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전성 우려에도 수명연장 추진

우리나라에 가동 중인 23기 핵발전소가 고장으로 멈춘 시간을 모두 더하면 6년 4개월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지횟수와 시간이 월등히 많은 핵발전소는 설계수명이 끝나 폐쇄 목소리가 높은 부산시 기장군 고리1호기와 경북 경주시 월성1호기로 꼽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부좌현 의원은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1978년 운전을 시작한 고리1호기 등 23기의 사고나 고장으로 모두 578회 발전정지가 있었고, 정지시간은 5만 5769시간 46분에 달한다고 공개했다. 계획예방정비를 제외한 사고나 고장에 따른 정지시간은 6년 4개월이나 된다.

발전소별 정지건수와 총 정지시간은 △고리1호기 120회(1만 4306시간 56분) △고리2호기 61회( 5129시간 13분) △월성1호기 58회(4979시간 29분) △한울1호기 36회(6990시간 13분) △한울2호기 31회(4096시간 15분) 등 낡은 순으로 많았다.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사고 때마다 정지시간을 더하면 1년 7개월, 7개월에 달한다.

이에 대해 부 의원은 "국내 원전에서 원전가동이 수만 시간 중지됐었다는 점은 원전 안전성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1.jpg
▲ 설계 수명이 끝난 고리 원전./경남도민일보DB

그러나 정부는 고장이 잦아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데도 고리1호기에 이어 월성1호기도 수명연장 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30년 설계수명이 끝난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밀어붙이면서 2017년까지 수명연장 가동 중인 고리1호기를 더 연장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7월 6차 지속가능발전특별위원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이 노후원전 폐쇄 필요성을 제기하자 산업통상자원부 윤상직 장관은 "2차 세계대전 때 쓰던 전투기도 지금 에어쇼에서 잘 나는 것처럼 노후 원전도 유지 보수를 잘하면 안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윤 장관은 지난 9월 언론 인터뷰에서 "안전성이 검증됐기 때문에 수명연장에 문제가 없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노후원전 수명연장을 위한 정부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2일 '월성1호기 계속 운전 심사결과(안)'를 회의 안건으로 보고했다. 핵심내용은 2012년 11월 20일 설계수명이 끝난 월성1호기에 대해 안전성이 확인됐으니 수명연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은 30㎞ 이내 경남·부산·울산지역에 320만 명이나 사는 인구밀집지역에 '시한폭탄'이라는 비판을 받는 고리1호기 재연장 가동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 같은 수명연장 움직임에 대해 국민 생명과 안전한 미래를 위해 노후원전을 폐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0㎞ 이내에 울산·포항·경주 등 133만 명이 거주하는 월성1호기는 법적 심사기간인 18개월을 넘겨 56개월째 심사를 하고 있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지난 12일 원안위 보고에 대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심사한 '주기적안전성평가보고서', '주요기기수명평가보고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등 안전성 확인을 위한 기본보고서조차 비공개로 한 채 그저 '원자력 시설의 안정성은 적절히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함'을 반복하고 있다"며 수명연장을 전제로 한 수순밟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를 통해 잠깐의 이익에 눈이 멀어 안전을 무시했을 때 되돌릴 수 없는 비극이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월성1호기 폐쇄해도 전력난 없고, 경제성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회 예산정책처가 '월성 1호기 계속운전 경제성 재분석'을 한 결과 이미 설비투자한 비용(5383억 원)을 매몰비용으로 빼고 편익을 계산했는데도 최고 2269억 원, 최저 1462억 원 적자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하나 의원은 "원안위는 규제기관으로 신뢰를 상실했고 스스로 원전마피아의 본색을 드러냈다"며 "월성1호기 안전성을 확인하려면 현재 남아있는 위원회의 심의·의결과 스트레스테스트 검증 절차를 마치기 전에 비공개로 일관한 심사자료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예 설계수명이 끝난 핵발전소 수명연장을 금지하도록 하는 제도마련 움직임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조 의원은 "우리나라는 대규모 원전이 몰려있고 주변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밀도가 높아서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 수명을 연장해 재사용하는 것은 국민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하는 것"이라며 법안 발의배경을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