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법…해외 '직구'마저 막혀 '막막'

지난 1일부터 시행되는 소위 '단통법'에 대해서 소비자들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헤럴드 경제> 어느 기자의 고백처럼 기자들도 이해하기가 힘들어 머리를 쥐어뜯을 지경이라고 한다. 과연 이 법의 정체는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단통법은 ‘경쟁금지법’

단통법의 정확한 명칭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다. 총 22개 조로 된 이 법 가운데 핵심이 되는 내용은 3조, 5조, 9조, 11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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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의 핵심내용은 번호이동이나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 가입유형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원하게 해서는 안 되다는 규정을 담고 있다. 이 조항은 시장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단적으로 말해 이동통신사간 ‘경쟁’이 필요없다는 말이 된다. 기존의 경우 이동통신사를 옮기는 신규가입일 경우 혜택이 압도적으로 크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통신시장에서 ‘상대방 고객’을 빼내기 위해서 혜택을 쏟아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0.1%라도 높이기 위해 이동통신사들은 사력을 다했었다.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신규가입자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이동통신사 간 신규가입자 유치 경쟁은 크게 약화될 것이고, 현재 SK 50%, KT 30%, LG U+ 20%인 시장 구조는 더욱 견고해 질 것이다.

이는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손해 볼 건 없다. 신규가입자 유치를 위해 출혈할 필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만약 상대방이 ‘출혈’을 한다면 기존에는 ‘맞출혈’을 하는 과정에서 최대 100만 원에 이르는 보조금 폭탄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럴 필요가 없어졌으며 이익률은 상승할 것이다. 

5조는 혹시라도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고객과 ‘별도계약’을 맺는 것을 막아놨다. 기존에는 ‘무슨 요금제 3달만 유지해 주시면 휴대폰이 공짜’라는 식으로 판매점과 고객 간의 ‘별도계약’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식의 별도의 약관이나 계약은 체결할 수 없게 됐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손쉽게 최신 휴대폰을 싸게 손을 넣는 게 매우 어렵게 됐다.

이동통신사 ‘절대 갑’ 지위 굳혔다

이 법의 압권은 9조다. 9조 1항 그대로 살펴보자. "이동통신단말장치 제조업자는 이동통신사업자에 대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사업자를 차별하는 등 부당하게 이동통신단말장치의 공급을 거절하여 이동통신단말장치의 공정한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여기서 말하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제조업자는 삼성이나 애플, LG전자 같은 휴대폰 제조사다. 아이폰, 갤럭시 브랜드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이들 브랜드에 충성하는 고객층이 형성됐고, 이동통신사들은 이들 충성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휴대폰 제조사에 굽신거려서라도 먼저 물건을 따내기 위해서 노력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KT 에게 갤럭시 제품 공급 중단’을 선언을 해 버린다면 KT는 충성파 고객들을 고스란히 다른 이동통신사에게 뺏기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이는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대등한 관계'에서 협상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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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단통법으로 인해서 제조사가 이동통신사를 ‘차별’할 수 없게 됐다. 제조사는 동일한 조건에서 이동통신사에 휴대폰을 납품해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기면 제조사는 처벌받게 된다. 이동통신사는 제조사와 ‘협상’을 통해서 휴대폰 단말기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대신 혹시 제조사가 다른 이동통신사랑 ‘밀약’을 맺었는지 감시만 하면 된다. 이동통신사가 제조사 위에 압도적인 갑의 위치에 서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동통신사가 휴대폰을 팔아주지 않으면 제조사는 휴대폰을 팔 방법이 거의 없다.

11조(긴급중지명령)도 중요한 조문이다. 1항에는 “위반행위가 현저하여 경쟁사업자의 사업활동에 중대한 방해가 되거나 재산상 중대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어 제14조제2항에 따른 시정명령을 기다려서는 경쟁사업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영업이나 판매 행위를 긴급중지할 수 있게 해놨다. 기존 시정명령은 대응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바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렇듯 단통법은 ‘이동통신사 중심의 시장 안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장을 혼란하게 하는 행위’엔 어떤 처벌이 기다리고 있을까? 앞서 긴급중지명령 외에도 과징금과 벌칙이 따로 존재한다. 15조와 20조에는 이에 대한 규정을 적어놨다. 

