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관세율 513% 확정…전국 농민단체 "유지 불가능"

정부가 18일 내년 쌀 시장 전면개방 이후 수입쌀에 적용할 관세율을 513%로 확정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쌀시장 전면개방에 반대하며 이날 농민대회를 여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는 합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관세율 등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할 내용'을 발표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WTO에 통보할 쌀 관세율은 국내 쌀 산업 보호를 위해 WTO농업협정에 합치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 수준인 513%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어 "관세화 이후 수입량이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관세율을 더 높여 국내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특별긴급과세(SSG)를 적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국내 조사 가격과 인접국인 중국의 평균 수입가격을 근거로 관세율을 결정했다.

기준 연도는 1986~1988년으로 이는 WTO 규정에 따른 것이다. 당시 중국 쌀 수입 가격은 ㎏당 145원, 국내 쌀 도매 가격은 ㎏당 960원 수준이었다.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정문 옆에서 '농민의 길 출범 및 쌀개방저지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쌀 전면개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관세율 513%로 높게 책정하면 미국쌀이 수입돼도 국내쌀보다 비싸져 수입 방어효과가 난다는 견해다. 지난해 기준 미국쌀 ㎏당 가격은 751원인데, 관세율을 적용하면 3852원이 된다. 지난해 국내산 쌀 도매 가격이 ㎏당 2125원에 비해 미국산 쌀이 높은 가격에 유통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이달 중 국회에 쌀 관세율을 보고하고 WTO에 통보한 뒤 10월부터 검증절차를 밟는다.

정부는 이와 함께 국내 쌀 농가 보호를 위한 쌀 산업 종합발전 대책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쌀 고정직불금 단가를 ㏊당 90만 원에서 100만 원 조기 인상 △겨울 논 이모작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강화 △변동직불금 제도 유지·보완 △국산쌀 수입쌀 혼합 판매 유통 금지 △농업인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농지연금 지급 등이 담겼다.

이에 대해 농민단체들은 쌀 시장 전면 개방을 막기 위한 전면 투쟁에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은 18일 양산, 의령, 창녕, 거창, 합천, 함양 등 6개 지역 농민회를 중심으로 '쌀 전면개방 반대 농민대회 및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방침을 성토했다.

이들은 "정부는 고율 관세를 적용하면 쌀 수입을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세계무역 정세가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 간 협상에서 한-중 FTA나 TPP협상 등 양자 또는 블록별 협상에 무게추가 맞춰진 지 오래다. 이들 협상에서 불거질 관세 철폐 압력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현재 22%인 국내 식량자급률은 쌀을 제외하면 5% 수준에 머물게 된다. 쌀 전면 개방으로 쌀마저 무너진다면 농민 생존을 넘어 국민 식량주권이 무너지는 일이다"고 한탄했다.

전국 농민단체들은 이날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농민의 길)을 출범하고, 오는 27일 쌀 전면 개방 중단을 위한 전국농민대회를 여는 등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에 나선다.

농민의 길은 출범선언문에서 "농민들은 지난 시기 농업 의제를 단순히 농민만의 문제로 한정해왔던 과오와 무수한 개방화 논리가 농민과 도시민을 갈라놓는 천박한 자본의 벽을 뛰어 넘지 못했던 문제를 반성하며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정부의 쌀시장 개방 대책에는 고율관세를 유지하기 위한 대책, TPP에서 쌀을 제외한다는 약속, 하락하고 있는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어디에도 없다"며 "정부와 새누리당의 쌀 시장 전면개방 강행에 전국의 농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식량주권을 포기하려는 정부에 맞서 전국 모든 농민들이 힘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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