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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해지니 생각나네…쫄깃한 황태의 맛

[경남맛집]양산시 하북면 '진부령 황태구이'

박정연 기자 pyj@idomin.com 2014년 09월 24일 수요일

울긋불긋한 나무 사이를 걸으며 가을에 흠뻑 몸을 맡긴다. 일상에 지친 마음을 자연에 풀어놓고 맛난 보양식으로 기운을 채우기 좋은 날이다.

양산시 하북면 순지리에 자리한 '진부령 황태구이'는 통도사를 한 바퀴 돌고 찾기에 안성맞춤이다.

한국전통음식연구가 최승희(58) 사장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사찰에서 얻은 정갈한 기운을 이어갈 수 있는 곳이다.

황태 하면 강원도지만 가까이서 황태 요리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라 더욱 반갑다.

황태는 명태의 또 다른 말로, 건조 방법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강원도 진부령과 대관령에서 자연 건조한 황태를 으뜸으로 친다.

명태를 어떻게 말리느냐에 따라 황태와 북어로 갈린다. 바람에 말리는 점은 같지만 북어는 습기를 멀리하고, 황태는 적당한 습기가 있어야 한다.

추운 겨울 눈이 오면 북어는 거둬들이고 황태는 그대로 눈을 맞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육질은 북어가 쫀득쫀득하지만 황태는 부들부들한 노란 속살이 특징이고 크기도 더 크다.

황태는 더덕북어로도 불린다. 명태가 황태가 되면 단백질이 2배로 늘어난다. 성질이 따뜻해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이나 손발이 찬 사람에게 좋은 음식이다. 간을 해독하는 기능도 탁월해 숙취 해소에도 효과적이다.

익히 알려진 해장요리인 황태국을 넘어, 황태구이를 먹어봐야 황태의 진가를 맛볼 수 있다.

붉게 양념한 황태구이는 겉만 보면 장어구이를 떠올리기 쉽다. 비린 맛이 없다는 점에서 장어구이와는 또 다른 맛이다.

황태를 말리는 몫은 강원도 진부령의 '산골황태'라는 황태 덕장 주인장에게 있지만, 좋은 재료를 구해 요리하는 건 최승희 씨 몫이다.

"1주일에 2번 강원도에서 가져와요. 뼈를 제거한 후 흐르는 물에 씻어 눅눅하게 만듭니다. 그래야 양념이 황태 사이사이에 잘 스며들 수 있지요. 약한 불에서 양념을 3번 덧발라 앞뒤로 구워냅니다."

전통음식연구가인 최승희 사장이 황태전골에 육수를 붓고 있다. /박정연 기자

고추장, 고춧가루에 사과, 배, 파인애플 등을 갈아 넣으면 걸쭉한 양념장이 완성된다.

담백하면서도 단맛이 감도는 황태구이는 그냥 먹어도 손색이 없지만, 몇 점 먹어 매콤한 맛이 느껴질 때 밥까지 곁들이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황태구이는 1인분 기준 1만 원으로 장어구이보다 훨씬 저렴하다. 대개 장어전문점에서 바다장어는 1인분 2만 원, 민물장어는 3만 원 안팎이다. 크기나 양, 맛까지 따지면 황태가 훨씬 더 경제적이다.

진부령 황태구이의 별미는 황태전골이다. 해장하러 왔다가 술을 더 부르게 만드는 얼큰함이 인상적이다.

두꺼운 도자기 그릇에 황태, 꽃게, 새우, 미더덕, 콩나물, 미나리, 대파, 표고버섯, 팽이버섯, 애호박이 한가득 가지런히 놓였다.

여기에 황태를 통째 우린 육수가 더해져야 진가를 발휘한다. 뼈를 바르지 않은 황태와 강원도 덕장에서 보내온 황태 뼈를 추가로 넣어 4시간 정도 푹 삶으면 뽀얀 국물이 나온다.

육수를 넣고 고춧가루를 더하면 저 위장 끝까지 '크학' 하고 울려 퍼지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취향에 따라 고춧가루를 빼달라고 하면 맑은 국물 맛을 즐길 수 있다.

육수는 전골을 시키지 않아도 밥을 시키면 같이 나오는 황태국과 같다. 언뜻 보면 곰탕 국물 빛깔과 비슷하지만 묵직한 고기 우린 맛과 달리 깔끔한 육수 맛이 일품이다.

주택가나 상가 주변에 있지 않아도 맛 하나로 손님을 끌 만큼 깔끔하면서도 깊은 손맛이 반하기에 충분하다.

매콤한 양념이 잘 스며든 황태구이는 밥 반찬으로도 좋다. /박정연 기자

"15년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정성 하나뿐입니다. 아무리 좋은 재료와 요리 방법을 안다고 해도 정성이 깃들지 않으면 먹는 사람도 행복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음식은 첫 잔부터 끝 잔까지 손님에게 예의를 다했다. 생수 대신 직접 끓인 둥굴레차로 입맛을 돋우더니 마지막에는 백년초로 만든 냉차로 입안을 깔끔하게 만들었다.

식당 곳곳에 놓인 찻잔과 옛 장신구들을 둘러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가게 입구며 화장실이며 휠체어가 그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문턱을 없앤 것에서도 주인장의 따스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 △황태구이 (1인분) 1만 원 △황태전골 4만 원 △황태찜 (소) 2만 5000원 (대) 3만 5000원 △황태무침 2만 원 △황태해물버섯전 1만 5000원.

◇위치 : 양산시 하북면 신평로 122(순지리).

◇전화 : 055-372-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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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기자

    • 박정연 기자
  • 삶이 예술이다. 문화체육부 기자 박정연입니다. 공연(연극·음악·무용 등)분야, 맛집, 서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귀기울입니다. 연락처 010-5119-6213, 메일 pjy@ido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