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비어' 시장의 진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주점창업시장은 2~3년을 주기로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면서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안주를 가져와서 먹는 술집이 생겨 눈길을 끈다.

2013∼2014년 주점창업시장은 매장이 작고, 저렴한 맥주와 안주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운 '스몰비어' 열풍이 주도했다.

스몰비어 시장은 '압구정봉구비어'를 시작으로 '옥탑방오봉자싸롱', '오춘자비어', '오땅비어', '영자비어', '논현동만수비어', '용구비어', '달봉비어' 등이 잇달아 문을 열었다.

이전 창업 시장이 사업 안전성을 강조했다면 지난해와 올해는 초기비용 최소화로 소자본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소비 행태가 반영된 극심한 청년 실업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스몰비어 전문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과열된 상태다. 대세이기는 하지만 무분별한 점포 확장으로 고객은 식상함을 느끼고 같은 상권 내 나눠 먹기식으로 운영되면서 점포 수익성은 낮아지고 있다.

이 틈새를 비집고 다시 독특한 주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는 창원시 합성동에 '우리 집 안주는 맛이 없으니 통닭 시켜 드세요'라는 문구를 내건 독특한 맥주가게가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맥주가게는 상권 내에서도 눈에 띄게 사람이 북적여 최근 가장 '핫(hot)한' 가게로 인기몰이 중이다. '서비스는 없어도 자유가 있다'는 모토로 운영 중인 이곳은 김해 인제대점이 본점인 프랜차이즈 '개집비어'다.

개집비어(공동대표 박병훈·장태경)는 5년 전 김해 인제대 앞에서 박병훈(32) 대표가 외국의 PUB(Public House·미국 스탠드바와 같은 스타일)처럼 누구나 쉽게 와서 즐길 수 있는 술집으로 '집비어'를 운영했다. 박 대표가 개띠이기도 하고 재미를 위해 상호 앞에 개 그림을 그려 넣었는데 손님들이 이를 보고 '개집비어'라 불러 지금 상호가 만들어졌다.

경남지역에서 11개 점포를 낸 데 이어 강원도에도 진출해 총 13호점을 냈고 서울·부산에서도 창업문의가 잇고 있다. 운영방식을 놓고 개집비어도 스몰비어 프랜차이즈의 하나로 보는 이들이 많다.

박 대표는 "개집비어는 스몰비어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진화된 형태다. 기존 스몰비어와는 달리 보드카, 럼, 데킬라, 칵테일 등 다양한 주류를 저렴하게 제공한다. 스몰 칵테일 바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개집비어 창원시 합성점 모습. /이혜영 기자

개집비어는 안주를 다른 곳에서 시켜먹을 것을 권하기도 하지만 별도로 준비된 안주도 있다. 박 대표는 "손님들에게 흥미를 유발하고 기대심리를 낮추기 위한 장치인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개집비어 마산합성점(사장 이관맹)은 지난 7월 문을 열었다. 이관맹 사장은 "기존 스몰비어는 술과 안주 종류가 한정된데다 좁은 공간에 여러 테이블이 붙어 있어 불편하다. 이 탓에 올해를 정점으로 점차 퇴보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개집비어는 자유로운 콘셉트에 다양한 술 종류를 저렴하게 판매해 확장성이 크다"고 말했다.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스몰비어시장은 객단가는 낮지만 테이블 회전율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합성동은 젊은 사람이 많은 상권 특성상 평일 새벽에는 빈자리가 많다.

개집비어에 붙어 있는 문구. '우리 집 안주는 별 볼일 없으니 통닭 시켜 드세요'라고 적혀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창업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오랫동안 생존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전략을 개발해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개집비어 박병훈 대표는 "개집비어 역시 수명을 길게 가져가는 게 목표다. 상권을 보호하는 안의 범위에서 확장을 제한하고 새 메뉴를 꾸준히 개발하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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