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만 매립, 20년 간의 기록] (20) 열쇠를 쥔 이주영과 안상수

해양수산부 이주영 장관과 창원시 안상수 시장 인터뷰에 시간이 걸렸다. 가포신항 개장 결정권자인 장관과 마산해양신도시 추진 결정권자인 시장의 계획을 직접 들으려고 했다. 최종 입장 정리 차원에서.

하지만 이 장관은 업무 복귀를 한 9월 중에도 전남 진도에서 세월호의 남은 실종자 시신 수습 일을 감독하고 있다. 안 시장은 세계사격선수권대회 대회기 인수를 위해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스페인을 방문했다. 이로 인해 두 결정권자의 의지를 직접 듣지는 못했다. 해양수산부는 박준권 항만국장의, 창원시는 담당 해양수산국 답변으로 이를 대신한다. 이들의 입장은 "이미 진행된 사업을 어쩔 수 없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끝으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마산해양신도시 고리만은 끊어야 한다"는 창원물생명시민연대의 호소를 담았다.

◇이주영 "신항용도변경 위해 끝까지 노력했다"

9월 5일 마산지방해양항만청 간담회에서 이주영 장관은 시종일관 진정성 어린 표현으로 마산만 보호와 매립반대 의지를 전했다. 창원물생명시민연대 허정도·차윤재 대표가 간담회에서 "가포신항 개장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렇지만 해양신도시의 고리만은 끊어달라"고 거듭 호소한 것도 장관의 그런 의지를 감안한 게 아닐까.

"2010년 대정부질의 때 신항 용도 변경과 해양신도시 철회를 요구했다. 그것이 저의 원칙적 입장이었다." "2011년에 결국 해양신도시 면적 축소, 준설수심 조정으로 합의됐지만 저는 정말 많이 아쉬웠다." "지난 2월까지도 기획재정부에 신항 용도 변경 검토를 부탁했다." 심지어 이런 표현도 했다. "신항이 (컨테이너부두에서) 일반화물부두로 바뀌는데 준설이 왜 필요하나? 이 참에 해양신도시 계획 철회하라. 그런 생각을 저도 갖고 있었다." "비록 1000억 원 이상 들어갔지만, 호안 저거 부숴버리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도 하고 검토도 했다." "결과적으로 큰 변화가 없다는 게 송구스럽다."

하지만 간담회 후 장관의 진정성에 의문을 던진 일이 있었다. 간담회 당시 "지난 2월까지도 기획재정부(TF)에 신항 용도 변경 검토를 부탁했다. 기재부도 이를 검토했으나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던 장관 발언에 대해 기획재정부 담당자가 경남도민일보 인터뷰에서 "신항용도 변경 검토 의뢰를 받은 바 없다. 그 내용을 검토한 적도 없다"고 밝힌 것이다. 마산만 보호와 매립 반대에 대한 이주영 장관의 진정성에 의문이 던져졌다. 해양수산부 박준권 항만국장이 24일 이를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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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에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 해양수산개발원, 한국개발연구원 담당자가 '마산 가포신항 정상화 방안 TF팀'을 구성해 활동했어요. 기재부 구윤철 성과관리심의관이 팀장이었고, 기재부 민간투자정책과와 해수부 항만투자협력과 담당자가 참여했죠. 그때 가포신항을 국가부두로 운용하는 방안과 용도를 변경해 산업단지로 전환하는 방안, 야구장이나 쇼핑몰로 개발하는 방안 등이 검토됐습니다. 2월 20일에는 경남도와 창원시·시의회, 상공회의소와 항만해운업계, 산업계(화주)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마산에서 현지 간담회도 했어요. 현지 여론수렴 결과가 항만기능을 살려 조속히 개장하는 것이었죠. 그렇게 해서 계획대로 민자부두로 개장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장관께서는 국회의원 때나 올해 장관 취임(3월 6일) 이후 기재부 고위간부(차관, 차관보 등)와 만날 때마다 가포신항 용도 변경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검토를 부탁했습니다."

박준권 국장은 이어 '내년 1월 가포신항 개장' '9월 중 해수부와 아이포트(가포신항 민간운영업체) 간 MRG 조정과 아이포트 운영자금난 지원방안 합의서 마련' 경과에 대해 "현대산업개발(아이포트 대주주)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합의안이 아마 오늘 내일 중에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주목되는 합의안 내용, 즉 MRG(최소운송수익보장) 내용변경이나 기존 컨테이너부두의 일반화물부두 전환 등에 대해서는 "합의안이 마련되는 대로 보도자료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간담회 당시 이주영 장관의 마산해양신도시 협약변경 추진은 특히 관심을 끌었다. '호안축조 경비 국비지원 요청→No' '연결교량 경비 국비지원 요청→No' 등으로 매번 거부되는 해양신도시 국비 지원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의 인식이 해양신도시가 창원시의 도시개발사업에서 국가 차원의 항만개발사업 일환으로 전환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서도 박 국장은 "준비를 하고 있다" 수준의 답변에 그쳤다.

