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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우린 공룡이 걸었던 길 걷고 있어

[토요 동구밖 생태·역사 교실] (16) 고성

김훤주 기자 pole@idomin.com 2014년 09월 23일 화요일

생태체험은 그 본령이 지식 쌓기에 있지 않다. 어른 말고 아이와 함께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풀이나 나무 이름 하나 더 아는 일도 나쁘지는 않지만 곁가지일 따름이다. 핵심은 생태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즐기고 노니는 데 있다. 지식은 그렇게 하는 가운데 익혀지는 만큼만 익히면 족하겠지 싶다.

오히려 지식 쌓기에 초점을 맞추면 생태랑 멀어질 수도 있다. 익히고 알아야 할 지식의 대상으로 삼는 순간, 생태나 자연은 사람한테서 멀찍이 떨어져나가기 십상이다. 생태에 대해 재미를 느끼고 관심을 갖게 되면 절반 넘게 성공한 셈이고 이를 바탕 삼아 알고 싶은 것이 생길 때 조금씩 알아가면 되지 않을까. 이에 더해 생태 자연 속에서 푸근함도 느끼고 상쾌함까지 누릴 수 있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8월 30일 마산 큰샘원·호계 두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찾아간 고장은 고성. 돌담장으로 이름난 학림마을과 공룡발자국 화석이 유명한 상족암 일대였다. 생태체험이라 하면 식물이든 동물이든 살아 있는 생물이 대상인 때가 많은데 이번 나들이는 그렇지 않았다. 살아 있는 동·식물이 아니라 말도 하지 않고 무뚝뚝한 무생물, 돌과 바위를 찾은 것이다. 이런 돌과 바위는 아주 옛적부터 사람들의 삶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 이를 잘 알 수 있는 장소가 바로 고성 학림마을 돌담장과 상족암 일대 바위들이다.

학림마을 돌담장은 아주 독특하다. 다른 지역 옛집 돌담장은 크든 작든 둥글거나 네모난 돌로 이뤄져 있지만 여기는 이른바 납작돌이다. 이렇게 납작하다 보니 돌담 위쪽에다가는 이런 돌을 널따랗게 올려 물매를 주기도 했다. 납작돌은 멀리에서 애써 가져온 것들이 아니다. 마을 뒷산에 지천으로 널린 것들을 가져다 쓰다 보니 많은 이가 알아주는 명물이 됐다.

고성 학림마을 돌담길을 걸어가는 모습.

아이들은 버스를 타고 오면서 이런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은 들머리에서 모둠을 이뤄 두산중공업 자원봉사 선생님들과 함께 양옆으로 돌담장이 솟은 골목길을 걸었다. 미션은 마을을 둘러보면서 자기 마음에 드는 한 가지를 골라 스케치하기. 아이들은 돌이 얇은 데에 먼저 눈이 가는 모양이고 납작돌 모서리가 거의 직각이다시피 한 데 대해서도 눈길이 갔다. 걸으면서 손으로 쓰다듬어 보기도 한다. "어째서 이렇게 얇고 네모져 있어요?" "여기 돌들은 단단하지 않고 무른 편이거든. 그래서 기계로도 많이들 떼내지만, 바윗결 따라 연장으로 톡톡 치면 이렇게 떨어지기도 한다더라."

골목이 도랑이랑 만나는 자리에는 커다랗게 자란 느티나무가 아주 너르게 그늘을 만들어 놓고 있다.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오는 나무 아래 평상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얘기를 나누며 쉬고 있었다. 재잘재잘 소리를 내며 불쑥 찾아온 아이들을 어르신들은 마다 하지 않았다. "이게 뭐예요?" "낫이지." "저거는요?" "호미란다." "저기 담장 밑에 기계는요?" "논밭을 가는 경운기지." 어르신들 입가에는 흐뭇한 웃음이 물려 있고, 아이들 눈에는 낯선 것을 마주하는 호기심이 반짝이고 있다.

그림 그리는 아이들과 내려다보며 웃는 자원봉사 선생님.

나무 그늘에서 아이들은 그림을 그렸다. 골목에서 봤던 돌담장이나 옛집도 그리고 마을 어르신들 쓰는 농기구도 그리고 담장 밑에 핀 꽃도 그리고 물풀을 휘감으며 흘러가는 시냇물도 그렸다. 물론 뛰거나 걸으면서 무언가를 계속 살피는 친구도 있고 개울로 들어가 물고기를 잡으려다 대신 다슬기를 집어낸 친구도 있었다.

