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김상우·송정숙 부부

남해군 이동면 원천마을에 사는 김상우(47)·송정숙(47) 부부는 결혼한 지 14년 됐다. 정숙 씨는 결혼 전 '이런 남자와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는 기준 네 가지가 있었다. 하지만 역시 사람 인연이라는 건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남편은 이 네 개에 모두 해당하는 사람이다.

남해 창선면에서 태어난 정숙 씨는 고등학교 졸업 전 취직을 하며 진주에서 지냈다. 종종 선을 보기는 했지만 인연을 찾지는 못했다. 그러다 보니 벌써 서른을 훌쩍 넘겨 있었다.

상우 씨도 남해 사람이다. 일찍부터 원양어선 선장으로 일했다. 1999년 한일어업협정으로 북해도 어장을 내주게 되자 10여 년 하던 뱃일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그리고 김해에서 다른 일을 알아보던 중이었다.

그 시기에 첫 만남이 있었다. 둘 다 신앙심이 깊다. 이를 눈여겨본 교회 권사님이 이어주려 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상우 씨가 말했다.

"그분이 1999년 추석 연휴 때 자리를 마련해 주시려 했죠. 저는 그때 결혼에 대한 마음이 그리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좀 뺐죠."

이 말을 들은 아내 정숙 씨가 한마디 했다. "솔직하게 말하세요."

남편 상우 씨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다시 말했다.

"김해 있을 때 교회 지인께서 소개해 준 다른 여자분이 있었죠. 깊은 관계까지는 아니었고, 주위에서 넌지시 권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조금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마침내 진주 동방호텔 찻집에서 마주 앉게 됐다. 정숙 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김상우(왼쪽)·송정숙 부부.

"계단을 올라가는데 저인 줄 어떻게 알았는지 남편이 먼저 인사하는 거예요. 미소와 함께 말이죠. 그 첫 인상이 너무 선하게 다가왔어요. 저런 사람이라면 함께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확 다가왔죠. 이전에 다른 사람과 선볼 때는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 사람과 함께 있으니 이야깃거리가 끊이지 않고 너무 편한 겁니다. 진양호로 가서 차 안에서 1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죠."

그런데 신앙심 깊은 정숙 씨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 사람에 대한 느낌이 내 마음일까? 아니면 하느님 마음일까?'

정숙 씨는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헤어질 때 '일주일 간 연락 없이 지내보자'는 제안을 했다. 상우 씨도 그 마음을 이해하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렇게 며칠 지났을 때였다. 정숙 씨는 다른 남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앞서 선을 봤던 사람이었다. 며칠 후 함께 등산을 가자는 제안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연락 끊은 일주일이 끝나고 상우 씨와 다시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정숙 씨는 갈등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우 씨에게 좀 더 마음이 갔다. 스스로 이렇게 기도했다.

'상우 씨가 내 사람이 맞다면, 다른 사람과 함께 등산가기로 한 그날 비가 오게 해 주세요.'

정숙 씨는 일기예보까지 확인했다. 하지만 비 소식은 전혀 없었다. 마침내 그날이 밝아오는 새벽이었다. 창밖에 '우두둑' 하는 소리가 났다.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몇시간 후 그 남자로부터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오늘 약속을 취소해야 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상우 씨 전화가 걸려왔다. 둘은 다시 일주일 만에 만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일사천리로 결혼식까지 올렸다.

이렇게 빨리 마음이 통할 수 있었던 건 역시 신앙심이었다. 상우 씨는 여기에 더해 '같은 남해'라는 점도 끼워 넣으려 했다. 하지만 정숙 씨는 인정 못하는 듯했다.

"직장 생활할 때 친한 동료들에게 늘 하던 말이 있었어요. 남해 사람, 수산고등학교 나온 사람, 군대 다녀오지 않은 사람, 배 타는 사람….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과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이죠. 그런데 제 남편이 모두 해당하는 사람이에요. 더 웃기는 건, 결혼할 때는 저 스스로도 그걸 생각하지 못했어요. 한참 지나고 나서야 인지하게 된 거죠."

물론 그러한 것들이 결혼생활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건 지난 14년간을 통해 이미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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