가장 주목된 내용은 역시 간담회 당시 창원물생명시민연대의 "가포신항과 해양신도시의 고리를 끊어달라"는 '고언'에 대한 장관의 입장. 이를 위해 물생명시민연대는 9월 중 장관과 다시 면담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박준권 국장은 이 물음에 "장관께서는 간담회 때 이미 모든 설명을 다했다는 입장이시다"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안상수 "해양신도시로 마산지역 발전"

4선 국회의원 출신. 두 차례 집권당 원내대표 및 당 대표최고위원 역임. 안상수 창원시장의 정치력에 이견을 달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창원물생명시민연대 등 해양신도시 반대 단체들은 문제 해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안상수 시장에게 마산만 보호와 추가매립 의지부터 먼저 물었다.

"현재 공정률이 40%이지만 여전히 마산해양신도시 매립에 대해 이견이 존재합니다. 준설토투기장을 옮기거나 준설수심을 줄여서 해양신도시 매립 자체를 하지 않거나 매립면적을 최소화하자는 주장입니다. 이는 마산만 보호와 구도심 재생을 위해 해양신도시 매립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에서 출발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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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해양신도시 등 창원시정과 관련해 간담회를 한 이주영(왼쪽) 해양수산부 장관과 안상수 창원시장./경남도민일보DB

출장 중인 안 시장을 대신한 창원시 해양수산국 답변은 원론적이었다.

"통합 창원시 출범 이후 지역사회 여론수렴 및 마산해양신도시 사업구역 축소 등 사업계획 변경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2010년 9월 7일 허정도 위원장을 포함한 12명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 개최를 시작으로 5차 위원회를 거치면서 3가지 조정(안)을 도출한 바 있습니다. 이어 가포신항 및 해양신도시 관련 정부 TF(국토교통부·창원시·기재부·아이포트 등 참여)가 2010년 11월 22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2011년 2월 24일 5차 회의를 거쳐 매립면적을 축소(34만평→19만평)하는 방안을 정했습니다. 이후 시의원·시민단체·전문가가 참여하는 개발계획 수립 자문위원회를 거쳐 도시개발사업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이 2013년 11월 29일 인가·고시되었습니다. 2012년 7월 호안공사가 시작되었으며, 지금까지 약 15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어 금년 8월 호안 조성작업이 마무리된 상태입니다."

해양신도시 문제의 또다른 핵심은 사업비다. 35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경비 중에서 상당한 부분을 창원시가 시비로 충당해야 한다. 다음으로 이 문제를 물었다.

하지만 답변은 시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미흡했다. "사업비가 3500억 원가량인데 최초 사업계획 조건은 부지 매각을 통해 전체 사업비를 조달하는 것으로 계획되었으나 사업계획 변경 이후 개발사업 규모 축소와 대규모 주거·상업기능을 배제하고 공원·녹지를 확충하는 등 개발계획 변경으로 공공성은 높아진 반면 사업성이 저하되어 소요사업비에 공공재원도 일부 포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공공재원의 규모는 분양금 수입에 따라 유동적이며 지원받는 국비만큼 시 재정이 적게 투입될 수 있는 구조이므로 국비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쟁점인 전체 63만㎡의 해양신도시 토지이용계획을 물었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최종 정리된 내용을 요구했다. "현재 확정된 토지이용계획은 2013년 11월 29일 변경 인가된 내용으로 주거용지 1만3679㎡, 상업용지 2만475㎡, 도시기반시설용지 31만6034㎡, 업무복합용지 8만2160㎡, R&D·업무복합용지 6만1237㎡, 생활편익복합용지 2만4011㎡, 해양문화복합용지 9만4795㎡, 숙박시설 1만7626㎡, 자족시설 3300㎡, 복지회관 330㎡, 공공용시설 3549㎡ 등 총 63만7196㎡이며 붙임 토지이용계획도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비중이 큰 도시기반시설용지에는 공원녹지·도로·광장·주차장·보행자전용로 등이 포함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요"

가포신항 개장과 해양신도시사업 강행 입장을 다시 확인한 창원물생명시민연대 차윤재 대표와 임희자 집행위원은 "정말 찌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취재기간 내내 "우찌 안 될까예?" "이 기자님 무슨 방법이 없으까예"라던 그들의 절실함이 새삼 전달됐다. 창원물생명시민연대에게 지푸라기는 뭘까.

"9월 안에 이주영 장관과 다시 면담을 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기획재정부와 국회를 방문해 민간업체를 위한 가포신항 운영 MRG 협약변경의 부당성을 알릴 생각입니다. 2016년 말이면 19만 평짜리 마산만 괴물(해양신도시)을 대면할 마산시민들에게도 문제를 다시 알려야죠. 설문조사부터 다시 하려고 합니다."

1994년 전국항만기본계획 속에 언급되면서 시작됐던 마산신항 개발계획. 20년 뒤인 2014년 9월 25일 현재, 신항은 이미 설치돼 시민들에게 남은 건 가포바다의 기억뿐이다. 마산해양신도시 또한 3.2㎞짜리 호안이 완성돼 지난 100년간 절반 이상 사라진 마산만 실종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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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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