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2014 문자문명전 리뷰…국내외 서예가 380명 참여, 지자체 지원 확대 필요 목소리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열린 2014 문자문명전이 21일 끝났습니다. 6회째를 맞은 올해 전시에는 국내외 서예가 380명이 참가했습니다. 갈수록 작가들의 관심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은 듯합니다. 지난 2009년 첫 전시가 열리던 날 앞으로 창원시 대표 문화 콘텐츠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아직 요원해 보입니다. 창원시 동읍 다호리유적에서 발견된 다섯 점의 붓을 모티브로 시작된 문자문명전. 창원이 한반도 문자 사용의 시발점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전시이자 축제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읽는 게 아니라 보는 서예

문자문명전은 지난 16일 오후 4시 (사)한국문자문명연구회(회장 김종원)가 주최한 공모전 시상식으로 시작했다.

프로와 아마추어 작가 모두가 참여해 치러진 대회였다. 170여 명이 상을 받고 문자문명전에 작품을 선보였다. 도내 주요 서예 대회로 자리를 잡은 모습이었다.

김종원 회장은 "갈수록 다양한 작품이 나와 반갑다. 우리가 함께 서예가 예술이 되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문자문명전을 둘러보는 관객들. /이미지 기자

'일즉다 다즉일(하나가 곧 여럿이고 여럿이 곧 하나)'이라는 주제로 열린 2014 문자문명전은 한국과 중국, 일본이 한자라는 공통된 기록 언어 체계를 사용한다는 점이 바탕이다.

성산아트홀 2·3층 전시실을 가득 메운 작품은 우리가 평소 보던 서예와 거리가 멀었다. '글'이기보다 '그림', '읽는다'보다 '본다'가 어울렸다.

반듯하게 적힌 글자뿐만 아니라 한국화와 추상 회화가 연상되는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1전시실부터 순서대로 전시를 관람하면 국내 작가들의 실험 정신에 먼저 놀란다. 2전시실에선 중국 작품에 감탄한다.

흰 바탕에 검정 글씨가 아니라 '한지에 드로잉했다'라는 인상을 주는, 분홍색과 하늘색, 색채와 짚 등을 이용한 입체감이 가미된 회화였다. 현대 미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오브제를 활용한 기법까지 볼 수 있었다.

소산 박대성을 만나는 3전시실은 서예가 현대 미술이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상형문자로 출발한 한자를 본연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그의 작품에서 나무와 새, 꽃을 볼 수 있는 이유다.

우무석(시인) 문자문명전 운영위원은 "갈수록 추상에 가까운 작품이 많아진다. 이제는 서예라는 갈래를 굳이 규정할 필요가 없다. 글자를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할 때다"라고 설명했다.

박금숙(서예가) 창원예총 회장은 "'달 월', '날 일'처럼 문자는 원래 그림에서 출발했다.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전통적 서예를 빨리 벗고 현대 미술로 발전시키고 있다. 문자문명전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고 했다.

참가하는 작가들의 만족도도 높다.

2회째 문자문명전에 참여하는 서예가 한동조는 "틀에 박힌 사고를 깰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좋은 자극제다"라고 말했다.

18일 전시장을 방문한 김관용(가운데) 경북도지사. 맨 오른쪽이 김종원 한국문자문명연구회 회장이다. /이미지 기자

◇지난해와 비슷했던 올해 전시

문제는 관객들의 참여 저조다. 전시 기간 일반 관람객을 찾기 어려웠다. 서예가와 서예단체 회원들, 문자문명전 공모전 입상자와 가족, 지인 등이 대부분이었다.

문자문명전은 해가 갈수록 적극적인 홍보와 이벤트가 약해지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김두관 당시 도지사와 고영진 교육감 등이 벌인 개막전 퍼포먼스로 지역에서 이슈를 만들었다. 2012년에는 문자문명 관련 학술세미나와 중국 교류로 전문성을 키웠다.

하지만 올해 전시 구성은 평이했던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관람객도 더 늘지 않고 있다. 작품은 앞서가는데 전시 구성과 지역에서 바라보는 인식은 제자리걸음이다.

김종원 회장은 예산과 행정기관의 무관심을 꼬집었다.

그는 "한 해 8000만 원은 작가 초대와 전시 준비만 할 수 있는 빠듯한 예산이다. 경남도와 창원시, 경남메세나협의회와 도내 기업의 매칭 펀드로 지원받는데 창원시는 겨우 1500만 원이다. 유명 가수를 초청한다고 한 해 몇 억씩 들이는 다른 축제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적다. 창원 다호리의 역사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도와 창원시에서 예산 지원을 결정하는 전시 의미와 평가 등에 관해 묻자 전문적이지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다만 창원시 문화예술과 문화재담당 최혜정 씨는 "창원 다호리에서 한반도에 한자가 도래된 시기를 추정할 수 있는 붓과 삭도라는 칼(지우개)이 발굴됐다. 문명 혜택이 시작된 것이다. 다호리 발굴사업이 계속되는 만큼 문자문명전도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지난 1988년 창원 다호리에서 발견된 붓 다섯 자루는 한반도 문자 사용을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릴 만한 발견이었다. 창원이 중국 전한과 교역하며 활발하게 문자를 사용했다는 증거였다.

김종원 회장은 국립중앙박물관, 경주엑스포 등이 문자문명전을 함께 열자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문자문명전은 문자 축적으로 이뤄진 문명사회와 공업도시로 발전한 창원을 아우르는 문화 콘텐츠"라며 "내년에 어떤 모습으로 시민에게 다가갈지 도와 시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함께 머리를 맞대자"고 제안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