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길고양이 먹이 주기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시장 속칭 '먹자골목' 지하 1층으로 들어가는 입구. '이곳에 고양이밥을 갖다놓지마세요'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그 밑에는 고양이가 먹다 남은 음식물이 놓여 있다. 누군가가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줬고, 이를 달갑잖게 여기는 사람이 그 글귀를 붙여놓은 것으로 보인다.

쓰레기 봉투를 파헤쳐 쓰레기를 흘리는데다 발정기 울음소리, 배설물 등 길고양이로 피해가 늘면서 길고양이가 주민 간 갈등의 표적이 되고 있다. 특히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주민과 이를 곱지 않게 보는 주민 간 대립도 만만치 않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시장 먹자골목 지하 1층으로 들어가는 입구. '이곳에 고양이밥을 갖다놓지마세요'라는 경고문이 보인다. /김민지 기자

지난해 서울에서는 한 남성이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던 여성의 멱살을 잡고 머리채를 휘어잡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올해 광주 한 아파트 자치회장은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주민과 말다툼하다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3조에 따르면 길고양이는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하여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다. 유기동물은 아니지만 보호대상 동물이다. 때문에 포획해 주인을 찾아주거나 분양을 할 수 없지만 법상으로 개체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中性化)해 포획장소에 방사하는 조치대상이다.

4년째 같은 장소에 정기적으로 고양이 먹이를 주는 김가연(가명·34) 씨. 그는 한 날 새끼 고양이가 자신보다 큰 음식물 쓰레기 봉투 주위에서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찡했다. 김 씨는 그때부터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김 씨는 "길고양이는 인간과 공존하는 대상이다.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고 해서 우리가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최민영(28) 씨도 가여운 마음에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준다. 최 씨는 "고양이는 평균 수명이 10년이 넘는데 길고양이는 배고픔, 추위 등으로 2~3년밖에 못 산다"면서 "솔직히 이웃들이 볼까봐 걱정하기도 했는데 (길고양이 밥을 챙기는)캣대디로 활동 중인 강풀 작가의 만화를 보고 용기를 얻어 시작했다. 알레르기 있는 가족 때문에 집에서는 키울 수 없지만 나중에 중성화수술을 해주려고 생각 중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웃들도 많다. 부림시장 한 상인은 "정기적으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 때문에 길고양이가 더 자주 온다. 음식을 파는 시장에서 길고양이가 왔다갔다하면 누가 좋아하겠느냐. 위생상 좋지 않을뿐더러 비가 오면 고양이 냄새가 더 지독하게 난다"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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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사진./연합뉴스

한 달 전 김해시 장유동 한 아파트에서는 안내방송으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함부로 주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은수(31) 씨는 "누가 길고양이에게 정기적으로 음식을 줬는데 먹지 않아서 음식물이 썩자, 주민들 항의가 있었던 모양이다"면서 "냄새도 문제지만 고양이 자체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책임감 문제도 제기됐다. 공동주택 1층에 사는 사람은 "2층에 사는 주민이 자기 문 앞이 아니라 1층 입구에 길고양이 밥그릇을 내놓았다. 밥을 주는 것을 알자 길고양이가 계속 모여들고, 한 날은 밥을 주지 않았는지 그릇 앞에 앉아 말끄러미 눈치만 살피고 있더라. 2주 뒤에는 그릇마저 사라졌다"면서 "먹이를 주다가 마는 등 책임감 없는 행위는 길고양이를 두 번 죽이는 것이다.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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