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77) 구연옥 산청 한솔팜 대표

마치 하얀 실 뭉치 같다. 뽀얀 것이 탐스럽게도 생겼다. 노루궁뎅이 버섯을 두 개 나란히 포장한 모습. 한 번도 본 적 없는 노루의 궁둥이가 이렇게 생겼단다.

산청 한솔팜 구연옥(57·사진) 대표는 "노루궁뎅이 버섯은 뛰어난 기능으로 인해 일반인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고가 버섯으로 알려져 있었다"며 "노루궁뎅이 버섯을 생버섯으로 대중화하는 데 승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아내에게 거짓말하고 시도한 귀농 = 직장 생활을 하던 구 대표는 40대 초반이던 IMF 외환위기 시절 회사를 그만뒀다.

새로운 일을 찾던 구 대표가 집중한 것은 버섯 농사였다. 버섯과 관련한 재료 영업을 한 경험이 결국 버섯 농사를 짓도록 인도한 것이다.

2003년 산청에 터를 잡고 귀농했다. 이때 구 대표는 부인 정희숙(52) 씨에게 '사기 아닌 사기'를 쳤다.

버섯 농장 조성에 2억~3억 원가량 들어갈 것이라고 말하고 시설을 갖추기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결국 7억 5000만 원을 투자해야 했다. 돈은 자꾸 들어갔지만 한번 발을 담그고 일을 벌여 놓으니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아내는 구 대표의 '거짓말'에 걸려들었다.

"당시 ㎏에 8000원으로 황금기였던 새송이 버섯의 매력에 빠져있었습니다. 특히 버섯은 50일가량만 자라면 출하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금회전력이 좋았습니다. 무리를 해서라도 버섯 재배를 하고 싶었죠. 결국 제조업을 하던 아내 친구 공장에서 어음을 빌리고 대출을 받아 시설을 갖췄습니다."

구 대표는 아직도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2003년 9월 27일, 처음으로 버섯 재배를 시작한 날이었다. 그리고 11월 24일, 버섯을 처음 수확했다.

◇노루궁뎅이 버섯에서 새 길을 찾다 = 처음에는 돈을 잘 벌었다. 빌린 어음도 문제가 안 됐다. 그야말로 새송이 버섯의 황금기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점점 재배 농가가 많아지고 물량 경쟁, 가격 경쟁을 하면서 한때 ㎏당 8000원이던 새송이 버섯은 요즘 250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계를 느꼈다. 점차 경영이 악화되자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노루궁뎅이 버섯이었다.

"노루궁뎅이 버섯은 인터넷에서 비싼 약용버섯으로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중적이지 않았죠. 노루궁뎅이 버섯을 대량 생산해 대중화·식용화의 선두에 서겠다고 목표를 세웠습니다."

3년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실험을 했다. 하지만 만만치 않았다. 새송이와는 달리 노루궁뎅이 버섯 재배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었다.

재배 방법이나 생육 환경 등을 직접 실험하며 익혀야 했다. 재료 준비부터 살균과정, 접종 오염 등 많은 실패가 있었다.

한솔팜에서는 봉지 형태의 배지를 쓰지 않고 병 형태를 쓴다. 배지란 버섯이 자라는 토대가 된다. 메주처럼 비닐봉지를 씌워 키우면 버섯 개체가 들쑥날쑥해 병에서 일률적으로 키운다.

그런데 병 뚜껑에 버섯 구멍을 뚫는 것에서도 버섯 상태가 달라진다.

구 대표는 초창기 버섯을 크게 키우기 위해 구멍을 크게 뚫었다.

구멍을 작게 해야 한다는 부인 정희숙 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정한 크기였다. 그런데 구멍이 크니 버섯이 옆으로 퍼져 모양이 나쁘고, 한 구멍으로 여러 개의 버섯이 올라오기도 했다. 여러 개가 뭉쳐 있으면 배송 과정에서 갈라지는 등 좋지 않다.

그래서 결국 부인의 주장대로 구멍 크기를 줄여 뚜껑을 모두 새로 제작해야 했다.

"그 후부터 아내한테 꼼짝 못하고 쥐여삽니다. 농장 일도 아내의 손길이 많이 갑니다. 귀농 전에는 맞벌이가 지금처럼 당연시되지 않던 시기였지만 아내는 회계사무실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 경험이 지금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회계에도 강하고 섬세하고 직관력이 뛰어납니다. 이래저래 아내가 고생이 많아요. 돌이켜보면 농장을 살린 사람은 바로 아내입니다."

◇첫 반응은 솔깃, 그러나 = 노루궁뎅이 버섯은 시행착오를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생산한 노루궁뎅이 버섯을 부산·대구·서울 등 경매시장에 출하했다. 초기 반응은 좋았다. 이 정도면 대박을 치겠다고 기뻐했다.

