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밴 여행을 하면서 작은 사고로 뒷범퍼가 부숴졌다. 비행기 시간이 6시인데 반납 시간이 보험처리 문제로 지체되어 5시 20분에 출발하는 공항행 미니밴에 친구를 먼저 태워 보냈다.

보험서류 작업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리고 내 친구가 타고 간 버스가 공항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였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서류 작성을 마치니 비행기 출발까지 딱 30분 남았다. 앉아서 마냥 택시를 기다릴 수 없어 밖으로 나갔다. 시간은 없고 친구는 휴대전화가 고장나서 연락도 되지 않는다. 기다리는 택시도 오지 않았다.

결국 다급한 마음에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지나가는 차도 거의 없거니와 그나마 지나가는 차들은 세워줄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절망적이었다.

그 순간 길가에 앉아 있는 한 여자를 발견했다. 공항으로 가는 방향이 어디냐고 물어보고 다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그리고 바로 차가 내 앞을 조금 지나다 섰다. 기쁨도 잠시.

운전자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본인은 공항쪽으로 가지도 않으며 나를 위해 차를 세운 게 아니라고 했다. 그 차는 길가에 앉아 있던 여자 분을 태우러 온 차였다. 다시 또 절망감이 찾아왔다. 이제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에 힘없이 다시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여지없이 내 앞을 그냥 지나가는 차.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었다. 그때 방금 나를 위해 섰던 차가 후진해서 내 앞에 섰다. 그렇게 하면 하루 종일 해도 성공 못할 거라며 자기가 공항까지 태워 주겠다고 했다.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1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10분 만에 공항에 절대 도착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체념한 상태였다. 체념한 나와는 달리 희망을 갖고 차 주인은 엄청난 속도로 공항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기적같이 6시가 되기 약 4분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 생명의 은인과도 같은 그들에게 더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내리자마자 그냥 앞만 보고 뛰었다. 체크인 카운터에는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일단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출국장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가뜩이나 시간도 없는데 가방 재검사까지 받게 되었다. 별 문제 없이 통과되어 출국대기장에 들어서니 이미 6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게이트고 뭐고 체크할 것 없이 출국장만 보고 들어온 터라 그제야 항공편명과 게이트를 안내해주는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마침내 안도의 한숨. 6시 출발 오클랜드행 비행기편이 지연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친구를 만나 예정보다 1시간 늦은 7시에 비행기에 몸을 싣고 무사히 오클랜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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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30분은 내 생에 가장 긴박했으며 길게 느껴졌던 30분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겪어서는 안될 악몽 같은 경험이다.

/김신형(김해시 장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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