매출액의 최대 3%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으며, 이는 이동통신사 뿐만 아니라 제조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제조사가 어느 이동통신사와 ‘밀약’을 했다면 제조사에게도 과징금 폭탄을 때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벌칙에서도 제조사는 이동통신사와 마찬가지로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최대 3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됐다.

구형 스마트폰도 비싸고 '직구'도 봉쇄

이동통신사들이 무리한 출혈 경쟁을 할 필요가 없게 됨에 따라 단말기 보조금은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특히 단통법 대상 밖인 15개월 이상 지난 구형 스마트폰도 보조금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동통신사들이 공시한 갤럭시S4, 아이폰5 등에는 30만 원 내외의 보조금이 책정되는데 그쳤다. 따라서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공짜폰’으로 살 수 있었던 이들 구형 스마트폰은 30만 원 가량을 지불하고(할부) 구입해야만 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중고 스마트폰 가격마저 상승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최대 휴대폰 사용자 커뮤니티인 ‘뽐뿌’의 한 누리꾼은 “아이폰6를 80~90만 원에 팔아야 하는데, 아이폰5를 10만 원에 팔면, 아이폰6가 팔릴까요?”라며 구형 스마트폰 가격 상승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누리꾼들은 ‘직구(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해서 구매대행 업체로부터 배송받는 형식)’ 방식으로 외국의 최신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구입하려고 하고 있다. 실제 아마존이나 ebay와 같은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는 아이폰5의 가격이 20만 원 초반의 물건도 다량 거래되고 있었다. 또한 샤오미와 같은 중국산 중저가 휴대폰을 구매하겠다는 누리꾼들도 다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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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의 '홍미1S'.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국산 휴대폰에 비해 매우 저렴하지만 성능의 차이가 거의 없다. 최근 인도에서 13.9초 만에 6만 대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직구’도 12월 부터는 쉽지 않을 예정이다. 지난 6월 3일 개정된 전파법 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12월 4일부터 전자파 적합성 평가(전파 인증)를 받지 않은 기기의 판매를 중개하거나 대행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 조항이 생겼다. 현재 ‘직구’를 통해 외국에서 휴대폰을 구매대행 업체들은 전파인증을 받지 않고 들여오고 있다. 그러나 전파법 개정안 시행으로 구매대행 업체가 2대 이상 들여오는 모든 휴대폰에 대해 전자 인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전파 인증은 그 절차와 시간이 걸려 구매대행 업체가 일일이 들여오는 휴대폰의 전파 인증을 할 경우 사실상 구매대행업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이 때문에 인터파크, G마켓,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이 진행하는 중국산 스마트폰 공동구매도 모두 불법 판매 행위가 된다. 결국 구매대행 업체는 사업을 접거나, 음성으로 휴대폰을 들여오는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해외직구를 통해 휴대폰을 구매하는 일이 굉장히 어려워 진 셈이다.

누가 이익을 보는가? 

이외에도 위약금 규정도 까다로워져 소비자들은 주의해야 한다. 중간에 요금제를 바꾸거나 이동통신사를 옮길 경우 발생하는 위약금의 금액도 커졌고, 이를 면제할 방법이 거의 없어졌다. 과거엔 이동통신사를 옮길 경우 신규가입자를 유치하는 쪽에서 위약금을 대신 내 주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단통법 시행으로 앞으로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렇듯 소비자들과 제조사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반면, 이동통신사들의 주가는 오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은 지난 1~2일 근 3% 가까이 상승했다. 역시 KT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하락국면에 있는 주식시장과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단, 사실상 시장 점유율 확대가 어려워진 LG U+는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보조금 축소로 휴대폰 가격의 전체적인 상승은 역으로 중국산 저가폰 업체가 직접 한국 시장에 진출할 경우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비교적 통신요금이 저렴하고, 구형 스마트폰을 많이 구비한 알뜰폰 시장으로 소비자들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알뜰폰 사업자들은 대부분 통화요금이 저렴할 뿐,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위한 데이터요금제는 거의 없을뿐더러 있다고 하더라도 이동통신사들과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데이터를 많이 소진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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