하지만 반전. 20일쯤 지나자 주문이 없어졌다.

"공판장에 나간 우리 버섯이 동네 슈퍼로 가서 팔렸습니다. 처음에는 말로만 듣던 버섯이 시장에 나오니까 소비자들이 호기심에 많이 사갔습니다. 하지만 한번 먹어보고 그걸로 끝이었죠. 재구매가 없었습니다."

노루궁뎅이 버섯을 재배하며 제일 큰 애로는 바로 판로. 마트나 시장에 가면 새송이 버섯·느타리 버섯 종류는 많이 볼 수 있지만 노루궁뎅이 버섯을 보는 것은 어렵다. 사정이 그러니 어쩌다 새로운 버섯이 보여도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어떻게 요리해 먹어야 할지, 어떤 맛이 날지 모를 낯선 버섯을 선뜻 구매하기는 쉽지 않다.

구 대표는 현재는 서울이나 부산 쪽 공판장은 이용하지 않고 북대구 농협 공판장에만 출하한다.

"마트보다는 식당 식재료로 납품해서 소비자들이 바로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샤부샤부 전문점 등을 접촉하고 있습니다. 샤부샤부 프랜차이즈나 개인 식당을 발굴할 예정입니다. 우리 버섯은 저장성 등 품질이 좋기 때문에 한번 사간 곳에서는 감탄을 합니다."

한솔팜 버섯은 저장성이 좋기로 소문나 있다고 한다. 비결은 영양분 공급과 '습' 조절.

"보통 배지에는 영양분을 1~2가지 첨가하지만 우리는 8가지를 사용합니다. 사람도 좋은 영양분을 많이 공급해야 건강하듯 버섯도 마찬가집니다. 또 우리는 습기를 많이 가하지 않습니다. 습을 많이 주면 무게는 늘어나지만 저장성이 떨어집니다."

문제는 택배다. 육질이 연하고 약해 택배 과정에서 파손될 우려가 있다. 구 대표는 택배 과정에서 파손이 덜 될 수 있도록 품질을 개선한 후 서울의 호텔이나 한식당, 일식당 등지로 납품처를 확대할 예정이다.

◇종균 보급 사업이 꿈 = 한솔팜은 3300㎡(1000평)에서 한 달에 새송이 버섯 14t, 노루궁뎅이 버섯 5t가량을 생산한다.

배양은 하루에 5000병(850cc), 생육은 125㎡(38평) 시설 7개 동에서 이루어진다.

구 대표는 새송이 버섯을 노루궁뎅이 버섯으로 작목 전환 중이다.

"인터넷을 보면 노루궁뎅이 버섯을 생버섯으로 팔기보다는 가공판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생버섯 그대로 소비자들이 쉽게 접해서 새송이버섯처럼 각종 음식 재료로 사용하도록 대중화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직 시장 형성이 제대로 안 돼 있다.

그래서 구 대표는 버섯을 키울 수 있는 종균 분양 사업을 꿈꾸고 있다. 기존 버섯 농가에 종균을 분양하고 재배 노하우를 알려줘 생산자와 재배량을 확대, 시장을 키우고 싶은 것이다.

대중성의 일환으로 산청군에서 노루궁뎅이 버섯을 지역특화품목으로 지정해서 육성하기를 희망하지만, 아직 지역에 인식이나 인지도, 시설이 없어 쉽지 않은 일이다.

구 대표는 노루궁뎅이 버섯 시장이 확대되면 장차 티백차 가공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싶다.

좋은 것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구 대표의 목표다. 노루궁뎅이 버섯은 치매 예방과 기억력 향상, 항암 효과, 위장 질환 개선 등에 효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버섯 중에서는 드물게 비타민C도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구 대표는 인터넷 판매는 하지 않고 있다. 인터넷몰을 통해 개별 소비자에게 판매하기에는 생산량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도 일손 부족 때문에 새벽 4시에 농장에 나와서 일하고 있는 실정이라 인터넷몰까지 신경 쓸 여력도 없다.

대신 전화로 주문하는 사람에게는 택배로 보내기도 한다. 노루궁뎅이 버섯 2개들이 팩 10가 한 상자로 가격은 2만 5000원. 010-4507-3404.

<추천이유>

◇이현욱 경남농업기술원 강소농지원단 버섯전문가 = 한솔팜 구연옥 대표는 2003년 귀농해 연중자동화 첨단시설에서 새송이버섯을 재배하던 중 생산량 급증으로 가격이 하락되어 경영애로를 겪였다. 3년 전부터 새송이버섯을 대체할 수 있는 맛과 기능성이 뛰어난 노루궁뎅이 버섯을 대체작목으로 선택해 재배기술 연구에 주력한 버섯 전문가이다. 올해부터 배양기술과 생육기술을 확립해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돌입, 노루궁뎅이버섯을 지역특화작목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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