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따라 내 맘대로 여행] (31) 충북 영동 와인코리아

소크라테스는 와인을 "사람 성격을 부드럽게 해주며 기쁨을 증가시켜 주기에 꺼져가는 불꽃에 기름과 같은 존재"라고 예찬했다. 그의 제자 플라톤도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극찬했다.

잘 숙성된 와인의 깊은 맛처럼 가을도 딱 취하고 싶을 만큼 익어가고 있는 요즘이다.

가을 향기를 따라 찾아간 곳은 포도 재배부터 와인 양조까지 한국에서 유일한 와이너리(포도주를 만드는 양조장)가 있는 충북 영동군 영동읍 주곡리 와인코리아.

1996년 '영동포도가공'이란 이름으로 설립되어 2004년 명칭을 변경했다. 포도 가격이 폭락하자 재배 농민들이 소득을 높일 방법을 고민하다 농민 560명이 주주로 참여하는 주식회사 공장을 세웠는데 그곳이 바로 와인코리아다. 생산 공장이라고 하지만 일반인에게 문을 열어놓고 있어 부담없이 찾아갈 수 있다.

"구름도 자고 가고 바람도 쉬어가는" 추풍령 자락에 자리를 잡은 충북 영동으로 향하는 길은 마치 가을을 맞이하러 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바람은 청량하고 햇빛은 눈이 부시다. 하늘과 구름은 서로 제 색깔을 뽐내듯 선명한 대조를 이루며 제대로 가을 하늘이다.

와인코리아 1층에 있는 와인 저장창고 모습. 지하에는 일제강점기 탄약고였던 동굴을 개조한 포도주 숙성 토굴도 있다. 토굴은 일반에 개방되지 않는다.

와인코리아는 마치 외국 어딘가에 있을 법한 성 모양으로 지어져 있다. 굳게 닫혀 있지 않은 성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양한 와인이 전시되어 있으며 시음도 할 수 있다. 예약을 하고 가면 와인에 대한 유익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계절을 잘 맞춰가면 와인코리아 인근 밭에서 주렁주렁 익어가는 포도도 구경할 수 있다.

그뿐인가. 때를 잘 맞춰가면 옆 건물 공장에서 포도즙을 추출하는 공정과 병에 넣고 포장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포도주 숙성은 공장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토굴 속 커다란 오크통(참나무통)에서 한다.

늘 13℃를 유지하는 전체 길이 약 200m의 'U' 자형 지하토굴이다. 일제강점기에 탄약고로 쓰였던 곳으로 6·25 때는 최대 격전지였던 영동 일대의 피난 동굴이었다.

전시되어 있는 다양한 와인.

토굴은 일반에 개방되지 않았다. 와인코리아 1층에 마련된 저장고에서 마치 유럽의 와이너리에 와 있는 듯, 커다란 오크통이 정갈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크통을 따라 한 바퀴 돌면 향긋한 와인 향에 살짝 취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색 경험은 와인 족욕이다. 붉디붉은, 살짝 따뜻한 와인에 발은 담그면 어느새 스멀스멀 와인 향이 온몸을 감싸며 몸이 노곤노곤해진다.

영동군은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영동천 일원에서 '제5회 대한민국와인축제'를 연다.

갤러리 같은 와인코리아 내부.
와인 족욕 체험장.

또다른 와인 동굴은 어디?

경북 청도와 전북 무주에도 와인 동굴이 있다. 이곳에서도 와인과 관련한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청도와인터널 = 청도와인터널은 1896년 일제가 착공해 1904년 완공한 옛 남성현 철도터널로 길이 1.015km, 폭 4.5m, 높이 5.3m 규모다. 1905년부터 경부선 증기기관차를 운행했지만 경사가 급하고 운행 거리가 멀어 1937년 현 남성현 상행선 터널이 개통되면서 사용이 중지됐다.

직육면체의 화강암과 붉은벽돌을 3겹 아치형으로 쌓아 건설해 110년 세월이 흘렀음에도 내부 상태가 잘 보존되어 있다.

터널 벽에는 개인용 와인 진열장을 마련해 놓고 방문객들이 자신의 와인을 이곳에서 전시, 숙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무주머루와인동굴 = 적상면 북창리 적상산 일대에서 무주군의 대표적인 특산품 산머루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와인 하우스와 머루와인 비밀의 문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상 2층으로 조성된 와인하우스(163.73㎡)에는 반딧불 농특산물 판매장과 와인카페 겸 전통찻집이 있다. 머루와인 비밀의 문(270m)에서는 와인카페와 와인시음 및 저장고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머루와인 비밀의 문은 자연적으로 연중 13~17℃의 최적 온도가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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