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이 한창이다.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이다 보니 텔레비전을 볼 시간도 없거니와 어쩌다 방송을 보면 여러 종목 경기 모습이 보이곤 하지만, 개최국임에도 그 열기가 예전만 못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만 그럴까?

국제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그동안 열심히 땀 흘려온 선수들에게는 미안한 일이나 아마도 시국이 뒤숭숭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늦은 점심식사를 하다 여자 양궁팀의 우승 장면을 보면서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수년간 자기 목표를 향해 정진해 온 이들의 환한 미소와 뜨거운 눈물에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수없이 많은 메달 중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 이야기만 조명된다는 사실이다. 특히나 세계 체전과 같이 우승이 곧 국위선양의 의미를 가질 때 더 말해 무엇하랴.

물론 그들의 노고를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메달권에 들지 못한 수많은 선수의 땀방울이 상대적으로 간과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 무엇인지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4년제 수시원서 접수가 최근 끝나고 이제 면접과 수능만이 남았다. 입시 풍경이 이전과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당사자들이 느끼는 긴장감만큼은 1등이나 꼴등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미 몇몇 대학은 합격자 발표를 끝냈다.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저마다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해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 모습에서 여러 종목에 참여하는 운동선수들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은 너무 비약일까.

우리나라 교육제도 속에서 자신이 목표로 삼은 대학을 향한 그들의 열정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이들 모두를 점수나 등급으로 한 줄 세우기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줄이 반드시 열심히 노력한 것과 등가법칙이 성립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저마다 자기 의지로 선택할 수 없었던 삶의 환경이나 조건이, 노력만큼이나 영향력 있는 변수가 되는 곳이 대한민국이 아니던가.

고등학교 정문마다 어떤 대학에 몇 명이 합격했는지 새겨진 플래카드가 '자랑스럽게' 휘날릴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자신의 꿈과 영예를 위한 도전과 결과가 학교 위상을 드높였다는 으쓱거림도 고등학교를 아직 졸업하지도 않은 아이들 마음에 새겨질 것이다.

더 이상 서울대에, 의대에 합격한 학생들만 주인공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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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 도전을 마친 모든 이가 결과와 상관없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스스로 노고를 치하하고 결과에 당당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정주(김해분성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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