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생활습관·운동부족 원인 성인된 후에 악영향 '관리 중요'

얼마 전 진료실에 초등학교 학생과 엄마가 찾아왔다. 자녀가 학교에서 혈액검사를 했더니 혈당이 높아 병원에 확인하러 왔다고 했다. 정밀검사를 한 결과 혈당이 500까지 올랐다. 당뇨병으로 진단됐다. 학생은 아무것도 모른 채 웃고 있었지만 엄마 얼굴은 사색이 됐다. 자기 잘못이라고 한참을 울먹였다.

최근 젊은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서구식 생활 습관과 운동 부족으로 비만한 어린이가 증가한 탓이다.

대사증후군과 당뇨병 등은 비만과 깊은 관련이 있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공복혈당 100mg/dl 가운데 3개 이상 만족하면 해당한다. 이 경우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성인병 발생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도 대사증후군에 노출되면 여러 질병이 나타나는데, 어린 나이에 노출되면 아무리 치료를 잘해도 성인이 된 후 심혈관 질환 등 여러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충격적인 것은 한국 청소년의 대사증후군 현황이다.

최근 20년간 미국과 한국의 청소년 대사증후군 비율을 비교한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7.3%에서 6%대로 약 1%p 감소했지만 우리나라는 4%에서 7.8%로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소아 비만이 성인이 되었을 때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을 인식하고 학교 내 탄산음료 자판기를 없앴다. 과자 열량 명기 의무화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는 청소년 대상으로 비만 퇴출을 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우리나라에선 청소년이 입시 위주 교육 탓에 운동은 전혀 못하고 학원으로 내몰린다. 즉석식품을 즐기는 서구식 생활 습관과 잘못된 식습관도 심각해지고 있다.

청소년기에 걸린 당뇨병을 얼마나 잘 치료하느냐에 따라 20~30년 뒤 환자의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혈당 조절을 잘해 온 환자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건강하지만 적극적으로 못한 경우는 실명은 물론 신장 기능을 잃을 수 있다.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고통받는다. 조기 치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당뇨병에 걸리더라도 식사 조절과 운동으로 체중관리를 하고, 인슐린 주사와 약물요법으로 치료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가정에서 예방해야 한다. 세 끼를 챙겨 먹지 않고 한 끼에 폭식하는 경우, 부모를 따라 식사를 불규칙적으로 하는 경우 등 대개 가정에서 잘못된 식습관 탓에 우리 아이가 당뇨병에 노출되고 있다.

내 아이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어릴 적부터 규칙적인 식습관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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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천천히 오래 씹도록 해야 한다. 평생 치료가 필요한 당뇨병과 비만을 물려주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조성래(창원파티마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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