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세월호 유탄 맞은 고성 조선소, '천해지' 협력업체협의회장 인터뷰

천해지 협력업체는 24개다. 그 직원 수는 1000명도 넘는다. 이들 협력업체는 오직 천해지 일만 한다. 생사를 함께하는 공동운명체다. 천해지 협력업체인 신원산업 대표 신장균(63·천해지 협력업체협의회장·사진) 씨 이야기를 들어봤다.

-회사 이름 빨리 바꿨으면-

"세월호 사고 터지고 나서 천해지 하면 바로 청해진·유병언·구원파라는 인식이 박혀 버렸습니다. 그렇게 부도덕한 회사로 알려지게 된 겁니다. 제가 천해지 협력업체로 일한 지 13년 됐어요. 그런데 청해진과 관련된 회사라는 건 전혀 몰랐습니다. 유병언이라는 이름도 이번에야 확실히 알게 됐죠.

가족들도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봤습니다. '당신 회사가 그런 회사였어'라면서 분개하기도 했으니까요. 일반인들은 작업복에 있는 천해지 마크만 보면 '당신 구원파 아냐'라고 합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몇 층에 구원파가 산다'는 말이 돌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발 회사 이름을 바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사건 터지기 전에는 여기 분위기도 아주 좋았습니다. 이곳에서 큰돈 번 사람은 없지만, 그렇다고 망한 사람도 없어요. 조선 불황기에 많은 협력업체가 도산했지만, 여기는 달랐습니다. 그만큼 천해지가 협력업체를 안정적으로 운영했기 때문이죠. 제가 몇 년 전 노동부 간담회에서 그런 말을 했습니다. '안전사고 적은 업체는 산재보험률이 떨어지는데 그 폭이 너무 적다'고 말이죠. 그렇게 말할 정도로 천해지 현장에서는 사고가 거의 없습니다. 안전만큼은 철두철미하니까요. 그 덕에 우리 회사도 4년째 무사고입니다.

구속된 변기춘 전 대표이사는 젊은 사람인데, 친화력도 있고, 저희한테 잘해줬어요. 현장을 자주 돌면서 등도 두드려주고 그랬죠. "

신장균 대표./권범철 기자

-주변에서 사정 제대로 알아줬으면-

"세월호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거죠. 처벌 받아야 할 사람은 마땅히 그래야죠. 하지만 다 죽일 필요는 없잖아요. 청해진 주식 좀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협력업체까지 피해를 본다는 건 너무 억울하다는 겁니다.

여기는 기술자들이 모인 곳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 원청사인 대우·삼성 같은 곳에서 기술자들이 파견 나와 하나하나 교육했습니다. 전수한 인력들이 외부로 빠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었기에 노하우가 축적된 것입니다. 다른 데 물량 줬다가 안 되니 다시 우리한테 주고 그럽니다. 그래도 천해지가 참 고마운 게, 일 터지고 나서도 자기들은 감수하더라도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절대 피해 안 주려고 했습니다. 월급 밀릴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천해지에서 이렇게 중심을 잡아주니, 협력업체 직원 가운데 최근 스스로 관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게 어떻게 부도덕한 회사냐 말이죠.

'과부가 돈 많은 사람한테 시집가야 한다'는 말이 있듯, 지금은 탄탄한 제3자가 인수해야 한다는 분위기죠. 그렇다고 서두르다 잘못되면 더 큰 해가 될 수 있다는 걱정도 듭니다.

지나가다 멋모르고 침 뱉는다고, 지역민이나 언론에서 이런 사정을 제대로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저희는 유병언이 누군지도, 구원파가 뭔지도 모릅니다. 지금과 같이 일할 수 있게만 해달라는 겁니다. 속이야 타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큰 동요 없이 똘똘 뭉쳐 열심히 일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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