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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만 괴물 해양신도시 끝까지 반대하겠다"

[마산만 매립, 20년 간의 기록] (18) 우리는 왜 이 사업을 반대하나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2014년 09월 18일 목요일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정책실장이 만날 때마다 툭툭 던지는 말이 여운이 있었다.

"무슨 방법이 없으까예?" "해양신도시 이거 우째 안돼까예?" "예 이 기자님? 어떻게 안 되겠던가예?"

매번 헤어질 때마다 버릇처럼 내뱉는 후렴구였다. 이상하게 울림이 컸다. 환경운동가가 으레 하는 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끝까지 포기 못합니다"

지난 6월에 이런 일이 있었다.

'본 단체는 여러 차례 신항만 건설을 반대하지 않으나 서항지구 매립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항지구를 대체할 준설토 투기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기 준설토 투기장과 매립토사 확보의 어려움으로 매립이 중단된 지역을 활용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임희자 마창진환경련 정책실장
"가포서 확인된 자연의 복원력 매립면적 한 평이라도 줄여야"

2001년도 마산만매립반대 시민대책위 성명서를 보여준 임희자 실장은 당시 오류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지금 와 생각하면 전체를 못보고 부분만 본 격이었습니다. 2005년 매립을 시작한 가포신항에 2010년에 가보니까 갯벌화가 돼 있더라고요. 그전 준설토를 부었을 때는 중금속덩어리였는데, 장기간 방치해두니까 중금속이 사라지고 게나 조류 같은 바다생물들이 살아난 겁니다. 그때 깨달았죠. 아, 이게 자연의 재생이구나. 복원이구나. 뒤늦게 안 게 너무너무 아쉬웠지만 이미 늦었죠. 그때부터 마창환경운동연합이나 창원물생명시민연대의 활동은 해양신도시 매립면적을 단 한 평이라도 줄이는 방향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습니다."

허정도 건축사·도시공학박사
"면적 축소도 현대산업 의견 조정위에서 조정된 게 없다"

그는 지난 5일 이주영 장관 간담회에서도 분기를 감추지 않았다.

"장관님, 진짜로 마산만을 살리고 싶습니까? 마산만을 매립하자고 하면서 어떻게 마산만을 살린다는 겁니까?" "장관으로 계실 때 반드시 마산항개발 과정을 엄정하게 검토해서 보고서로 만들어주십시오. 제발."

"마산만은 특별관리해역입니다. 오염총량제가 도입돼 있고, 매립문제를 의논한다고 민관산학협의회를 만들어놓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마산만 곳곳이 매립되고 있습니다. 봉암동 성동조선 앞은 창원시가 자전거도로 한다고 매립하려고 했어요. 양덕동 삼호천 쪽은 자유무역지역관리원이 도로 넓힌다고 매립합니다. 어시장 앞바다는 방재언덕 만든다고 마산항만청에서 매립하려고 해요. 거기다가 지난 2년간 사용 예도 없었는데 지금 가포신항 매립지 옆에 모래부두 만든다고 또 매립을 하려고 합니다. 이런 문제들이 민관산학협의회를 전혀 거치지 않고 진행됩니다. 장관님께서 반드시 점검해주십시오."

차윤재 마산YMCA 사무총장
"가포신항 개장하라 대신 마산만에 준설토 안돼"

그는 끈질겼다. 이 장관이 간담회 종료를 선언한 이후에도 9월 중 면담을 다시 할 것을 재차 확인했다.

임 실장의 감정이 그리 과해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이 장관에 대한 실망감은 더 그렇다. 간담회에서 "최근까지 기획재정부에 가포신항 용도변경 검토를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마산만 보호에 대한 자신의 진정성을 호소했던 이주영 장관의 말이 기획재정부 입장과는 다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마산항 문제 해결 의지는 물론, 진정성마저 의문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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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4월 20여 개 단체가 참가한 마산만매립반대 범 시민 대책위원회의 1인 릴레이 시위 모습. 13년이 흐른 지금까지 이들의 반대는 한결같다.

◇해양신도시, 뼈에 사무쳐

창원물생명시민연대 허정도 대표에게는 해양신도시 문제가 뼈에 사무쳤다.

"그거 괴물 아닙니까? 19만 평짜리 괴물. 정규섭, 황철곤, 박완수…. 결정한 사람들은 앞으로 매립이 다 돼도 거기 근처에도 안 올 거예요. 마산시민들은 영원히 그 괴물하고 살아야 합니다. 도시운동이 그만큼 어려워요. 정작 들어서기 전에는 시민들이 그 고통을 모르죠. 지금 해양신도시 호안 다 만들고 나니까 문제를 실감하는 시민들이 생겨요. 저는 해양신도시가 들어서면 마산이라는 도시의 회생 가능성이 없어진다고 봅니다. "

이찬원 경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준설수심 12m로 줄이면 11만 평 1m 더 줄이면 6만 평으로 축소"

"21세기 도시발전 개념은 '지속가능한 발전' 아닙니까? 개발과 건설이 아니라 재생과 복원입니다. 마산시라는 도시는 마산만이 있었기 때문에 형성됐던 곳이에요. 그런데 지난 100년간 절반 가까이 되는 마산만을 야금야금 매립해왔어요. 공익개발이 아니에요. 이권개발이지. 심지어 황철곤 시장은 현대산업개발이 만든 해양신도시 개발 영상을 갖고 시민들 모아서 사업설명회까지 했어요. 이게 무슨 공공행정이에요?"

