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1000만 원 전달하려"주장…녹음파일 공개

경북 청도 송전탑 반대 주민에게 경찰서장이 돈 봉투를 돌린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밀양에서는 한국전력공사 직원이 주민에게 돈을 주고 매수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와 밀양송전탑반대주민 법률지원단은 16일 "농협 이사 선거에 출마한 송전탑 반대 주민에게 1000만 원을 지급했으나 거절당했고, 한전 직원에게 돈 출처를 추궁하니 '시공사에서 돈을 받아 전달했다'고 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밀양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대책위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녹음파일도 공개했다. 대책위 설명과 녹음파일을 바탕으로 한 돈 관련 상황은 이렇다.

송전탑 경과지 마을에 사는 ㄱ 씨는 지난 2월 한 지역농협 임원선거에 이사 후보로 출마했는데 한전 밀양특별대책본부 차장이 마을이장을 통해 ㄱ 씨에 현금 1000만 원을 전달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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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청도 송전탑 건설에 반대해 온 청도 주민이 12일 경북지방경찰청 민원실에서 경찰이 건넨 돈을 내려놓고서 출처와 전달 과정을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쓰고 있다. 청도경찰서는 이달 초 한국전력측으로부터 돈을 받아 주민에게 위로금과 치료비 명목으로 전달한 바 있다./연합뉴스

마을이장은 돈을 ㄱ 씨에게 주려 했으나 거절하자 다른 주민 2명을 불러 대신 전달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당시 마을이장은 1000만 원 가운데 200만 원을 빼 자신이 갖고, 800만 원만 ㄱ 씨에게 전달하려 했던 점도 드러났다. 동네에서 이 같은 돈 문제가 불거지자 마을이장은 1000만 원을 한전 측에 돌려줬다.

ㄱ 씨가 대책위에 한 진술을 녹음한 파일에는 "'그 돈 천만 원 어디서 났느냐?'고 물으니 '시공사 돈을 천만 원 자기가 받았다' 이거라"라는 이야기를 비롯해 한전 차장이 마을 이장이 두 번이나 요구해서 시공사로부터 돈을 받아 줬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ㄱ 씨는 자신을 찾아온 한전 차장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라고 대책위에 진술했다.

대책위는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하게 한전이 반대 주민을 금전으로 매수하려 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지역농협 임원선거에서 불법을 시도한 것이며, 하도급 업체에 금전을 요구한 3중의 위법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청도경찰서장 금품 살포 행위가 전국적인 여론을 타게 되고, 밀양 송전탑 현장에서 한전 측이 저지른 매수 행위가 폭로되는 등 지금 전국 송전탑 건설 현장에서 한전과 공권력이 저질렀던 범죄 행위가 줄줄이 폭로되고 있다"고 했다.

한전은 돈 문제에 대해 직접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 밀양특별대책본부 박용성 대외홍보팀장은 "마을이장이 3명 분(본인과 딸, ㄱ 씨 몫) 개별보상금을 달라고 요청했는데 한전과 마을이 합의하지 않으면 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지난해 말까지는 한전과 마을이 합의하지 않았더라도 개발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시한이 지나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상황을 파악해보니 1000만 원은 한전 직원이 받아서 준 것이 아니라 시공업체가 공사현장 진입로 협의가 잘 안되자 마을이장에게 직접 준 것이다. 돈을 그냥 준 것이 아니라 빌려준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책위는 한전 차장이 직접 이장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대책위는 "ㄱ 씨의 진술은 '한전 차장은 내가 이장에게 돈을 돌려준 바로 다음날 내가 일하고 있던 비닐하우스로 찾아왔고, 나는 '왜 그런 짓을 하느냐'고 화를 내면서 따졌을 때, '이장이 요구를 해서 급하게 시공사로부터 돈을 받아서 건네주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한전 주장대로라면 이장이 자신과 딸 몫의 보상금을 ㄱ 씨 선거에 기부하려 한 것이 되는데 위험천만한 거래를 자청할 수 있는 정황은 전혀 아니다"며 "한전은 이장과 시공사를 앞세워 '꼬리자르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청은 경북 청도 송전탑 반대 주민 돈 봉투 살포 사건에 대해 전 청도경찰서장 자택에 이어 한전 대구경북건설지사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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