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만 매립, 20년 간의 기록] (19) 마산만의 어제와 오늘, 내일

마산만은 마창대교를 기준으로 시내와 접한 안쪽 바다다. 대교 바깥 쪽으로는 소모도와 막개도(등대섬)까지 마산만에 포함된다.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은 그 넓이를 1400만㎡로 추산한다. 창원물생명시민연대는 지속적인 매립으로 마산만 현재 면적은 1899년 마산항 개항 이전의 40%대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산업단지 조성이나 상업적 목적으로 절반 이상의 바다가 메워졌다는 것이다. 지금도 마산해양신도시 63만㎡ 외에 마산어시장 방재언덕 조성 목적으로 5만8000㎡가 추가 매립되고 있다. 마산자유무역지역 옆 삼호천도 도로확장 명목의 매립공사가 진행 중이다. 마창대교 주변 마산합포구 가포동 67-1번지 3270㎡ 공유수면 매립도 추진된다. 모래 부두를 확장하는 사업이다. 그래서 시민들은 앞으로 100년 후 남은 마산만을 확신하지 못한다. "저 바다가 도대체 남아있겠습니꺼?"

◇마산만 드라이브

쉬엄쉬엄 두 시간이면 마산만 한 바퀴 드라이브가 가능하다. 오늘은 마산항 4·5부두 쪽 삼귀동 쪽을 시작으로 마창대교-가포매립지-해양신도시매립지-마산어시장 앞바다를 거쳐 마산자유무역지역 일대로 방향을 잡았다.

봉암대교를 거쳐 마산항 4부두와 적현부두, 마산항5부두와 두산중공업에 이르는 출발지점은 그야말로 중후장대하다. 짙은 금속성 향이 코끝을 찌르지만, 잇따른 대형 철강업체와 부두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선적·하역 작업이 스펙터클하다. 현대상선과 CJ대한통운 등 선사들은 요즘 4·5부두 체선 문제로 인해 조속히 가포신항을 개장해달라고 요구한다.

두산중공업부두가 끝나는 용호마을부터 마창대교 진입로 입구 귀산마을까지 바다 경관은 그야말로 눈과 코를 뚫어버린다. 해안에 줄지어 선 낚시꾼들은 그 맛을 일찌감치 안 사람들이다. 여기서는 왼쪽 끝 가포신항부터 돝섬을 사이로 건너편 해양신도시 매립지, 마산어시장 앞까지 파노라마처럼 조망한다. 지금쯤 때가 지났을까. 귀산마을 포도밭도 들러보시기를.

그리고 마창대교. 잠시 차를 세워 마산만 원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지만 감시카메라와 경고방송스피커가 삼엄하다. 대교 끝에서 가포동 쪽 진입로로 바로 빠진다.

잠시 차를 세워 가포매립지 위에 섰다. 바다 쪽은 가포신항, 해양수산부는 내년 1월 개장 예정을 밝혔다. 오른 쪽은 신항배후부지, 42만㎡(13만 평)에 이르는 광활한 부지를 분양받는 업체가 속속 생긴다고 하는데 창원시는 아직 그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 신항 매립지 끝에서 마창대교 방향으로 미개통 도로가 나 있는 건 뭔가 암시한다. 언제든 매립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 마산항정비계획 속에 1-2단계 매립이 구상돼 있는 지점이다. 최근 가포신항 끝 모래부두용 추가매립 계획이 밝혀지기도 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마산항 부두로 사용됐던 서항부두와 마산항1부두, 중앙부두에 이르면 이 기획의 초점인 해양신도시의 실체를 눈앞에서 만난다. 전체면적 63만㎡의 테두리가 되는 둘레 3.2㎞, 높이 6.6m의 석축 호안이 완성됐다. 5000m 이상의 상공에서는 그 모양이 나비 같다. 그림을 그린 듯 예술 같은 이 일이 마산 사람들에게는 20년 가까이 분쟁거리가 됐다. 마산의 회생 근거지다, 그렇지 않아도 쇠락한 구도심의 목줄을 죄는 괴물이다 하는 분쟁. 단일 매립작업 면적으로는 1960년대 마산자유무역지역 매립 이후 최대다. 창원시는 덕분에 마산항 1부두와 서항·중앙부두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친수공간이 됐다고 내세운다. 강처럼 돼버린 부두와 호안 사이를 돝섬유람선이 지나간다.

◇어시장 방재언덕 매립 강행

해양신도시 매립지는 신포동 경남정부청사 건물이나 아이파크 고층에서 훤하게 조망된다. 사전 양해를 구해야 하지만. 아이파크에서는 건물 왼쪽으로 마산어시장 앞바다와 자유무역지역 일대까지 폭넓게 볼 수 있다. 이곳에 문제의 방재언덕 매립예정지가 있다.

