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시작된 창원 합성1구역 재개발 현장 가봤더니…늘어난 빈집 정비·단속 허술, 주민 갈등 더 깊어져

재개발을 둘러싸고 조합 측과 반대 주민 간에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 1구역. 지난 1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고 지난 9월 1일 내부 철거가 시작됐다. 하지만 낮은 보상가 등으로 재개발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아 현재 이곳은 빈집과 사람 사는 집이 뒤섞여 있다.

이 때문에 시공을 맡은 롯데건설 하도급 업체인 삼오진건설은 지난달 30일 건물 철거작업에 들어갔으나 반대비상대책위원회의 저지로 중단된 상태다.

지난 3일 현장을 찾았더니 대낮인데도 밤길을 걷는 오싹한 기분이었다. 자꾸 고개를 뒤로 돌리게 되고, 누군가가 해코지하지 않을까 두려움이 들 정도였다.

빨간색 페인트 스프레이로 곳곳에 적혀 있는 글귀는 위협감을 조성했다. 빈집을 알리듯 깨진 유리창과 철거된 계량기, 이사를 간 주민이 남긴 쓰레기 더미, 누군가 빈집에서 잠을 자고 간 흔적은 보는 이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1동 재개발 정비구역 내 빈집 표시. /경남도민일보 DB

그 기분을 알아챈 듯 한 주민은 "동네가 폐가나 다름없지예? 여기에 사는 사람은 오죽 무섭겠습니꺼? 대학생 딸이 봉변을 당할까봐 최근 기숙사에 보냈습니더. 밤에 혼자 외출하는 일은 엄두도 못 내예. 항상 개랑 다니지"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주민의 집 대문은 굵은 자물쇠를 물고 있었다.

빈집이 늘어나면서 치안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정이었다. 빈집 정비나 단속이 허술해보였다. 대문이 열리지 않도록 철사로 몇번 휘감아 놓거나 자전거 자물쇠를 채워놓았다. 빈집에는 건축 폐자재와 쓰레기, 빈 술병이 수북했다. 누군가 잠을 자고 간 흔적도 보였다.

지난 8월에는 도둑이 공가(空家)로 표시된 집을 이용해 옆집을 침입, 금품을 훔치는 도난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화재도 빈번히 일어난다. 우범화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 주민은 "벽마다 시뻘건 페인트로 공가, 철거라고 적혀있으니 도둑이 빈집인 줄 단번에 알지예.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사이로 들어가 옆집을 터는 거야. 최근엔 가출 청소년이 빈집에 들어가 춥다고 불을 피우다가 주위 사람에게 걸려서 혼이 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재개발로 주민 간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외부인의 접근도 경계했다.

마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자 한 70대 부부가 "왜 사진을 찍고 있습니꺼? 어디서 왔어예?"라고 물었다. 긴장한 듯 경직된 표정이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노부부는 "서민의 편은 아무도 없다"면서 "옛날 나라님은 백성을 위해 혼신을 다했는데 요즘은 뭐 그런 게 있습니꺼? 돈벌이 수단으로 하는 재개발 아무 필요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 말을 들은 행인이 "집 팔면 되지. 왜 아직 눌러앉아 있는지 모르겠다"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에 화가 난 노부부는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받아치기도 했다.

빈 주택의 잠금장치가 허술해 우범지대로 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일호 기자

총 1184가구로 추진되는 합성 1구역 재개발 지역에서 토지·건축물을 소유한 사람은 556명이다. 이들 중 분양을 신청할 수 있거나 보상받을 수 있는 사람은 541명이고 이 가운데 조합원은 404명이다. 나머지 137명은 재개발을 반대하는 사람이다.

합성 1구역에서 나고 자란 한 50대 부부는 "비대위 측에는 힘없고 나이 많은 사람이 많아예. 대부분 토박이로, 내 살던 뿌리인데 어찌 헐값에 팔겠습니꺼. 토박이들은 동네를 쉽게 못 떠납니더"라며 이사를 가지 않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부부는 "우린 이 집을 마련하고자 악착같이 저축했어예. 확정된 추가부담금이 6700만 원인데 여기에 또 부담금이 든답니더. 50 평생을 바쳐 이 집을 장만했는데 또 빚을 내야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노인들은 오죽하겠습니꺼"라며 "재개발이 선한 사람을 자꾸 악하게 만드는 가혹한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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