그러다 어르신들한테 작별 인사를 드리고 돌아나와서는 길가 나무그늘에서 그림 품평을 했다. 돌을 하나씩 집어 가장 잘 그린 그림에다 놓으라 했더니 지붕과 돌담장과 담쟁이덩굴을 갖춰 그린 작품이 으뜸으로 뽑혔다. 격려하는 뜻으로 1000원이 든 봉투를 장학금이라며 건넸다. 그 다음 많은 돌이 쌓인 것은 경운기를 자세하게 그린 그림이었다.

바로 옆 임포마을 비룡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다음 상족암으로 옮겨갔다. 코끼리(象) 다리(足) 같은 바위(岩)라는 뜻이다. 골라잡은 길은 주차장이 널찍한 제전마을에서 공룡발자국화석과 물결무늬화석이 있는 데를 거쳐 상족암에 이른다. 그런 뒤에는 산길을 통해 유람선선착장을 지나 바위를 뚫고 솟은 나무가 우뚝한 덕명마을까지 내처 걷는다.

공룡발자국이나 물결무늬가 화석으로 남은 까닭은 여기가 원래 무르디 무른 진흙이었음을 일러준다. 그렇게 공룡과 물결이 지나간 자취가 그대로 굳어져 지금 이렇게 남았다. 이런 진흙 퇴적암은 단단하지 못하다. 옛날 화산 활동이 활발해서 생긴 안산암도 많다. 용암이 진흙 퇴적암을 길게 뚫고 들어와서는 굳어버린 자국도 있다. 말하자면 단단한 성질과 무른 성질이 한데 뒤섞인 바위가 많다. 여기 바닷가가 다른 데와 달리 별나게 생긴 바위들이 많은 까닭이다. 똑같이 바람이 불고 파도가 쳤어도 단단한 것은 덜 깎여 나갔고 무른 바위는 더 많이 파여나갔다. 상족암이 그런 사정을 잘 보여준다.

바닷가에서 물수제비를 뜨는 모습.

아이들은 이런 설명을 귓전으로 흘려 듣는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공룡발자국이 새겨지고 물결무늬가 그대로 남으려면 바닥이 어떠했겠느냐 물으면 대답이 나온다. "물렁물렁해야 해요." 이렇게 하면서 바다를 걷는다. 갯가 암석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뻗어오른 나무를 신기해하는 아이도 있고 공룡발자국화석에 자기 발을 넣어보는 아이도 있고 물결무늬 얼룩을 따라 손짓을 해보이는 아이도 있다. 그러다가는 뛰어가고, 뛰다가는 바닷물에 발을 적시고, 바다에서 나와서는 또 납작한 돌을 던져 물수제비를 뜬다.

상족암에 닿았다. 상족암은 밀물이 들어차면 건너갈 수 없다. 지금은 걸어 들어갈 수는 있을 정도로 물이 빠져 있다. 아이들에게 상족암은 완전 별천지다. 이리저리 조그맣게 뚫린 구멍으로 조그만 몸을 집어넣고 넘어 다닌다. 선녀탕·옥녀탕 따위 크게 파인 바위에서는 어떻게 이렇게 깊이 구멍이 났는지 신기해하면서 손도 집어넣어본다. 뒤쪽 너른 데서는 바위에 달라붙은 조개를 만져도 보고, 거기 나 있는 또다른 공룡발자국화석을 따라가며 밟아보기도 한다. 어둑어둑한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향해 얼굴을 내밀어보기도 한다.

상족암에 올라 찍은 기념사진.

그렇게 조금 시간이 흐른 뒤 자리를 떠나 덕명마을로 조금 걸었다. 여기 마을 어귀에도 바위를 뚫고 나온 나무가 여럿 장하게 있었는데, 그 바로 옆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는 귀갓길에 올랐다. 상족암 일대 걸은 거리는 1km 남짓밖에 되지 않았고, 거기서 누린 보람과 즐거움은 그에 견주기 힘들 만큼 많았다. "다음에 또 오면 좋겠어요!"

물에 들어가 노는 아이들과 공룡발자국화석. /김훤주 기자

※이 기획은 두산중공업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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