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생각]안상수 창원시장 향한 계란 투척 사건

창원시 최대 이슈인 야구장 입지 문제와 김성일 창원시의원이 안상수 창원시장에게 계란을 던진 사건에 대해 진주시민 이우기 씨가 자신의 생각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이해관계가 없는 진주시민이 쓴 글이어서 좀 더 냉정하고 객관적일 수 있겠죠? 함께 읽어보고 생각해볼 만한 글이어서 글쓴이의 허락을 얻어 idomin.com에 공유합니다.

한 시의원이 '신성한' 의사당에서 시장에게 날달걀 두 개를 던진 것은 폭력에 해당하는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같은 편끼리도 비난 일색이다. 나는 이 일을 조금 다르게 본다. 그래서 몇 가지 질문을 만들어 본다.

창원, 마산, 진해가 통합되는 건 이 지역 모든 시민들에게 폭력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당시 통합창원시청을 마산 또는 진해로 옮기겠다고 한 약속은, 세월이 흘러 그것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을 때 폭력으로 전화(轉化)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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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 열린 창원시의회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안상수 창원시장이 새 야구장 입지 변경에 반발하는 진해지역 김성일 의원에게 계란 봉변을 당했다. /이창언 기자

약속이 공약(空約)으로 바뀌는 과정은 합법적이지도 않았고 설득적이지도 않았다고 본다. 행정기관의 일방적 결정은, 적어도 내가 보기엔 폭력으로 비친다. 통합을 추진할 당시, 시청을 마산이나 진해로 옮기겠다는 것이 전혀 합리적이지도 않고 경제적이지도 않은 것인 줄 뻔히 알면서도 당장의 통합 추진을 위하여 장밋빛 공약을 내세운 것은 아니었을까 의심해 본다.

그렇다면 그것은 폭력이라고 아니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즉 그것이 정말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결정이었다면 지금 와서 그것을 뒤집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국가기관으로부터 거대한 폭력을 당했다면 시민은 어찌해야 할까. 당연히 저항해야겠지.

길게 보면 일제시대부터 가깝게는 박정희 전두환을 거쳐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지나오는 동안 우리 국민들은 국가기관의 폭력에 익숙해 있고, '감히' 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해왔다. 그래야 인격적인 사람, 배운 사람, 도덕적인 사람, 평화적인 사람, 착한 사람으로 대접받는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도 국가기관의 폭력에 저항하는 사람은 소수에서 다수로 늘어왔다. 마지막엔 물리력을 동원한 무자비한 폭력에 꺾인 경우는 많지만, 내면적으로는 끝까지 싸우는 사람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진해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시의원은, 진해에 짓겠다는 야구장을 짓지 않기로 결정한 시장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 시의원으로서 양복 입고 넥타이 매고 점잖게 5분 발언 같은 것을 하면서 조금 큰 목소리로 시장을 성토하면 끝일까. 그 대가로 다른 것을 내놓으면 협상을 하든 협의를 하든 하겠다고 점잖게 이야기하면 끝일까. 그렇게 하면 창원시의 일방적인 결정에 분노하고 저항하는 진해 사람들의 뜻을 잘 대변한 것이 될까. 누가 봐도 진해에 야구장을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시인하고 다른 것을 달라고 하여, 가령 야구장보다 더 나은 것을 갖고 오면 훌륭한 시의원이 되는 것일까.

어떤 형태이든 폭력은 정당화할 수 없다. 하지만, 국가기관의 거대한 폭력, 감춰져 있어서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국민들의 행복한 삶을 가로막는 국가기관의 폭력의 실체를 국민들에게 낱낱이 보여주기 위한 저항은 일정 정도 용인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잘못된 정책 결정에 반대하고 저항하고 싸울 자유, 이것이 보장돼야 진정한 민주주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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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기 씨.
날달걀 두 개를 던짐으로써 짐짓 자기 문제가 아니라며 뒷짐 지고 있던 창원·마산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들도 이 문제에 대하여 깊이 들여다보고 고민하게 한 이 사건을 폭력이라고만 할 것인가. 이 시의원을 의회에서 쫓아내고 감옥에 가둠으로써 분노하고 있는 다른 진해 사람들은 조용히 입 닫으라고 하는 어떤 결정과 그 과정은 과연 폭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우기(진주시 신안동)

※사실 관계에 오류가 있는 부분은 일부 수정했음을 밝힙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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