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달라는 거 아입니다. 우리 꺼 우리가 지키겠다는 것입니다. 잘 봐주이소."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검증을 하고 떠나려는 판사에게 한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10년 동안 수없이 해왔던 말이다.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민사부는 지난 11일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공사중지를 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밀양 송전탑 경과지 마을 4곳에서 현장검증을 했다. 한전 측 변호사들과 실무자들도 나왔다. 주민들은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한전은 입만 뻥긋하면 거짓말한다"고 했다. 재판부가 도착한 마을마다 주민들은 울분을 쏟아냈다. 현장에 나온 한영표 밀영지원장은 주민들이 말하는 헬기소음 피해와 노선 등 송전탑 문제를 묵묵히 들었다.

그분들이 하소연같이, 때로는 욕을 퍼부으며 한 말들을 옮겨본다. 지팡이를 짚은 산외면 골안마을 한 할머니는 "헬기 왔다갔다하면 송신해서 못산다"고 했다. 구들장이 울릴 정도라고 했다. 상동면 도곡마을 또 다른 할머니는 "종일 난리다. 골짜기에 메아리가 친다. 사람 죽겠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공사하면서 과수원 감나무도 다 부러졌고, 소가 수정이 안 된다고 했다. 한 할아버지는 "백성없는 나라 어딨노? 못 배우고 무식해서 골짜기 산다. 사람을 밟아 뭉탠다. 우리가 바보인 줄 안다"고 말했다. 아침에 눈 뜨면, 문만 열면 우뚝 솟은 철탑이 보이니 숨이 막힌다고 했다.

산등성이를 사이에 둔 두 마을은 눈앞에 철탑 5기가 선 곳이다. 법원 검증현장은 주민들 성토장이었다.

"종일 말해도 다 못한다. 알라(어린아이) 없고 흙 파고 살며 땅을 일궜다. 내 땅 지키려는 것이다.", "이 전기가 우리 죽인다 생각하면 참지를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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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밀양에 들어설 765㎸ 송전탑 공사가 막바지 같지만 주민들의 울분은 쌓이고,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판사들에게 호소했다. "사람이 만드는 법 아니오"라고 물었다. 국가폭력을 당해 온 주민들은 법이 '보호해야 할 국민'과 '보호하지 않아야 할 국민'을 따로 두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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