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거창 법조타운 조성 사업] (1) 어떻게 추진돼 왔나

거창군이 법조타운 조성 사업을 둘러싸고 시끄럽다.

법무부 국책사업과 연계해 추진하고 있는 '거창 법조타운조성사업'이 최근 착공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뒤늦게 지역 갈등 요인으로 떠올랐다.

거창군은 "거창법조타운 조성사업은 거창의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장래의 지역발전을 기약할 수 있는 다시 없는 기회"라며 군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대 주민들은 예정지 반경 1㎞ 이내에 학교가 11개나 있는 등 부적합지로, 학습권 침해, 교육도시 이미지 훼손, 구치소 출소자의 주민 위해 위험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교도소가 한번 들어서면 이전은 영구히 불가능하기 때문에 군민 전체의 동의를 구해야 하므로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추진 배경 = 지난 2011년부터 거창군이 법무부와 보조를 맞추어 온 '법조타운 조성사업'은 애초 정부(법무부)의 전국 대용구치소 해소방침에 따라 거창군에 교정시설(구치소, 교도소 등) 설치가 계획되어 있었다.

다만 이 같은 계획을 거창군이 지역개발에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에서 추진을 서둘러 줄 것을 법무부에 요청하면서 시기가 앞당겨지게 된 것이다.

군에서는 이 사업을 통해 현재의 법원과 검찰 청사를 교정시설 위치로 이전 신축하고 보호관찰소, 출입국관리소 등 법무관련 기관들도 함께 이전 유치해 타운화함으로써 거창읍의 시가지화 권역 확장과 도시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행정력을 집중해 왔다.

거창 법조타운 조감도.

◇추진 과정 = 이 사업은 거창읍 성산길 213-5 일원 20만 418㎡ 규모에 1725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오는 2017년까지 법원 지원과 검찰 지청 이전 신축을 비롯해 교정 시설과 보호관찰소에 이어 장기적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 거창출장소까지 끌어온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법조 관련 기관 유치 운영으로 인구 증가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민간인 주도로 '범군민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힘을 쏟아 왔다.

이 사업으로 오랫동안 지역의 고민거리였던 한센인 집단 거주마을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고, 가축분뇨 악취로 인한 고질적 집단민원을 해결할 수 있어 이 지역 주민들의 기대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또 군 전체 인구의 60%가 밀집해 있는 거창읍 가운데서도 그동안 낙후된 지역에 법조타운 조성으로 시가지화 권역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이에 군에서는 2011년 2월 '거창법조타운 유치위원회'를 결성했으며 3만 명 서명운동을 벌이는 한편 성명서와 건의서를 채택하는 등 지역 전체가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군에서는 법조타운 유치를 위해 군수를 중심으로 4년 가까이 수십 차례에 걸쳐 대법원·법무부·기획재정부·안전행정부 등 관련 중앙부처를 찾아다니면서 사업의 조기 착수를 끈질기게 요구해 왔다.

지역사회에서도 군민은 물론 출향 향우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국회의원과 도의원, 군의원까지 나서는 등 사업 초기에는 특별히 반대하는 움직임이 없었다.

◇반대 주민들과 갈등 = 하지만 올들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법조타운을 둘러싼 반대 목소리가 대두된 이후 군에서도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선거 과정에서 일부 후보가 당시 현역 군수이면서 후보로 나섰던 이홍기 군수를 겨냥, "거창읍 성산마을에 교도소가 들어서면 가지리 일대가 교도소 마을이 된다.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이후 논란은 교정시설이 교도소냐 구치소냐를 두고 벌어졌다.

그러다 지방선거에서 이홍기 군수가 재선에 성공하고, 6월 말 법무부가 "거창법조타운 교정시설은 구치소"라는 공문을 보내면서 논란은 가라앉는 듯 보였다.

반대 운동이 본격적으로 불 붙은 것은 7월 말 무렵.

지난 7월 31일 오후 거창읍 로터리에서 교도소(구치소·감옥) 유치를 반대하는 거창 학부모 모임을 발족하고 반대 서명운동에 나섰다. 이날 발대식에는 학부모와 학생 등 300여 명이 참석해 힘을 모았다.

거창군은 반대 주민 등과 국내 교정 시설 견학까지 다녀왔지만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8월 14일 '교도소(구치소·감옥) 유치를 반대하는 거창학부모 모임'은 경남도교육청을 찾아 박종훈 교육감을 면담하고 거창에 있는 교육자들이 나서 이를 막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이들은 거창군이 추진하는 구치소 주변에 학교가 많아 교육환경을 침해할 가능성이 큰데 지역 교육계와는 사전에 협의 없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지난달 25일 거창군이 학교장 33명과 학교운영위원장 33명을 초청해 법조타운 설명회를 군청에서 개최하자 반대 주민들이 군청을 방문, 공무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결국 이달 18일 '교도소(구치소) 유치를 반대하는 거창 아빠부대'모임까지 만들어져 반대 서명 운동을 하는 등 반대 측에 힘을 실었다.

◇불투명한 출구 = 논란을 지켜보는 대부분 군민은 지역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법조타운을 둘러싼 갈등이 찬반 지역민 사이에 치유하기 힘든 큰 상처를 남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사업 추진 과정을 군민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거창군의 노력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양측이 머리를 맞대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아내는 일이다. 출구 없는 대립은 군이나 반대 측 모두에게 소득 없는 상처만 남기고 결국 피해자는 군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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