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장관 "기재부에 신항 용도변경 부탁, 투자금 등 이해 얽혀 불가피"…기재부 담당자 "용도변경 검토 요청 없었다"

지난 5일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마산항 개발사업에 대해 지역 간담회를 했다. 창원물생명시민연대 허정도·차윤재 대표가 물었다. "가포신항 개장은 어쩔 수가 없다고 치자. 하지만 해양신도시 문제만은 끊어달라. 물동량 증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준설만 더 이상 하지 않는다면 해양신도시 매립을 할 필요가 없지 않는가?"

이주영 장관이 답했다. "최근까지도 해양신도시 매립 호안을 부숴버릴 수 있는 방안이 없는지 검토했다. 항만운영 업체와 최소운송수익보장 협의를 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에도 가포신항 용도변경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끝내 안 된다고 했다. 호안을 철거하는 데는 더 많은 돈이 든다고 했다. 수없이 고민을 해도 결론은 이럴 수밖에 없다. 가포신항은 내년 1월 개장할 계획이다. 해양신도시 19만 평 매립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20년 전 증가하는 물동량에 대비한다던 핑크빛 전망은 사라지고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마산항 사업이 돼버렸다. 그런데 이주영 장관의 설명은 모두 사실일까. 지난 11일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이를 확인했다.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사업

지난 5일 간담회 장소는 마산지방해양항만청. 이주영 장관이 부연 설명을 했다. "금년 2월에 가포신항 MRG(최소운송수익보장) 협의문제 TF팀이 기획재정부 안에 꾸려졌다. 그때까지도 나는 신항용도 변경을 검토해달라고 부탁했고, 기재부도 그 방안을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신항 배후부지 입주기업의 요구나 항만 건설사인 현대산업개발의 기존 투자금액 보장방안 등 이해관계가 난립돼 있는 상태다. 여러 가지 고려 끝에 현실적으로 개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MRG 조정이나 아이포트(항만운영사) 운영자금 어려움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기재부와 해수부가 내렸다."

그래서 결국 기재부와 해수부, 아이포트 간에 MRG 조정 타협점이 좁혀졌고, 곧 합의서가 마련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내년 1월 '선 개장'을 위한 것이고, 합의서의 가지에 해당되는 부분은 개장 후 내년 상반기까지 타결키로 했다는 결정도 덧붙였다.

지난 5일 오후 정부경남지방합동청사 2층 해양수산부 마산지방해양항만청 회의실에서 마산항 발전방안 마련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주영(오른쪽) 해양수산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이날 두 시간여 면담에서 이주영 장관은 '읍소형' 표현을 거듭해 썼다. "가포신항 용도변경과 해양신도시 철회라는 요구를 관철시키지 못했다", "아쉬웠다", "결과적으로 큰 변화가 없다는 게 송구스럽다", "어쩔 수 없는 결론이다", "일이 이렇게 돼 죄송하다." 물론 표현을 쓰는 이의 의도가 따로 있을 수 있고, 듣는 이 또한 다양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기획에서 접근하려는 측면은 '이 사업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타당성의 변화 과정이다. 1994년 당시 해운항만청의 마산항 개발계획 최초 제안과 1996년 광역개발기본계획 포함, 2000년 민간투자 국책사업 고시 등 길목마다 마산항 개발사업의 목적과 타당성이 당당하게 제시됐지만, 결국 정부 주무부처 장관이 "어쩔 수 없는 결론"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르렀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창원물생명시민연대 대표자들이 "정말 어쩔 수 없이 하는 사업이라면 지금이라도 해양신도시사업만은 끊자"고 재차 호소했다. 이주영 장관이 말했다. "계획했던 컨테이너 부두가 일반화물부두로 모두 바뀌면 준설이 왜 필요하나? 해양신도시계획 철회하자. 이런 생각 저도 했다. 그런데 일반화물 선박 대형화로 준설은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해양신도시 19만 평 매립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창원시가 제시한 사업 필요성

해양신도시 개발 주무부서인 창원시 해양사업과가 최근 <경남도민일보>에 사업 필요성을 다시 제시했다. 이주영 장관의 사업 불가피론과 달리 전체적 '톤' 자체가 희망적이다. 하지만 이 속에도 20년 전부터 제시돼온 '컨테이너 전용부두의 필요성', '부산신항 보조항으로 물동량 증가에 대비', '2016년 인구 75만을 대비한 마산시 도시개발용지의 확보' 등 사업 주 목적은 빠졌다.

