민들의 입장에서 내건 현수막이라고 짐작됩니다. 하지만 옛 진해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시민 위해 힘을 쓴 것'이 맞기 때문에 비난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실제로 진해시민 다수는 김성일 시의원의 계란 투척을 심각한 폭력 행위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옛 진해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김성일 시의원이 유일하게 자신들의 답답한 심정을 대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창원시의회에서 이런 폭력 사건은 처음이 아닙니다. 시장을 상대로 한 일은 아니었지만, 시청사 위치 선정 과정에서 (언론의 표현에 따르자면) 의원들 간에 난투극을 벌인 일도 있기 때문입니다.

김성일 시의원의 계란 투척 사건을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해칠 수 있는 중대(?) 범죄'로 본다면, 그동안 시청사 위치 선정 과정에서 있었던 시의원들의 폭력 사태는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해치는 중대한 폭력 사태'라고 보아야 하고, 마산, 창원, 진해가 편을 갈라서 일으킨 집단 폭력 사건이었으니 더 엄중한 범죄로 보았어야 하는 것이지요.

저도 창원시의 야구장 입지 변경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창원시의 중요한 정책 결정에 크게 반발하는 지역민들의 불만을 표출하는 과정에 안상수 시장에게 계란 투척을 한 사건이 이렇게 중대한 범죄가 된다는 것을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창원시장에게 상해를 가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망신을 주기 위해 계란 두 개 던진 것으로 시의원을 구속해야 할 만큼 안상수 창원시장이 지엄한(?) 존재인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납득이 안 됩니다.

/이윤기(세상 읽기, 책 읽기, 사람살이· http://www.ymca.p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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