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문 연 거제아트시네마 영진위 지원 탈락…"환경적 요인 고려 안 된 실적 위주 결정 아쉬워"

지역 유일의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 사라진다.

정상길(사진) 거제아트시네마 대표는 지난 28일 영화관 폐관 결정을 내렸다. 정 대표는 "아쉽고, 착잡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거제아트시네마는 지난 2011년 3월 문을 연 이래로 매월 독립예술영화 50여 편을 상영해 왔다. 3년 6개월 동안 2100여 편의 작품을 소개한 셈이다.

9월 셋째주 상영시간표만 보더라도 프랑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실뱅 쇼메 감독)을 비롯해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문학 3편을 모은 애니메이션 영화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안재훈·한혜진) 등을 상영했다.

지역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작품들이다.

폐관 원인은 정부 지원금이 끊어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거제아트시네마를 포함한 전국 5개 예술영화관이 지난 1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4 예술영화관 운영지원 사업' 심사에서 탈락했다.

독립예술영화 확장에 기여해 온 영화관이 대거 탈락하고, 롯데시네마 5개 관이 포함되면서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쏟아져 나온다.

지원 상영관 수는 올해 총 20곳으로 지난해 25곳에 비해 20%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예술영화 상영관 5곳에 해당하는 지원금 몫이 대기업이 운영하는 영화관에 돌아갔다.

지난 2003년 1월 시작된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은 지방 상영관을 중심으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상영을 확대하고, 관객들에게 영화 선택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대구 동성아트홀과 대전 아트시네마 등 독립예술영화 확장에 기여해 온 곳까지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면서 폐관이 도미노처럼 번질 우려마저 나온다.

거제아트시네마가 최근 상영한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한 장면. 도내 대형 영화관에선 단 한 곳도 상영하지 않았다. /스틸컷

특히 영화진흥위원회 결정이 6개월이나 지체되면서 영화관 운영을 더욱 어렵게 한 꼴이 됐다.

정 대표는 "매년 3월에 지원사업 접수를 하고 4월이면 1년 예산 규모인 5000만 원 정도를 지원받았다. 9월로 결정이 연기되면서 6개월 동안 빚을 지면서 버텼는데, 탈락되고 나니 대비할 겨를도 없이 폐관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부산 국도예술관도 운영하고 있는 정 대표는 고향인 경남 거제에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거제아트시네마를 개관했다.

"부산 국도예술관이 1년에 1만 명 이상 관람하는 것과 비교해 거제아트시네마는 2000여 명이 다녀간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관객 수만으로 비교할 수 없는 환경적 요인 등이 있는 것이다. 이번 영진위 결정은 그런 점에서 안타깝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1일 '2014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 심사총평'에서 "지금의 예술영화전용관은 위원회 지원금 의존율이 매우 높고 관객 점유율은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심사위원회는 지원 극장의 제반 여건과 운영 실적 및 향후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지원을 결정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영진위의 이번 결정은 관객 수 등 눈에 보이는 '실적'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도내에 독립예술영화관이 단 한 곳도 없는 현실 등 지역 여건과 발전 가능성을 고려했다면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 논하는 게 우선이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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