"특혜의 극치는 2010년 4월 마산시의회 해양신도시 협약 변경입니다. 아파트 못 짓게 됐다고 하면서 대물정산을 현금정산으로 싹 바꿨죠. 아파트 못 짓게 한다고 주거시설이나 상업시설도 못 짓나요. 그런데도 업체에 돈 갖다바칠 생각만 했죠. 지금도 창원시는 그 조건에 매여 있어요. 제가 느낀 건 마산시든 창원시든 공무원들이 만나면 하는 말이 하나같이 그 전에 현산 사람들이 했던 말이었다는 거예요."

5일 열린 간담회에서 허정도 대표가 이주영 장관에게 결국 분노를 터뜨렸다. 아이포트, SAS, 현대상선, CJ대한통운, SMH 등 신항 관련 민간업체들이 가포신항의 조속한 개장을 일제히 요구한 직후였다.

"어이가 없습니다. 이 문제로 14년전부터 토론회를 해왔지만 이렇게 노골적이지는 않았어요. 오늘 간담회에서 신항 개장을 요구하는 업체들은 모두 일반화물 업체들이에요. 애초에 이 부두는 컨테이너 부두로 계획된 곳이 아닙니까? 그런데 인근 주민들에게 어떤 해를 줄지도 모르는 일반 벌크화물 업자들이 아예 대놓고 일반부두로 빨리 열어달라고 노골적으로 정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장관께 묻겠습니다. 정부는 사회 전체의 공동이익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까? 개별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곳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정부가 특정 국책사업에 사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업체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의사결정을 하려고 해요. 이게 과연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이 맞습니까?"

◇도대체 어쩌자는 건가

그들에게 물었다.

"모두 3095억 원이 투입돼 가포신항이 완공됐다. 해양신도시 매립공사는 1000억 원 이상 들어가 이미 40%가 진행됐다. 지금 와서 도대체 어쩌자는 말인가?" "정부와 창원시가 확정한 해양신도시 63만㎡ 매립 결정은 당신들이 참여해 결정한 조정안 중 하나가 아니었나? 그런데 왜 그렇게 반대하는가?"

2010년 조정위 당시 위원장이었던 허정도 대표가 먼저 답했다.

"조정위 구성 자체가 애초에 한계적이었어요. 조정을 하려는 자세보다는 각자 제 위치에서 할 소리만 했지요. 조정위에서 나온 세 가지 안이 글자 그대로 조정된 것이라기보다는 각자가 낸 이 주장 저 주장을 정리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매립면적 축소를 뼈대로 하는 2안도 애초에 현대산업개발 쪽에서 먼저 안이 나온 것입니다. 조정된 내용이 아니라는 거죠."

당시 창원물생명시민연대 전홍표 집행위원장은 또 이렇게 답했다.

"같은 19만 평이라도 육지에 붙여서 줄였으면 그래도 달랐을 겁니다. 결국 섬형이 되면서 36만 평 때나 19만 평 때나 바다 쪽 매립 끝선은 똑 같았어요. 지도를 보면 확인이 돼요. 결국 죽은 마산만의 면적은 똑같은 거죠. 공유수면 매립법을 보면 언제나 바다 쪽 바깥선이 기준이 됩니다. 그 기준이 바뀌면 다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해양신도시의 경우 그러지 않았죠. 끝선이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호안 둘레만 해도 3.4㎞를 넘겨요."

이 질문에 답한 건 아니지만, 5일 간담회 때 창원물생명시민연대 차윤재 대표의 요구는 2014년의 현실적 요구를 압축하고 있다.

"우리가 가포신항 개장에 어깃장을 놓는 게 아니에요. 개장하세요. 그 대신 마산만에 준설토만 안 오면 됩니다. 가포신항과 준설토, 해양신도시 고리만은 끊어달라는 거예요. 어시장 방재언덕 같은 말도 안 되는 사업도 400억 원 이상의 예산으로 집행이 되고 있어요. 그것도 장관으로 계신 해양수산부에서. 제발 막아주세요. 이 지역 출신 장관으로서 의원 때 가졌던 입장을 관철시켜 주세요."

또다른 대표자인 이찬원 경남대 환경공학과 교수의 주장은 여전히 남은 쟁점이다.

"아직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어요. 마산만 입구인 부도수도 준설작업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어요. 준설수심을 더 줄이면 해양신도시 매립면적을 더 줄일 수 있어요. 지난 2011년에 13m를 12.5m로 줄인 경험이 있잖아요. 그렇게 줄여서 34만 평 규모였던 매립면적을 지금의 19만 평으로 줄였어요. 준설수심을 12m로 줄이면 매립면적은 다시 11만 평이 돼요. 거기서 1m를 더 줄이면 6만~7만 평 규모로 확 줄어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느 정도의 문제 해소는 가능해요. 관건은 정책 집행자의 의지죠."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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