'현재 물류보관 및 이동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 마산항 3·4·5부두는 1만t급 이상 대형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항로 수심(8.9~12m)이 낮아 대형선박이 자유롭게 입출항을 할 수 없는 실정에 있다. 이에 비해 인근 항만들은 항로준설 증심 및 시설 선진화로 국제적인 선박 대형화 추세에 대처하고 있다.(부산신항 15m, 포항항 21m, 울산항 12.5m, 광양항 22m)' '마산항 부두의 노후화 및 낮은 수심 여건 속에서 수년간 마산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감소했으나, 일반화물 물동량은 증가하고 있다. 마산항이 부산신항의 보조항 기능과 중량화물 허브항으로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는 항만임을 보여주고 있다.'

해양수산부 간담회에 참여한 마산항 이용 선사 입장도 비슷했다.

현대상선 김상배 운항팀장은 "부두는 많을수록 좋다. 지금도 마산항 4~5부두 사이에 체선이 일어나는 상황이다. 왜 신항을 만들어놓고 개장을 안 하나. 임시 개장을 해서 가벼운 화물이라도 취급해주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CJ대한통운 조홍제 창원지사장도 "4부두 내진 보강공사로 5선석 중에서 3~4개만 가동중이다. 총 물량 100만t이 넘는 여러 프로젝트들이 있고, 4~5부두 물량이 전반적으로 늘고 있다. 정식 개장 전이라도 신항을 임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창원상공회의소 윤종수 부장과 창원시의회 정쌍학 기획위원장도 가포신항 개장을 조건으로 신항 배후부지 분양을 받은 업체들이나 우산동 산업단지에 입주한 덴소, 인근 삼진지역 공단 업체들의 신항개장 요구가 강하다는 점을 이날 해양수산부에 전달했다.

지난 8월 29일 마산만 상공에서 찍은 마산해양신도시 매립 현장. /표세호 기자

창원시 해양사업과는 마산해양신도시 사업 필요성을 이렇게 밝혔다.

'해양신도시가 조성되면 구 마산시의 침체된 도시발전을 위한 가용용지 확보가 가능하다. 폭풍해일 발생 시 인근 해안지역 침수 및 수해를 저감할 수 있는 방재시설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마산해양신도시 사업과 연계되어 추진되는 옛 마산항 1부두와 중앙부두·서항부두 등을 친수공간으로 조성해 그동안 시민에게 개방되지 않았던 도심지 내 마산바다를 시민들이 직접 접하는 휴식·여가활동 공간으로 제공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2010년 11월 현 이주영 장관이 마산갑 국회의원 자격으로 대정부 질의를 했을 때의 표현을 상기할 만하다.

'마산의 강남이 될 해양신도시 건설을 반대한다. 구 도시, 특히 도심 상인들이 해양신도시 상권 조성으로 인한 기존 상권 위축을 우려하며 조직적인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 이는 창동·오동동 등 도심재생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창원시 정책과도 상충한다.'

◇"신항 용도변경? 못 들었는데요"

지난 5일 간담회에서 이주영 장관은 최근까지 기획재정부에 '가포신항 용도변경 검토'를 부탁했다고 했다. 또 내년 1월 가포신항 개장 예정이고, 이달 중 마산아이포트와 MRG 주 합의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포함된 TF팀의 결론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만난 기획재정부 김명주 민간투자정책과장은 "올들어 해수부로부터 가포신항 용도변경 검토 의뢰를 받은 바 없다"고 했다. 그는 아이포트-해수부 등과 MRG 협의를 하는 주무부서 장이다. 김 과장은 "올 초에 몇 차례 협의를 했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에는 협의를 한 적이 없다. 내년 1월 개장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아이포트와 9월 중에 합의를 하려면 정부 민간투자심사위를 통과해야 하는데, 9월말로 예정된 심사위에는 마산신항 안건이 상정되지 않은 상태"라고도 했다.

김명주 과장 말대로라면 "최근까지 기획재정부에 가포신항 용도변경 검토 부탁을 했다"던 이주영 장관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그렇다면 "가포신항 개장과 해양신도시 사업은 어쩔 수 없다.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가 어쩔 수 없이 내린 결론"이라는 장관의 설명도 신뢰할 수 없다.

<가포신항 개장 원하는 사람들>

전종배 아이포트 대표이사 /박일호 기자
조홍제 CJ 대한통운 창원지사장. /박일호 기자
이정복 SAS 대표이사. /박일호 기자
정장영 SMH 대표이사. /박일호 기자
김상배 현대상선 운영팀장. /박일호 기자
김원규 창원시 해양수산국장. /박일호 기자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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