먼저 마산 구항 방재언덕 설계도부터 들여다보자. 사업시행처는 마산지방해양항만청. 공사구간은 신포동 장어거리 앞바다부터 오동동 마산관광호텔 앞바다까지 1.25㎞다. 구간 중 장어거리와 횟집촌·수산센터 앞바다는 현 해안선에서 70m 앞바다까지 매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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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현 마산수협부터 마산관광호텔 앞바다는 30m까지 매립한다. 매립 총면적은 5만8000㎡다. 매립지 끝에 3m(콘크리트 1m, 투명강화벽 2m) 높이의 투명강화벽을 세우는데 이게 방재언덕 역할을 한다. 그사이 매립지는 재해 시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총공사비 414억 원에 동부건설에 낙찰됐다.

하지만 반대가 극심했다. 창원물생명시민연대 등은 처음부터 방재언덕 식의 토목공사가 재해 대책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태풍 매미를 비롯해 재해 때 침수됐던 마산만 연안 지역이 대부분 매립지였다는 점을 들어 어떤 목적이든 더 이상 매립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최근까지도 마산어시장해안상인협의회, 선박수리업체 등은 매립 후 불충분한 배수로로 인해 수해가 더 커질 우려가 있고, 공사기간 및 공사 후 조망권을 뺏기면서 영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강력 반대했다. 선박수리업체들은 매립공사 중 영업손실이 불가피하다며 영업손실 보상을 요구했다.

쇠귀에 경 읽기! 대립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단됐던 공사는 '정해진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지난 8월 중순 재개됐다. 19일 오후 남성동 마산수협공판장 앞바다에는 매립 첫 단계인 해저 연약지반 개량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2016년 10월 이후 이곳에도 5만8000㎡ 매립지가 들어선다. 주목할 점은 이 계획의 주도자 또한 해양신도시처럼 황철곤 전 마산시장이라는 것이다. 태풍 매미 다음해인 2004년 그가 태풍 매미 피해 원인조사 및 재해방재대책 연구 용역을 의뢰한 연구팀(연구책임자 한성대 경남대 토목환경공학부 교수)이 방재언덕 초안을 제공했다.

◇지난 100년간 절반이 메워진 마산만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은 현재 마산만 면적을 1400만㎡로 추산한다. 창원물생명시민연대 측은 이 면적이 1899년 마산항 개항 이전 마산만 면적의 40%대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개항 이후 매립역사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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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항 개항 후 첫 매립은 일본 기업인에 의해 진행됐다. 1906년 마산중부경찰서 앞 옛 삼익아파트자리가 매립됐고 1914년 남성동 부두와 주변 남성동 우체국과 옛 극동예식장 자리 1만1000여 평이 뭍으로 변했다. 1926년부터 2년간 옛 합포구 보건소 앞에서 옛 마산극장 아래 신마산 극장 앞이 유원연탄과 유원산업 터로 1만500여 평이 메워졌다. 1929년부터 35년까지 서성동 로터리 한국통신 주변에서 신포동 삼익아파트단지를 지나 마산제1부두까지 해안이 사라졌다. '월포해수욕장'이었던 이곳은 은빛 모래사장과 소나무 숲으로 여름철이면 서울과 이곳을 연결하는 특별피서열차가 운행되던 곳이었다. 1944년, 온갖 매립지에 석탄재를 갖다 묻었다는 마산화력발전소의 터 1만2000여 평이 매립된다.

해방 후 매립작업은 규모가 더욱 커졌다. 1965년 월영동 5만 평을 메워 한국철강이 들어섰고, 바로 다음 해 양덕동 6만 평 매립지에 한일합섬이 영업을 시작했다. 이어 1970년 마산 봉암동 앞바다 갈대밭 50만 평이 수출자유지역으로 변했다. 74년 창원기계공단이 조성되기 시작하고 78년 귀곡동 일대 99만 평에 공업단지가 들어섰다. 마산은 그렇게 바다를 메워 산업도시가 됐지만, 도시의 원형인 마산만은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치달았다. 해가 갈수록 악화하는 마산만 수질로 1975년 가포 해수욕장이 폐쇄됐고, 1979년 어패류 채취 금지령이 내려졌다. 82년에는 적조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되고 2000년 급기야 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된다. 그 사이에도 마산 서항 구항(1984년), 마산 수정만(1990년, 7만여 평), 제2부두(2001년)가 매립됐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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