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15회 청소년합창페스티벌 리뷰

"네모난 책들을 넣고,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노래하는 청소년들을 보는 내내 '네모의 꿈'이라는 노래가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반듯한' 학생이라는 테두리 안에 갇혀 있던 그들이, '푸른(청)' 소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노래하는 내내 푸르고 자유롭게 빛났습니다.

새장을 뚫고 푸른 날갯짓을 하는 소년과 소녀들을 만났다.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하고 경남합창연합회가 주관하는 '제15회 청소년합창페스티벌'이 지난 13일 오후 3시 MBC경남홀에서 열렸다.

창원여자고등학교, 마산제일여자고등학교, 마산내서여자고등학교, 마산여자고등학교, 마산고등학교가 오색 빛깔을 뽐내며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세상 주인공이 되어 노래하는 그들을 응원하는 친구, 스승, 부모가 1200여 석에 달하는 객석을 가득 채웠다.

마산제일여고 공연 모습. /김구연 기자

떨리는 긴장감도 잠시. 넘치는 끼와 열정으로 순식간에 관객을 하나로 모으며 두 시간이 단숨에 지나게 만들었다.

◇다양함의 공존 = 이날 울려 퍼진 18곡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한국 정서를 고스란히 담은 민요와 가곡이었다.

첫 무대를 장식한 창원여고가 '옹헤야'(허걸재 곡)로 페스티벌 시작을 알리며 흥을 돋우었다.

대표적인 민요 아리랑 2곡도 만날 수 있다. 마산내서여고는 '상주아리랑'(이기경 편곡)으로 구슬픈 마음을 전했고, 마산고는 '밀양아리랑'(류주욱 편곡)으로 임을 향한 그리운 심경을 멋진 하모니로 완성했다.

창원여고 공연 모습.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꽃을 소재로 한 가곡도 눈에 띄었다. 마산제일여고와 마산여고는 각각 '산유화'(박정선 곡)와 '진달래 꽃'(박정석 곡)으로 눈앞에서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보는 듯한 음률을 선사했다.

창원여고의 '살베 레지나(Salve regina)'와 마산제일여고의 '하나님의 은혜'는 영롱하고 고운 음색을 자랑했다.

익숙한 합창곡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부터 '대츠 왓 더 데블 새드(That's What The Devil Said)', '디 코코넛 넛(Da Coconut Nut)' 등 다양한 외국곡도 선보였다.

◇청소년이여 자유를 만끽하라 =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용수철 같은 자유분방함은 팀마다 준비한 마지막 '가요메들리' 곡에서 빛을 발했다.

창원여고는 "당신에게서 꽃 내음이 나네요"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사월과 오월의 '장미'부터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 노래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가요를 묶어 노래했다. 기타 연주와 발레까지 더해 무대를 풍성하게 했다.

마산내서여고 공연 모습. /김구연 기자

마산내서여고는 남다른 랩 실력의 두 청소년이 분위기를 띄우며 객석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교복을 벗어던지고, 평소 입고 싶었을 짧은 치마와 반바지 차림으로 보란듯이 무대를 즐겼다.

마산여고는 마치 군무처럼 힘이 넘치는 무대 매너로 관객을 사로잡았고, 마산고는 한 남학생의 자신감 넘치는 사랑 고백으로 패기 넘치는 청소년들의 일상을 전했다.

마산여고 공연 모습. /김구연 기자

마산고 공연 모습. /김구연 기자

마지막 무대는 '청소년합창페스티벌'이 자랑하는 하나 되는 시간. 참가한 5개 학교 청소년들이 다 같이 웃고 노래하며 열정을 불태웠다.

합창페스티벌을 마치고 나오는 청소년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상기돼 있었다.

"연습할 때는 힘들었지만 무대를 마치고 나니 뿌듯하다"(김민경, 마산제일여고 2)는 보람부터 "처음 모여 음정을 찾기 어려웠던 순간을 기억하며 차근차근 해보니 안 되는 게 없다"(박인정, 창원여고 1)"는 자신감까지.

그들은 언제 어느 때보다 빛났다.

전체 학교가 함께한 마지막 공연 모습. /김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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