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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먹은 어무이 손맛 문득 그리울 때

[경남맛집]창원시 진해구 경화동 '수목원'

박정연 기자 pyj@idomin.com 2014년 09월 17일 수요일

친구 집에 놀러 갔더니 '어무이'가 어서 오라며 평소 자신 있어 하는 밥을 한 상 차려주신다.

창원 진해구 경화동에 자리한 '수목원'은 식당 밥을 먹었다기보다 집에서 밥을 먹은 듯한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상가 건물 지하주차장에 차를 밀어 넣고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앉아 접대를 받는 그런 곳과는 사뭇 다르다.

경화역 맞은편 주택가. 골목 평상 한쪽에는 지팡이가 줄지어 놓여 있다. 뜨거운 가을볕을 피해 나무 그늘에서 동네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느라 여념이 없다.

어른 키 높이의 담벼락 사이사이로 초록 대문, 파란 대문이 보인다. 조그만 간판이 걸린 가정집 같은 식당을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대문을 들어서니 식당 이름이 왜 수목원인지 한눈에 알겠다. 마당 한가득 피운 꽃들과 나무를 배경으로 정기식(66)·최임자(63) 부부가 손님을 맞는다.

"처음에 간판도 없었어요. 손님들이 식당 이름은 하나 있어야 않겠느냐며, 우리 집 마당을 가리키며 수목원이 따로 없다는 말에 붙여진 이름이에요."

수목원의 아구찜은 마산어시장에서 사오는 생아구로 만든다. 살이 꽉 찬 아구에 콩나물과 오징어를 더해 술안주로도 딱이다. /박정연 기자

부부 둘이서 운영하는 식당은 집이기도 하다. 식탁이나 상이 펼쳐져 있지도 않다.

신을 벗고 거실에 앉거나 안방과 작은방 중 편한 곳에 자릴 잡으면 정기식 씨가 붉은 낙엽 빛깔의 교자상을 펼쳐 놓는다.

'어무이' 같은 최임자 씨가 자신 있어 하는 아구찜과 장어국을 만드는 동안 찬장 속 담근 술과 가족 사진들을 구경하다 보면 스마트폰을 볼 여가가 없다.

주요리가 나오기 전 깔끔하고 정성스레 유리그릇에 담겨 나온 11가지 반찬을 요리조리 맛보는데 젓가락이 멈추질 않는다. 노란호박나물, 가지나물, 미나리 숙주나물, 톳나물, 멸치볶음, 꽈리고추무침, 콩잎장아찌, 배추김치, 열무김치, 충무김치, 단감 깍두기만 먹어도 입이 즐겁다.

전체적으로 짠맛이 강하지 않은 밑반찬은 밥도둑이라 할 만하다. 직접 담근 된장, 간장에 5년 묵힌 젓국장으로 만들었으니 감칠맛이 배가 된다.

"고춧가루는 남편 친구가 함양에서 키운 태양초를 쓰지요. 반찬에 쓰는 톳은 제주에 사는 여동생한테서 공수합니다."

맛은 기억에 의존하는데, 그러고 보니 제주도가 고향인 최임자 씨 손맛 때문인지 반찬들은 제주 유명 맛집보다 숨은 맛집에서 먹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주요리는 확실히 경상도식이다. 아구찜, 아구수육, 장어국 메뉴 구성만 봐도 그렇다.

드디어 아구찜을 맛봤다. 살이 꽉 찬 아구는 비린 맛 없이 부드럽고 쫀득쫀득하다. 아삭한 콩나물에 미더덕과 오징어까지 한입 가득 넣으면 밥 없이 술안주로도 딱이다.

아구찜과 장어국에는 다양한 반찬이 따라 나온다. /박정연 기자

맵거나 짜지 않은 양념에는 고춧가루, 된장, 액젓, 들깻가루, 땅콩 5가지 재료에 6가지가 더해지는데 나머지는 영업 비밀이다.

최임자 씨는 "손님 중에는 아구찜 먹으러 왔다가 반찬에 밥 두 그릇 뚝딱 묵고, 배가 불러 찜은 포장해 간 사람도 있었다"며 웃었다.

생선은 마산어시장에서 사온다. 생아구를 들이기에 내장으로 요리한 아구수육도 별미로 먹을 수 있다.

"제일 까다로운 게 생선 손질하는 일입니다. 손님을 맞은 지 10년이나 돼도 늘 신경 쓰이는 부분입니다. 반찬 만드는 건 일도 아니죠. 제철에 맞게 그때그때 달리 내면 됩니다."

장어국은 추어탕 비슷하면서도 엄연히 다른데 비린 맛이 훨씬 덜한 음식이다. 시원하면서도 구수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건더기는 부드러운 채소들로 술술 넘어간다.

장어를 푹 고아 뼈를 추려낸 국물에 데친 배춧잎, 숙주, 대파를 넣고, 끓으면 풋고추, 붉은고추, 다진 마늘을 더해 마지막에 방아잎으로 마무리하면 보양식이 따로 없다.

새로운 손님을 맞는 것도 부담이라는 정기식·최임자 부부는 "아는 사람만 찾아와도 감사하고 벅찬 일"이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집밥이 그리운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반가이 맞아 푸짐하게 한 상 내는 일이 우리 몫이었다"고 담담하게 10년 세월을 회상했다.

손님 맞이는 온전히 두 사람 몫인지라 1상(4인)을 초과하면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하는 게 요리하는 사람에게 마음의 여유를 줄 수 있다.

최대 8상까지 마련되고,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손님을 대접한다. 쉬는 날은 따로 없지만 집안에 대소사가 있으면 쉬기도 하니 미리 전화해 보고 찾길 권한다.

<메뉴 및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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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 △아구찜 (소) 2만 5000원·(중) 3만 원· (대) 3만 5000원 △아구수육 (소) 3만 5000원·(대) 4만 원 △장어국 7000원.

◇위치 : 창원시 진해구 경화로29번길 14 (경화동).

◇전화 : 055-543-5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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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기자

    • 박정연 기자
  • 삶이 예술이다. 문화체육부 기자 박정연입니다. 공연(연극·음악·무용 등)분야, 맛집, 서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귀기울입니다. 연락처 010-5119-6213, 메일 pjy@ido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