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초고압 송전탑 공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주민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23일 울산 울주군 신고리 핵발전소 3·4호기 생산전력을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보내는 765㎸ 송전선로 90.5㎞ 구간 161기 철탑 중 밀양구간 69기 조립공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경찰 3000명을 앞세워 공사를 재개한 지 1년 만이다.

주민은 폭력으로 세운 밀양 송전탑 우리가 뽑겠다고 나섰다. 밀양구간 송전탑 조립공사가 23일 끝나자 밀양시청 앞에 주민이 모여 돈과 폭력으로 세운 철탑 다시 뽑아야 공사 끝날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단장·부북·산외·상동면 주민이 한자리에 모인 집회에서 우리는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자리라며 송전선로 경과지 4개 면 주민과 연대시민 230여 명이 함께 한 것이다. 주민은 처음부터 보상은 필요 없다고 했지만, 경북 청도경찰서장이 청도 주민에게 돈 봉투를 돌린 것을 봤듯이 한전과 경찰은 돈만 주면 다 되는 것처럼 일을 처리하고 있다. 철탑 뽑는 날이 공사 끝나는 날이라며 주민이 공권력과 돈으로 세운 철탑, 한 기도 허락하지 않았다며 나무로 만든 철탑을 부수는 상징의식을 하기도 했다. 한 주민은 한전은 철탑 가격을 말해주면 한 평 프로젝트로 농사지은 감자와 맥문동 팔아 철탑 사서 고물 처리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는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에서 345㎸ 송전탑 반대 투쟁을 벌이는 주민도 참석하여 돈 봉투 비리로 얼룩진 송전탑 끝까지 뽑아내고 비리를 밝혀내자고 힘을 보탰다.

한편 한전은 그동안 주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공사를 진행했고, 밀양지역 그간의 지역갈등 해소를 위해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고 철탑완공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주민은 이날 정부와 한전을 향하여 이렇게 많은 주민을 오랜 세월 고통스럽게 만들어놓고서 과연 갈등해결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입이 부끄럽지 않은가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국가가 국민을 속이고, 국민을 폭력으로 짓밟아도 되는지를 반문하며 주민은 한전과 경찰의 폭력에 대한 사죄와 정신적·물질적 고통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전과 국가공권력이 마을 공동체를 무너뜨린 것은 사실이다. 한전은 우선 주민 요구대로 사죄와 고통에 대한 배상을 시작으로 마을 주민의 찢어진 몸과 마음을 달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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