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까지 즐겁게 모시겠습니데이~"

대개 비행기를 자주 타본 사람도 이륙할 때나 착륙 때는 약간씩 긴장하게 된다. 지난 4일 0시 50분 태국 방콕에서 김해공항으로 오는 제주항공 7C2252편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들도 이륙 직전 긴장감과 함께 여행의 피로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이내 흘러나온 기내 안내방송에 귀를 쫑긋 세웠다. "오늘도 우리 비행기는 186석 만석이네예. 덕분에 제 월급도 문제없이 받을 수 있겠네예." 익숙한 경상도 토박이말(사투리)과 억양이었다.

"제가 원래 고향이 대구거든예. 그런데 (항공사에) 입사해보니 다들 서울 애들이라 가지고 사투리를 몬 알아듣더라고예. 지지배들이…. 아, 머스마도 있네."

모두들 빵 터지며 웃었다. 그때 이 승무원은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지금부터는 표준어를 구사하겠습니다"라며 또박또박하고도 밝은 목소리로 안내방송을 시작했다. 그러나 표준말 속에서도 중간 중간 "(벨트를) 헐겁게 매시면 몸매 사이즈 다 나옵니다" "끈을 허리에 돌~려 돌려~" "저기 빵 터졌네요"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립니데이~"라며 방송을 마치자 기내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승무원은 "아, 반응 좋습니다. 고맙습니다"며 화답했다.

오전 7시 40분 김해공항 착륙 직후 안내방송에서도 익살은 계속됐다.

"선반을 여실 때에는 안에 있는 물건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십니다. 맞으면 아픕니다. 느낌 아~니까요." "잊으신 물건이 없는지 내리기 전에 다시 한 번 확인해주시고, 놔 두시고 내리신 물건은 저희 승무원들이 정확히 찾아서 N분의 1 하겠습니다."

그의 안내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비행기에서 내리던 승객들은 출입문에서 화사한 미소를 짓고 있던 해당 승무원에게 "덕분에 여행의 피로가 가셨다" "모처럼 비행이 즐거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승무원은 과연 누굴까? 기자로서 호기심이 동해 짧은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름은 이정아(사진). 1976년생이었다. 그러나 너무 발랄한 표정 덕분일까? 30대 후반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동안이었다.

대한항공에서 승무원 생활을 시작해 12년을 근무한 후, 2년 6개월 전 경력직으로 제주항공에 입사했다고 한다.

이정아 씨.

-언제부터 이런 재미있는 안내방송을 했나요?

"언제부터요? 아, 입사한 이후부터 계속했죠."

-본인이 그렇게 해보자고 제안을 한 건가요?

"네. 제가 제안을 해서, 저희 회사가 즐거움을 추구하는 그런 회사다 보니까 (승객들께도)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죠."

-그건 임의로 해도 되나요? 윗선의 허락을 얻어야 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네. 그런 건 없고요. 그냥 개인적으로…. 위에 간부님들도 알고는 계시죠."

-태국 노선에서만 하는 건가요?

"아뇨. 제가 근무하는 비행기마다 하죠. 국내선도 있고 국제선도 있고 돌아가면서 순환근무를 하니까."

-승객들 반응이 어때요?

"다들 재미있어 하시죠.(웃음) 그 재미로 좀 더 업그레이드해서 다른 멘트도 만들어보려 하고…. 재미있으셨어요?"

-네. 굉장히 재미있었고요.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아. 네. 부끄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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